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3년 미국 출생<BR>● 프레스콧대 졸업, 하버드대 석사<BR>● 1975년 평화봉사단 서울근무<BR>● 1984년 주한미대사관 정무과 근무<BR>● 1995년 주 벨파스트 영사관<BR>● 1998년 주 포르투갈 미국대사관<BR>● 2005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BR>● 2007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선임고문
33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한국의 가을 속으로 그가 다시 돌아온다. 이번에는 29대 주한미국대사라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서. 그는 조선과 미국이 1883년 수교한 이래 125년 만의 첫 여성대사다. 9월22일 부임하는 캐슬린 스티븐스(55·한국명 심은경) 대사.
한미 공동의 집
9월8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취임선서식을 한 그는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대사답게 유창한 한국말로 “9월은 한국인들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고 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시작되는 특별한 때”라고 말한 뒤 한미관계 발전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군사안보동맹으로 시작한 한미동맹은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인 평화체제, 모든 한국인의 삶의 질과 인권상황 개선 등을 다음 단계의 새로운 목표로 삼고 있다”며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비자면제 프로그램 추진, 북핵 문제 해결 등 양국의 현안 해결과 관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4월9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취임 포부를 소상히 밝혔다. 그는 △ 안보동맹을 현실에 맞게 전환 △ 자유시장경제의 증진 △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 한미 간 인적교류 확대를 4대 목표로 제시했다.
새로운 동맹비전과 관련, 스티븐스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양국이 합의한 용산기지 이전이나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 대해 “매우 시기적절하고 현명한(sensible) 움직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경제적 발전과 군사 분야의 전력 향상을 반영한 것이고, 동북아시아 지역은 물론 세계무대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서울에 대사로 부임하면 한국 정부와 군부 관계자, 그리고 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기존에 합의된 전환(transformation)을 성공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물론 기존의 한미군사동맹을 강화시키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가장 주요한 우선순위”라는 얘기다.
중동에서 지속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속적인 참여 독려도 스티븐스 대사가 강조하는 부분.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한국 병력 파병을 요청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아프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한국의 새 정부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경제협력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문제와 관련, 스티븐스 차기대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이 최근 15년간 체결한 FTA 가운데 통상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미 의회의 비준 동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과 맺은 두 번의 인연
1990년대 초 1차 북핵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는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대한 의욕도 감추지 않았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 폐기를 이룬 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스티븐스 대사는 “북한과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논의하는 단계에서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탈북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인적교류의 확대를 통한 양국 간 교류협력의 증진 역시 최초의 여성 대사가 중점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분야다.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의 내년 초 실시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스티븐스 대사에게 1975년 첫 인연을 맺은 한국은 ‘기적’이기도 하다. 그는 8일 취임선서식에서 “믿을 수 없는 사실이겠지만 1975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은 600달러 수준으로 북한 GDP 수준과 비슷했다”며 “당시 한국인의 생활은 힘들다 못해 가혹할 정도의 가난에 시달렸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