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호

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 글·루엘 패션에디터 이혜진 eternits@hanmail.net/ 사진제공·루엘

    입력2008-11-03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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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가 이렇게 말했다. “슈트를 입은 남자는 정중해 보인다. 슈트는 그 사람의 지위와 인격, 그리고 스타일을 대변한다.” 하지만 그의 이 말이 슈트를 입은 모든 남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남자가 가장 친숙한 옷차림으로 슈트를 꼽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소홀히 접근하는 아이템이 바로 슈트인 탓이다. 어떤 패션 아이템보다 당신의 가치를 높여줄 ‘품위의 상징’ 슈트를 좀더 스타일리시하게, 그리고 한층 젊어 보이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을 공개한다.
    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강력한 트렌드의 물결에 휩쓸리기보다 묵묵히 자기 역할에 충실한 아이템이 있다. 거친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아이템, 바로 슈트다. 스타일 변화에 근원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남자들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건 그 때문이다. 문제는 슈트가 상대에게 신뢰감, 개성, 당신의 지위까지 알려주는 복합적인 성분의 패션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인 룰 하나만 삐끗해도 자칫 안 입느니만 못한 느낌을 전달하기 일쑤다. 잘 재단된 슈트를 고르는 것만큼 감각적인 스타일링이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슈트의 매력은 입는 사람의 체형과 딱 맞아떨어질 때 훨씬 커진다. 하지만 대한민국 남자들은 슈트를 어떻게 선택하는가. 언젠가 사석에서 어느 스타일리스트가 “‘국’ 자가 붙는 나라 중에 제일 옷을 못 입는 나라가 한국이고, 그 대표 아이템이 슈트”라고 말했을 때 동석한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 일이 있다. 그건 멋에 대한 철없는 욕구만 앞세워 자신의 체형도 고려하지 않고 아무 고민 없이 슈트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를 두고 한 얘기였다.

    비싼 값에 구입한 폼 나는 슈트를 두고 “조카가 삼촌 옷 빌려 입은 꼴”이라는 품평을 듣는 것만큼이나 억울한 일이 있을까. 그런 점에서 지난해 브라운관을 강타했던 ‘하얀 거탑’, 그리고 최근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열연 중인 김명민은 모르긴 몰라도 가장 대중적인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슈트에 관한 가장 나쁜 학습교재 중 하나로 TV를 꼽는 내게 김명민의 슈트 차림은, 이대호의 홈런에 열광하는 롯데 팬의 심정을 알게 해줄 정도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드라마 속 남자 배우들은 헐렁한 재킷과 팬츠, 손등을 덮는 셔츠 등 잘못된 슈트 스타일링을 전도했다. 반면 김명민은 잘 빚어진 항아리처럼 정교하게 피트된 슈트는 물론 베스트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어 일급 학습교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슈트의 첫째 매력은 ‘완벽한 피트’다. 아무리 멋지고 근사한 슈트라도 자신의 체형에 맞지 않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건,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룰이다.

    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1 타이 딤플(타이 매듭 아래 파인 주름)을 한쪽으로 치우쳐 매듭을 짓는다. 타이 뒷자락 역시 슬쩍 밖으로 빼내어 연출한다.



    2 슈트 라펠의 단춧구멍은 본래 꽃을 꽂는 용도로 쓰였다. 꽃 대신 브로치나 배지 등을 달기도 한다.

    3 슈트엔 무릎까지 오는 블랙 양말을 신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릴 것.

    이탈리안 트위스트 스타일 엿보기

    평소 밋밋한 슈트 스타일링에서 벗어나 색다르고 멋진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을 땐 이탈리아 남자들의 패션 센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고리타분한 룰에 자신의 감각을 볼모로 잡히지 않는 존재들 중 가장 뛰어난 사례가 바로 그들 아닌가. 그들의 재기발랄한 스타일링은 소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면 평범한 플라스틱 단추가 달린 재킷 대신 반짝이는 금장 단추가 달린 스리 버튼 네이비 재킷을 고르는 것처럼.

    이탈리아 멋쟁이들이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멋스럽게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자유로운 컬러 선택과 캐주얼 콤비네이션에 있다.

    이탈리아 멋쟁이들을 언급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트위스트 스타일’이다. 말 그대로 정형화된 룰을 과감히 깨뜨린다는 의미다. 타이를 스카프처럼 묶기도 하고 포켓 스퀘어를 꽂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특히 슈즈와 양말을 매치하는 감각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언젠가 밀라노 거리에서 브라운 옥스퍼드 슈즈(끈으로 매는 구두)에 와인 빛깔 스트라이프 양말을 갖춰 신은 한 노 신사의 모습을 발견하곤 황급히 셔터를 눌러댄 적도 있다.

    이쯤에서 일본 남자들 얘기를 빼먹을 순 없다. 이탈리안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는 일본 남자들은 아시아 남자들의 슈트 피트에 관한 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쿄 어느 거리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타이트한 슈트에 클레릭 셔츠를 갖춰입고 플라워 패턴 타이를 매며 슈트 팬츠는 발목이 드러날 정도로 짧게 입는다.

    이탈리아 슈트 브랜드 Z제냐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루스 몽고메리와 인터뷰했을 때 그가 이런 지적을 했다. “20~30대 한국 남자들이 스타일 변신에 과감한 한편, 40대는 매우 보수적이며 클래식한 의상을 선호한다. 극명한 대조다. 이탈리아 남자는 연륜이 묻어날수록 밝은 색상의 캐주얼 룩으로 젊게 입으려 노력한다.”

    거기에 덧붙인 그의 스타일 팁들. 슈트를 입을 때는 두 가지 이상의 색상을 섞지 않아야 한다. 한 가지 컬러는 반드시 블랙이나 그레이 등의 단정한 모노톤을 선택한다. 슈트를 멋스럽게 보이게 하려면 한 치수 작게 입어라. 마지막으로 벨트와 구두, 양말 이 삼형제는 패턴과 소재까지 맞춰 입어야 한다.

    세상 사람이 속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탈리아 남자는 스타일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틀린 생각이다. 그들은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어떤 옷을 입을까 궁리하고 장소와 상황에 맞게 연출하려고 노력한다. 타고난 센스보다 자신의 스타일에 심취하고 고민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탈리아 남자들의 매력적인 스타일링 노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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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컬러 아이템 도전기

    “대다수 남자는 액세서리를 마치 단순한 별책부록처럼 여긴다. 하지만 컬러풀한 소품 하나가 패션에 주는 힘은 실로 위대하다. 다시 언급하건대 다양한 컬러의 소품을 활용해 패션의 다양성을 시도하는 것을 멈추지 마라.”(에트로 브랜드 디렉터 야코보 에트로)

    가을은 블랙과 그레이의 단조로운 슈트가 빛을 발하는 최적의 계절이다. 이런 밋밋한 슈트 선택권 안에서 좀 더 감각적으로 옷을 입는 방법은 다양한 컬러 사용에 능숙해지는 것이다. 같은 디자인의 옷이라도 컬러에 따라 평범한 룩이 될 수도, 세련된 스타일이 될 수도 있다. 모노톤 일색인 슈트 스타일에서 포인트를 주는 아이템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밝은 그레이 슈트에 기본적으로 패턴이 없는 무지 타이는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중 컬러감이 강한 블루 계열이나 오렌지 계열 타이는 클래식 슈트보다 캐주얼한 아메리칸 슈트에 포인트 아이템으로 자주 응용된다.

    얼마 전 일본 출장길에 범상치 않은 스타일의 중년 남자를 목격한 일이 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브라운 슈트에 하늘거리는 블루톤 스카프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것도 한국 남자라면 꿈도 꾸지 못할 것 같은 페이즐리(올챙이 비슷한 무늬) 패턴 스카프였다.

    물론 아무나 이들처럼 과감한 스타일에 도전하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슈트 차림에서 벗어나려면 적어도 컬러풀한 소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당신이 그레이 컬러 재킷에 네이비 블루 포켓치프를 했다면 다음에는 조금 용기를 내어 골드 기운이 감도는 브라운 실크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다음 순서는 타이, 재킷 등 큰 아이템의 컬러 믹스다. 체크 재킷에 어울리는 밝은 브라운 컬러 크로스백은 기본이고 헤링본 재킷에 애니멀 프린트의 작은 브로치 등을 활용하는 건 어떨까. 돌조각처럼 굳은 한결같은 모양의 타이나, 제복처럼 획일화된 슈트 액세서리에서 디자인을 차별화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색상 선택이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유행에 둔감하다 못해 카키와 다크 그린의 경계조차 구분 못하는 남자들에게 다시 한 번 고한다. 컬러 아이템은 당신의 고루한 룩을 10년은 젊게 보일 수 있는 손쉬운 스타일 방식 중 하나라는 사실을.

    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1 딱딱한 타이보다 셔츠를 풀고 오렌지 색상 패턴 스카프를 러프하게 둘러보자. 한층 스타일리시해 보인다.

    2 평범한 실버 커프스 링크보다 블루 컬러가 가미된 커프스 링크는 슈트에 소소한 포인트를 준다.

    3 클래식한 체크 패턴 오렌지 색상 타이로 평범한 슈트 스타일링에 경쾌한 활력을 가미해 보는 건 어떨까.

    베이식 아이템의 색다른 매력

    브라운 슈트조차 도전하길 꺼리는 평범한 남자라면 어설픈 모험으로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것보다 안정적인 베이식 아이템을 충분히 활용하는 게 더 낫다.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슈트의 친구들 중 구두는 스타일을 완성시켜주는 첨병 같은 아이템이다. 여기서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 남자가 일주일을 무난히 보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구두는 과연 몇 켤레일까? 만약 당신이 전형적인 한국 남자라면 ‘달랑 한 켤레’라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슈트를 갈아입는 세련된 남자라면 기본적으로 최소 두 켤레의 옥스퍼드 슈즈와 캐주얼이 허용되는 주말용 로퍼(굽이 낮고 발등을 덮는 스타일의 구두)까지 세 켤레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남자는 1년 내내 한 켤레의 구두를 고수하면서 옷 잘 입는 남자로 보이길 원한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건 아니다. 과감한 도전정신은 부족하지만 멋진 슈트 차림을 연출하고 싶다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그리고 상황에 따른 아이템을 적절히 매치하면 된다. 화려한 색상이나 눈에 띄는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더하지 않아도 스타일리시해 보이는 방법은 있다. 소소한 슈트 액세서리인 타이 홀더와 타이 핀을 활용하는 경우가 그렇다. 타이 핀과 타이 홀더는 뻔하고 고리타분한 슈트 스타일링에 절묘한 방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남자가 이런 아이템의 매력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이 홀더를 하면 늙어 보이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은 쓰레기통에 처박는 게 낫다. 총천연색 타이나 캐릭터가 그려진 타이 등 위트도 아니고 애교도 아닌 엉거주춤한 타이를 고르는 것보다 심플한 타이 위에 아름답게 빛나는 타이 홀더를 선택하는 게 훨씬 스타일리시해 보인다.

    파리 출장에서의 일이다. 거리 곳곳에서 스타일 가이들이 넘쳐나는 와중에 유독 한 남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테라스에 앉아 대화를 나누던 그는 몸에 착 붙는 네이비 슈트에 블루톤 스트라이프 타이를 매고 있었다. 심지어 담배를 쥔 손가락 모양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듯한 느낌의 그는 말 그대로 스타일링 교본 자체였다.

    그의 스타일의 정점은 타이와 칼라 사이에 반짝하고 빛나던 칼라 바에 있었다. 주위 남자들에게 칼라 바를 적극 권한 건 그 이후였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팽개쳐두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액세서리가 칼라 바라는 사실을 목격했으니까.

    “멋쟁이의 대명사 이탈리아 남자와 클래식 슈트의 달인 영국 신사는 모두 값비싼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는다. 진정한 신사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옷을 입고 어디서든 그 스타일은 통용된다.” 키톤의 마스터 테일러 안토니오 마트리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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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굳이 험프리 보가트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페도라는 정직한 슈트에 신선한 매력을 부여한다.

    2 블랙 슈트와 화이트 셔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타이 대신 셔츠 단추를 풀고 러프하게 연출해 보자.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

    3 브라운 마블링 안경은 클래식 슈트와 캐주얼 슈트를 넘나든다. 베이식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아이템.

    4 멋스러운 와인 색상 슈즈는 브라운 슈트와 완벽한 한 쌍을 이룬다. 여기에 몽크 스트랩(금속 버클 장식) 디자인이 더해지면 좀 더 멋스럽다.

    역시 인터뷰 때문에 만났던 그는 베이식 아이템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에 대해 조언하며 로버트 레드퍼드가 애용했던 하이넥 칼라의 화이트 셔츠, 험프리 보가트의 브라운 페도라(챙 좁은 중절모)를 예로 들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신사는 파리에서 점심을 먹고 스톡홀름에서 저녁을, 서울에서 아침을 먹어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근사한 남자다”라고 덧붙였다. 세련된 남자는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항상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선호하는 화이트 셔츠나 브라운 로퍼 등 베이식한 아이템을 스타일링의 요소로 굳건하게 활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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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라가모

    트렌디한 슈트 스타일링

    슈트의 멋을 더해주는, 좀 더 젊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링 팁을 익히는 것만큼 중요한 게 바로 트렌드를 체크하는 것이다. 한발까지는 아니더라도 반 보 앞선 스타일 가이를 꿈꾼다면, 시즌마다 펼쳐지는 몇 개의 패션쇼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션쇼야말로 무한한 스타일링 팁으로 가득한 옷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네오 클래식(신고전주의) 룩을 선도하는 루이비통은 메인 컬러인 블랙에, 다크 그레이와 화이트 등을 적절히 배합해 격식과 자유분방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깔끔한 블랙&화이트의 미니멀한 슈트룩을 보여준 루이비통의 수장 마크 제이콥스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모던 룩에 독특한 타이 디자인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블랙만큼이나 감각적이지만 지적인 느낌을 더하는 다크 그레이와 화이트 컬러의 다양성은 개성 없는 평범한 슈트 스타일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입생로랑은 국내에서 여성복 브랜드의 느낌이 강한, 아직까진 남자들에게 생소한 브랜드다. 그러나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에서는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로 스타일리시한 남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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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 샌더

    대체로 슬림한 피트와 절제된 테일러링(재단)을 선보이는 입생로랑의 옷들은 색상이나 디자인이 화려하진 않지만 고급스럽다. 매 시즌 스카프 매치법을 제대로 보여주는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는 슈트 스타일링에 포인트로 스카프를 활용한다. 그는 브라운 색상으로 이루어진 간절기 룩에 도트(물방울 무늬)부터 페이즐리까지 다양한 패턴의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었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선사하는 아이보리, 캐멀 컬러 등 브라운 계열이 주를 이룬 입생로랑 컬렉션은 중후한 영국 신사의 복장을 재해석한 스리 피스 슈트(조끼, 재킷 바지를 갖춘 양복)와 더블 브레스티드(앞 여밈이 두 줄로 된 스타일) 슈트가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사실 남성복에는 어떤 장식도 필요치 않다. 단적으로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만들어내는 질 샌더 슈트가 그 예다. 슈트의 테일러링만으로 승부하는 이 브랜드는 몸의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내는 얇은 셔츠와 공기처럼 가벼운 슈트로 대변된다. 블랙과 그레이가 주를 이루는 질샌더 슈트는 슬림한 피트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미니멀리즘의 흐름과 맞물려 독창적이지만 과장되지 않은 슈트 룩을 선보였다. 니트와 가죽 소재 그리고 새틴 소재를 포인트로 사용한 소재의 믹스 앤 매치는 디자이너의 독특한 감각이 엿보이는 대목. 블랙 조끼와 블랙 코트 그리고 니트 장갑은 페라가모 쇼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내로라하는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이번 시즌 트렌드를 네오 클래식과 미니멀리즘으로 손꼽았다. 블랙과 그레이 그리고 화이트 색상에 니트, 가죽, 새틴 등 다양한 겨울 소재들이 적절히 매치되어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슈트 룩을 선보였다. 만약 당신의 옷장에 블랙 슈트와 화이트 셔츠 그리고 블랙 타이가 있다면 트렌드에 부합하는 스타일을 반쯤은 완성한 셈이다. 좀 더 감각적으로 보이려면 블랙 조끼와 그레이 스카프를 챙기는 센스를 발휘할 것. 과할 정도로 겹쳐 입는 레이어드 스타일이나 찢어 입은 듯한 티셔츠와 니트 등의 난해한 아이템이 없는 것도 평범한 남자들이 이번 시즌 컬렉션 트렌드를 쉽게 즐길 수 있는 이유다.

    T.P.O에 따른 하우투

    멋쟁이 이탈리언이나 런더너는 패션 월드에서 일어나는 시시각각의 유행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자신만의 스타일에 대한 이유 있는 고집, 즉 클래식 스타일의 교과서로 불리는 슈트 스타일의 오랜 숙성 과정이 있다. 이들에 비해 아직 스타일에 대한 확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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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상황과 장소에 따른 룩을 익히는 것이 먼저다.

    절대적 슈트 룰조차 지키지 못하는 평범한 남자들에겐 상황과 장소에 따른 룩을 갖추는 것이 먼저다. 여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동시에 스타일리시한 남자로 보일 수 있는 슈트 스타일의 대표적인 공식을 준비했다.

    비즈니스 클래스

    영국 신사들은 슈트의 역사를 재창조한 최고의 스타일 가이들이다. 이들의 대표적인 룩인 체크 슈트, 더블 브레티드 슈트 중 스리 피스 슈트의 존재감은 유난히 두드러진다. 신사다운 위엄과 기품을 상징하면서 유니크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리 피스 슈트는 이번 시즌의 키 아이템이기도 하다. 평범한 비즈니스 룩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슈트 스타일을 원하는 남자라면 스리 피스 슈트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비즈니스 미팅 때 혹은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에 딱딱한 네이비 스트라이프 슈트와 블루 스트라이프 타이 대신 멋스러운 스리 피스 슈트를 선택해 보라.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을 이 클래식한 패션은 상대방에게 비즈니스맨의 정중함과 신뢰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주말 오후 와인 파티

    주말 오후 근사한 와인 파티 현장. 크게 노력한 티가 나지 않으면서, 편안한 듯 멋스러워 보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브라운 슈트를 입어보라. 옷장에 걸려 있는 수많은 네이비 슈트를 두고도, 대부분의 남자는 또 다른 블랙 슈트를 구입한다. 자연스러운 멋이 드러나는 브라운 슈트는 격식 있는 네이비나 블랙 슈트보다 여유로우면서도 과하지 않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자신의 멋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파티 웨어에는 과감히 타이 대신 보타이를 매치해 보자. 보타이는 이미 많은 이가 애용하는 스타일 아이템 1순위에 올라 있다. 정중한 턱시도 대신 멋스러운 브라운 슈트에 보타이를 매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센스는 높이 평가 받을 것이다.

    캐주얼 프라이데이

    슈트를 잘 입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담백하면서 진중한 매력을 뿜어내는 그레이 슈트의 경우 스타일에 소심한 남자도 당당히 도전할 수 있는 손쉬운 아이템이다. 드레스 셔츠 대신 댄디한 와인 색상이나 블랙 셔츠를 입은 후 목을 꽉 조르는 타이는 과감히 던져버려라. ‘Less is More.’이 신선한 스타일은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도 간단한 슈트 스타일링 하나로 캐주얼하면서도 댄디한 감성을 드러낼 수 있다. 좀 더 정중한 드레스 업 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실크 스카프를 셔츠 사이로 슬쩍 드러내보라. 정중한 와인 파티에도 손색없는 룩이 된다.

    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에르메네질도 제냐 포멀웨어 디렉터.

    ▼ 디자이너들의 나만의 스타일링 팁

    명민한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 연출에 도가 튼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들은 독특한 스타일 공식과 슈트를 제대로 입는 방법을 소개한다.

    알도 보넬리 -란스미어 마스터 테일러

    “컬러 선택에서는 네이비 컬러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그것에 어울리는 다른 컬러들을 발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나는 이탈리아의 패션을 고수하면서 패턴이 큰 체크와 미세한 스트라이프가 있는 슈트를 즐겨 입는다. 물론 재킷과 블레이저를 가지고 다양한 색상의 팬츠와 셔츠, 타이를 매치하는 놀이도 항상 즐긴다. 몸에 착 감기는 드레스 셔츠와 멋스러운 브라운 옥스퍼드 슈즈, 질 좋은 가죽가방으로 힘을 주면 멋진 신사가 될 수 있다.”

    엔조 달레산드로- 에르메네질도 제냐 포멀웨어 디렉터

    SUIT 클래식 슈트, 10년 젊게 입기
    “한국 남자 대부분은 슈트를 고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 몇 분에 불과하다. 쇼윈도에 세워진 마네킹의 퍼펙트한 피트에, 혹은 매장 직원의 어설픈 감언이설에 속아 별다른 고민 없이 구입한다. 진정 슈트를 고르는 데 필요한 시간이 눈에 번쩍 뜨인 셔츠나 액세서리를 고르는 시간보다 짧다면 문제 있는 거 아닐까. 기성복을 결정할 때는 비즈니스맨이 중요한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만큼이나 신중해야 한다. 또한 밖을 나서면 모든 남자가 똑같은 팬츠를 입고 구두를 신고 있다. 맞춤 슈트가 아닌 기성복을 입는다면 당신은 좀 더 특별한 개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크 그레이 슈트에 평범한 블루 타이 대신 와인 색상 타이를 매는 것처럼 말이다. 남다른 색상 선택 하나만으로 한층 감각적으로 보일 것이다.”

    막시 밀라노- 살바토레 페라가모 남성복 디자이너

    “옷을 잘 입는다는 건 여러 사람 속에 섞여도 나를 돋보이게 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스타일 도구가 화이트 셔츠다. 화이트 셔츠를 입을 때는 다른 옷과의 바리에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남자들은 항상 베이식한 아이템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깨고 그 이상을 봐야 한다. 만약 당신이 ‘화이트 셔츠가 다 똑같지 뭐’라고 생각한 순간, 이 훌륭한 아이템은 말 그대로 ‘속옷’으로 전락한다. 단, 수많은 화이트 셔츠 속에서 당신의 체형과 개성에 맞는 화이트 셔츠를 찾아야 한다. 맨몸에 셔츠 입기를 최초로 실천한 배우 클라크 게이블처럼 화이트 셔츠에 대한 고리타분한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링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보다, 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멋지게, 좀 더 젊게 입는 비결을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욕심이 있어야 한다.’ 옷을 잘 입겠다는 욕심조차 없다면, 옷 입기는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없다. 스타일이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시도할 수도 있고 포기해 버릴 수도 있는 문제다. 만약 현재 당신의 밋밋한 슈트 스타일이 고민이라면 지금 당장 옷장부터 확인해보라. 그리고 앞에 제시한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도해보라. 언제나 그렇듯 스타일링은,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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