
실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란 매우 힘들고 애매하다.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성공한 투기는 투자고 실패한 투자는 투기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당사자가 자신에게 왜 그곳에 자본을 투입했는지를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경우는 투자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행위는 투기다. 예를 들어 누구의 추천으로, 어떤 정보를 들어서, 신문에서 보아서 등과 같은 답들만 떠오른다면 이는 투기적 성격이 강한 것이다. 투자 결정이 투자대상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 비교분석의 바탕에서 이뤄지고, 투자자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확신할 때만이 진정한 투자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사지 않을 것인가
투자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인은 손실방지다. 손실은 잘못된 투자에서 오는 손실이 있고,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있으며, 잦은 거래로 인한 거래비용의 손실이 있다. 이때 투자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회비용의 상실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매수를 하려는 심리가 작동한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매도의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보다 장기적으로는 매수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가 많고, 그것이 증권시장을 장기적으로 상승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논리는 잘못됐다. 기회비용의 상실은 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데 따른 손실이 아니라, 꼭 투자해야 할 종목을 사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손실을 의미한다. 가치투자를 하는 투자자에겐 시장 참여 자체에 대한 압력은 있을 수 없다. 이들에게 시장에 참여하지 않아야 할 경우는 가격이 모두 비싸게 거래될 때다. 반면 그들은 다른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주식들이 널려 있다고 해서 시장에 선뜻 참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기회비용의 상실은 실제 가치에 비해 절대적으로 싼 주식을 놓쳤을 때 발생한다. 거래 손실이나 기타 손실은 그 행위패턴을 바로잡음으로써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투자의 우선순위는 무엇을 살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사지 않을 것인지에서 출발해야 한다. 당신이 공개된 시장자료를 통해(증권가의 분석을 통해) 대강의 후보군을 리스트업 했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은 무엇을 살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사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가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을 파악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사지 말아야 할 것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우선 가장 중요한 제1의 원칙, 즉 손실의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손실을 없애기 위해 해당 기업이 불황기를 기준으로 자사가 해야 할 의무를 실제 이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부채를 상환하는 자금으로 증가한 당기순이익만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불황기에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제대로 된 기업은 자금조달이 힘들고 채권에 대한 상환압력이 높아진 최악의 경기 상황에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어야 하고, 부채에 대한 듀레이션(채권 평균 상환기간)도 적정해야 한다.
설령 기업의 유동자산이 많더라도 그것이 미래 특정 시점에 현금화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단기 유동성의 부족에 몰렸을 때 그 기업은 위기에 빠진다. 기업의 위험관리가 중요하게 취급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가 빠져드는 함정, 즉 안정성은 다소 낮더라도 수익성이 커 보이는 기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을 먼저 배제하고 남은 기업 중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아 보이는 기업을 차선으로 선택하는 게 투자의 우선 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