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호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병의원 영리법인, 민간투자, 비의료인 개설… 허용계획 없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8-11-05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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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라민 늑장대응은 식약청의 판단 실수… 내 잘못도 있다”
    • “모든 과자 사진 DB화, 첨가물·중금속 전담부서 둘 것”
    • 판매중지·수거 대상… 바코드 인식화, 문자메시지 발송 검토
    • “농림부는 식품 진흥에 중점, 안전관리는 식약청으로 일원화”
    • “식품안전사고 대처 매뉴얼 새로 만들어 직접 교육할 것”
    • 이봉화 차관 쌀 직불금 수령…“국민께 심려 끼쳐 죄송”
    • 병의원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있을 수 없는 일”
    • 흉부외과·산부인과 의사 기술료 현실화…“하는 데까지 해보겠다”
    • “국민연금 불입금 · 소득 기준 올리고, 건강보험은 계획 없어”
    • “다자녀 가구 국민연금 혜택, 시험관 아기 국고지원 늘릴 것”
    • 차기 경기도지사 출마설(說)… “저는 행정이 본업 같아요”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미국발 금융위기가 마수를 드러내던 지난 9월 초, 중국에서 ‘식품대란’이 일어났다. 중국의 몇몇 축산농민이 우유 원액에 첨가한 ‘멜라민’은 이후 분유로 만들어져 4명의 중국 아이를 죽이고 수천명에게 신장 질환을 일으켰다. 멜라민이 든 중국 분유와 1차 가공품, 식품재료가 전세계에 팔려나가 또 다른 식품의 원료로 쓰인 게 밝혀지면서 지구촌은 온통 중국발 오염식품 공포에 휩싸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9월11일 중국 언론에 첫 보도가 나온 후에도 우리 식품관리 당국은 눈만 껌뻑거린 채 “우린 중국으로부터 분유를 수입한 적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10여 일이 지난 9월22일 뒤늦게 중국산 유제품 식품 전반에 대한 시험검사를 시작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10월6일에야 모든 검사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중국산 분유로 만든 과자 10개 품목에서 멜라민이 검출됐고, 분유 원료인 락토페린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헛갈리고 분통이 터졌다. 우유와 분유 빙과류에 대한 안전관리는 농수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과자와 같은 유제품 함유 가공식품에 대한 지도단속은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 산하 식약청이 하도록 규정된 식품관리 안전체계 때문이었다. 복지부에 물으면 농림부에 물어보라 하고, 농림부에 물으면 복지부 소관이라고 하는 식. 10월 초 시작된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윤여표 식약청장은 “분유가 농림부 소관으로 신경이 덜 쓰인 부분이 있다”고 말해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멜라민 파동으로 식약청은 올 국감에서 시쳇말로 박살이 났다. 그런데 그 지휘감독기관인 복지부의 국감장 분위기는 의외로 조용했다. 진지한 비판과 대화의 장이었다고 할까. 그 이유는 8월6일 취임한 전재희(全在姬 · 59)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전향적인 피감 태도 때문이었다. 전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멜라민 사태 늑장 대처 지적에 대해 “늑장 대응을 인정한다.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고, 식품안전관리 일원화에 대해선 “식약청을 통해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당당히 말했다. 사안마다 잘못한 내용을 스스로 지적하며 에두르지 않고 정확하게 답하는 장관의 태도에 의원들은 도리어 말문이 막힐 지경.

    “에누리 없이 말하자”



    국감이 한창이던 10월10일 오후 5시 서울시 종로구 계동 복지부 장관실에서 전 장관을 만났다. 국감, 각종 행사 등 장관의 바쁜 일정 때문에 인터뷰는 예상시각보다 1시간가량 늦게 시작해 저녁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이 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복지부 장관 인터뷰이자 전 장관 부임 후 첫 단독 인터뷰. 이번 정권 들어 여론이 들끓는 큰 사건이나 이슈가 있는 부처의 장관이 인터뷰를 회피하거나 뒤로 미루는 게 상례였지만 전 장관은 달랐다. ‘멜라민 국감’으로 피곤에 절어 있는 상태에서도 “매 맞을 건 맞아야지”라고 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행정고시 합격자이자 지역구(경기도 광명을) 3선 의원인 전 장관은 한나라당의 제3정조위원장과 정책위의장을 지낼 만큼 ‘기획통’으로 소문이 나 있다. 지난 대선과정, 이명박 후보의 보건복지 공약 중 일부는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차분하고 강인한 ‘철녀(鐵女)’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말 속에는 서민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묻어나왔다.

    ▼ 이번 국감에서 정치인답게 노련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노련한 게 아니고 솔직했을 따름이죠. 제 신조가 ‘에누리 없이 말하자’입니다. 사실대로 말하고 지킬 수 있는 말만 하라는 거죠. 사람인 이상 실수도 할 수 있으니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얘기하고 고쳐나가자, 그리고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정감사가 행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감사를 많이 해보지 않았습니까? 국정감사에서 비판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면 어떤 사안은 몇 달씩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를 겸허히 수용하면 우리의 허점을 발견하고 그 대안을 찾을 수 있죠. 결국 행정이 발전하는 것 아닙니까.”

    ▼ 국감에서 멜라민 파동과 관련해 두 가지 늑장대처를 인정한다고 하셨는데요.

    “언론에 보도됐을 때 바로 멜라민 함유 의심 식품에 대한 시험검사에 들어가지 못한 것과, 검사에 들어가면서 중국산 분유 첨가물로 만든 식품에 대해 즉각 판매중지를 못한 것입니다. 수거 작업은 계속됐지만 판매중지를 하지 못했지요. 제 생각에도 그 두 가지는 정말 잘못한 대처입니다.”

    ▼ 장관이 말씀하신 언론보도가 중국 언론입니까. 한국 언론입니까.

    “중국 언론이든 한국 언론이든 식품에 위해 우려가 있다는 보도가 났으면 그 보도의 진위를 확인할 것 없이 바로 수거검사에 들어가는 게 정도(正道)죠. 그런데 우리 식약청은 중국에서 확인보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렇게 된 겁니다. 시간을 놓친 게 잘못이죠. 그런 취지에서 그 다음 언론에 보도된 락토페린 건과 중국 채소(상추) 건은 보도 즉시 사후 처리가 이뤄졌습니다. 보도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식품에 대한 위해 우려가 제기되면 언론보도든, 소비자 고발이든 재빨리 그 위해 여부에 대해 검사부터 하는 게 순리입니다.

    판매중지도 그래요. 관련 제품이 워낙 많다 보니 검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그러면 판매중지를 시켜놓고 검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던 거죠. 늦었던 겁니다. 문제 제품도 실제 수거에 나서보니까 체계를 좀 더 정교화해야겠더군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겠습니다. 수거대상에는 제조업체, 수입업체, 유통업체 등이 있는데요. 제가 생각할 때 큰 업체들은 괜찮은데 작은 구멍가게 같은 곳들이 문젭니다.”

    왜 우리만 패는가?

    전 장관은 야당 의원이 무색할 정도로 멜라민 파동 과정에서 드러난 식약청의 문제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중국의 언론매체가 멜라민 파동을 보도한 날은 지난 9월11일, 식약청이 유제품 함유 중국산 식품 428개 품목에 대한 검사에 나선 시점은 9월22일이었다. 이번 국감에서 멜라민 파동과 관련해서는 여야 의원이 따로 없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소매상의 멜라민 함유 과자들의 수거 문제를 들고 나왔다.

    ▼ 작은 가게들에 널리 퍼져 있는 제품 수거를 촉진할 다른 대책이 있나요.

    “참 어렵죠. 이번에 보니까 거기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어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은 판매중지된 품목이 무엇인지도 잘 몰라요. 일반 소비자도 과자 이름과 실제 모양이 잘 연결되지 않는 거죠. 처음에 판매중지 품목이 305개나 됐는데 과자포장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과자 내용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샘플이 (식약청에) 없었습니다. 수거하기 전에는 서류에 이름만 달랑 써 있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독하게 마음먹었습니다. 수입이건 국산이건 국내에서 제조·판매되는 모든 과자류의 겉포장과 그 내용물을 따로 사진 찍어 DB화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 사이트에 들어와서 제품 이름만 클릭하면 과자의 모양이 딱 뜨는 거죠. 이런 식으로 문제들을 차곡차곡 해결할 겁니다.”

    ▼ 박근혜 의원이 작은 가게들엔 판매중지 품목을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방안을 제의했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있습니까.

    “관련법에 저촉이 되는지, 휴대전화 통신회사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또 협조해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죠. 이번처럼 수백개 식품이 동시에 문제가 되는 상황은 잘 없을 테고, 한두 제품이 문제가 되면 ‘실종미아찾기’ 메시지처럼 ‘이게 지금 회수품목이고 판매금지 품목입니다’라고 보내서 소매상의 협조를 얻을 수 있겠지요. 그러면 굳이 인터넷을 확인해 보지 않아도 됩니다. (실현이 가능한지) 한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 박 의원이 이번에 보건복지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신 것 같던데요.

    “그분이 원래 공부를 많이 하시잖아요. 내공이 있으십니다.”

    ▼ 사실 이번 멜라민 파동은 농림부와 복지부 양쪽에 다 걸리는 문제인데 언론도 그렇고 국감도 그렇고 유독 복지부만 비판하는 것 같은데요.

    “양쪽 다 문제가 있는 건 맞는데…. 사람들은 식품의 안전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우선 식약청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식품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의 상당 부분이 농림부에 있는 걸 국민이 잘 몰라요. 심지어 식약청 홈페이지에는 분유에 대한 멜라민 함유 검사를 해달라고 조르는 분이 너무 많아요. 사실 분유는 복지부 소관이 아니라 농림부 소관이거든요.”

    식품안전, 총리실 중심으로

    ▼ 식품안전 관리 일원화와 관련해 복지부와 농림부는 각자 서로의 입장에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열음이 일었는데요. 장관도 국감에서 “식약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압니다만.

    “농림부가 식품 쪽을 관장하게 된 이유는 처음부터 안전문제 때문이 아니라 농어촌에서 1차 생산물로 제조가공품까지 만들면서 산업육성과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차원이었죠. 1차 농수산물을 재료로 하는 식품산업의 육성과 진흥 쪽은 농림부가 많은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게 맞죠. 그러나 안전에 대한 부분은 식품과 약품을 함께 해야 합니다. 만약 식품의 생산을 진흥해야 하는 업무와 식품안전에 대한 감시를 담당하는 업무를 한 부처에서 같이 하게 되면 결국 어디에 주안점이 두어지겠습니까. 자연적으로 생산을 진흥하는 쪽에 중점이 두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많은 나라가 식품의 생산 진흥과 안전관리를 분리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렇다고 약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농림부에서 할 순 없는 것 아닙니까. 지금도 아주 우스워요. 예를 들어 똑같은 한약재인데 삼계탕에 넣으면 식품이 되고 한약에 넣으면 약품이 됩니다. 식의약품의 안전은 한 곳에서 관리하는 게 원론적으로 맞습니다. 그러나 식품안전 관리의 일원화 문제를 서두를 것은 못 됩니다. 너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조정은 힘든 측면이 많아요. 지금 당장 중요한 일은 천천히 논의해가면서 식품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안 생기도록 하고 부처 간에 중복과 충돌을 피할 수 있게끔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지요. 국무총리실의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그 기능을 담당할 겁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멜라민 파동으로 구매자의 발길이 끊겨 텅 빈 편의점 스낵코너.

    이와 관련, 장태평 농림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식품안전관리의 일원화는 식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농림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 등 농림부와 복지부는 너무 많은 부분에서 서로 함께하는 일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불협화음이 불거졌고 어떨 때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어떨 때는 서로 공을 다퉜다.

    ▼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총리실의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그 기능을 제대로 하도록 하시겠다는 게 한승수 총리님의 의지이고 또 열심히 하시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식품안전관리 일원화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할 일이지 단기적으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국민 다수는 식약청으로 (일원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실제 다수가 그렇게 얘기를 하고요.”

    ▼ 멜라민 파동이 언론에 의해 너무 부풀려졌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사실 이번에 문제가 된 식품들은 성인 기준으론 건강에 큰 영향은 없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음식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게 들어간 것이니 철저하게 가려내야죠. 통상 건강한 사람에겐 별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 위험 정도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른 것 아닙니까. 따라서 그런 일이 생기면 철저하게 대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식품행정도 한 단계 올라가죠.”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9월26일 멜라민 파동 점검차 식약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있으나마나 매뉴얼

    멜라민 파동과 관련해 국립독성연구원 관계자는 기자회견 때마다 “과자에서 나온 멜라민의 양이 경미해 하루 이틀이면 모를까 매일 같은 과자를 7~8개씩 장기간 먹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지에선 ‘멜라민 공포 조성이 지나치다’는 기사도 내놓았다. 하지만 전 장관은 이번 파동을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고 그냥 말만으로 넘어갈 태세도 아니었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입니다. 이런 식품사고에 대비한 종합 매뉴얼을 만들려고 합니다. 법을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품사고가 생겼을 때 식약청과 제조업체, 여타 공직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할 일을 매뉴얼로 만드는 거죠. 공무원들이 순환보직되니까 새로운 담당자가 일을 맡을 때 사고가 터지면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이번처럼 해외에서 뭔가 이상한 보도가 있으면 바로 수거검사에 들어가고 판매중지를 한 다음 수입업체와 유통업체, 생산업체,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국무조정실과 교과부 등 유관기관은 어떤 시점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만들어야죠. 매뉴얼만 보면 확실하게 각자가 분업이 되도록 말입니다.”

    ▼ 아직 그런 매뉴얼이 없습니까?

    “김치파동 당시 매뉴얼이 만들어졌는데요. 제대로 만들었는지도 의문이고, 아는 사람도 없고, 또 그 매뉴얼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도 안 돼 있어요. 그래서 공무원은 법전 보다가 시간 다 보냅니다. 이번에 매뉴얼을 새로 만들면 복지부 직원 교육을 제가 직접 하겠다고 그랬어요. 지방 보건환경연구원도 마찬가집니다. 모든 게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도록 해야 해요. 이전에 말한 과자류 사진 DB화 작업도 그렇고요. 지금 바코드로 판매중지되거나 회수 가능 품목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 중입니다. 이런 작업이 행정을 한 단계 올리는 거죠. 사건이 생겼다고 그때 수습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 멜라민 분유에 대한 중국의 보도가 나오기 전에 식약청에서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2007년 5월에 중국대사관에서 멜라민 사료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그때 27개 품목인가를 조사했는데 검출이 안 됐다고 합니다. 아마 멜라민 그릇에 대한 이야기가 와전된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의 문제는 중국의 공식보도가 나오기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던 데 있죠. 식약청의 판단 실수입니다. 저도 장관으로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잘못한 것은 맞지요.”

    ▼ 정말 솔직하시군요. 이번 일을 계기로 멜라민을 비롯한 각종 독성 식품첨가물에 대한 국내기준을 새로 만들고 중금속에 대한 기준도 확립할 의향은 있는지요.

    “지금도 만들어놓은 건 많죠. 자꾸 새로운 게 발견되니 끊임없이 첨가해나가야지요. 이미 만들어놓은 기준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갱신, 보완해가야 하죠.”

    ▼ 지금껏 그래왔듯 또 흐지부지되는 것 아닙니까.

    “전담조직을 둘 생각입니다. 장관이 바뀌든 말든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요즘은 언제 어디서든 정보 검색이 가능한 인터넷 시대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새로 추가되는 항목은 바로 확인이 가능하죠. 그런 게 있다면 정보를 수집한 다음 우리 수준에 맞는 기준을 만들면 됩니다. 예산을 조금만 확보하면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 식약청이 식품안전 사고가 있을 때마다 대처가 너무 굼뜨고 많은 실수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식약청의 기능을 복지부로 대거 이관할 생각은 없습니까.

    “식약청은 엄연히 독립관청입니다. 물론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기는 하죠. 하지만 장관은 식약청 인력의 맨파워 형성이 필요할 때 지원하는 일을 할 수 있지만 식약청의 할 일을 복지부가 하는 건 행정이 거꾸로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와 관련해 전 장관은 이번 국감에서 식약청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의원님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잘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감 기간 내내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대안을 내놓든가 부하 직원들의 용서를 빌었다. 여권 실세의원 출신 장관의 읍소에 야당 의원들까지 기분이 으쓱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지난 4월 총선 개표 당시 모습. 당시 전재희 장관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다.

    ▼ 그래도 실수한 공직자에 대해 책임을 지워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안 하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보통 장관이 돼서 오면 ‘인사 청탁 하지 마라, 안 들어준다.’ ‘잘못하면 내가 혼내줄 거다’ 이렇게 일성을 꺼내죠. 저는 그런 얘긴 안 합니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는 거지 그걸 왜 굳이 말로 합니까. 필요할 때 그냥 하면 되는 거죠. 오히려 지금은 ‘국민을 위해 정말 몸 바쳐 열심히 일합시다’라고 말할 때입니다.”

    ▼ 국감 중에 이봉화 차관이 쌀 직불금을 탈법 수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공직자도 보통 사람이죠. 그럼에도 국민은 공직자에게 성직자와 같은 도덕적 기대와 수준을 요구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부에서 같이 일하시는 차관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전 장관은 몇 번씩 이어지는 기자의 질문에 무척 곤란해하며 억지로 입을 열었다. 지극히 원론적인 말 같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아주 심각하게 해석할 수도 있는 답변. 이 차관은 현재 직불금 취득과 관련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당 내 일각에서도 ‘자진사퇴’ 여론이 일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근무했으며 올 2월 차관이 될 때까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 지난 2004년에 경인식약청 단속 직원의 향응접대 사건이 국감에서 이슈가 됐는데요. 악재가 겹치는 것 같습니다.

    “그거는 좀…. 저는 잘못한 것을 잘했다고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민주당 의원님이 2004년도 것을 지금 들고 나와서 뭔가 있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 그때는 민주당(열린우리당)이 여당이자 정권을 잡고 있을 때죠.

    “예. 그런데 문제는 일반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는 거죠. 지금도 그런 직원이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10년 전에 있은 일이라도 잘못한 건 맞습니다.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정부감사에서 지적된 4년 전 일을 들춰내 또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뉴스화하는 데 대해선…. 글쎄요. 공무원의 책임이 참 무겁구나 하고 통감할 따름입니다.”

    “국가 책무 포기하자는 건가”

    ▼ 병원의 영리법인화와 민간자본 투자허용, 비의료인 병의원 개설에 대한 장관의 입장은 어떠십니까. 지금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그것 때문에 난리인데요.

    “전혀 계획에 없습니다. 영리병원 도입은 제주특별자치도에 한해 시범적으로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주민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에 현재는 정부가 별달리 추진하는 일이 없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에 있던 병의원에 대한 민간자본 투자허용 방침(공익 투자법인제도)도 검토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또 비의료인에게 의료기관 개설권을 인정하는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은 도입이 결정된 것이 아니고 앞으로 (기획재정부에서) 도입을 한번 검토해보겠다는 것으로, 보건의료 인력은 국민의 건강, 생명을 다루는 만큼 다른 전문자격과 동일한 맥락에서 검토할 수는 없잖아요. 따라서 (보건의료 인력과 관련한)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 방안의 내용을 보건의료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합니다.”

    전 장관의 이 발언은 의료계와 관련 단체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발언으로, 이번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복지부의 입장이 공식 개진된 것이다. 비의료인에게 의료기관 개설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선진화 방안은 지난 9월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했으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양 협회는 이를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육탄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

    기획재정부는 이와 함께 1인 의사의 2개 병원 이상 설립 허용 등 많은 안을 내놨으나 복지부 측은 모두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 문제는 보건시민단체와 재야단체 모두 반대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전 장관과 복지부는 병의원에 대한 민간자본 투자허용 방안과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권 허용 방안을 모두 거부함으로써 ‘효율과 성장’을 강조하는 기획재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 의협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자는 건의안을 냈는데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그거 안 됩니다. 우선 밝힐 것은, 저는 누구편도 아니고 무조건 국민 편입니다.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면 환자가 별로 없는 병의원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건강보험 환자를 안 받을 것이고 환자가 많은 병의원은 건강보험 대신 자기 마음대로 환자에게 높은 치료비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국민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는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집니다. 그들이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어떻게 대할지는 뻔한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돈 때문에 국민이 제때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지요. 이는 국가의 책무를 포기하자는 겁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전 국민개보험 체제하에선 당연지정제 폐지는 있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도 복지 관심 많다”

    ▼ 의약분업은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 이라고 하는 DJ 정권에서 시작됐는데요. 폐지할 의향은 없는지요. 의협이나 한나라당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데.

    “행정은 일관성을 잃어버리고 왔다갔다 하면 너무나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개혁을 주저해서도 안 되겠지만 일관성을 가져야 합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고 이래서는 안 되죠. 제도도입 당시에는 설령 반대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 제도를 보완·발전시켜 나가야 지 그것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발상은 안 되죠. 사실 제가 의원 시절에 행정수도 이전 반대한다고 단식투쟁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행정의 일관성 측면에서 보면 그건 지금 되돌릴 수 없습니다. 행정이 일정한 궤도를 달려왔으면 그 궤도에서 보완·발전시켜야 합니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미래지향적으로 개혁을 해나가야죠.”

    ▼ 일반적으로 이번 정권은 효율과 성장, 개발, 이런 어젠다에 관심이 많은데요. 혹 장관의 이런 행보가 대통령의 경제철학과 맞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분도 어렵게 성장하셨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을 잘 알죠. 모든 저소득층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중산층이 돼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바람입니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경제 쪽이 너무 부각되다 보니 대통령의 나눔이나 분배에 대한 철학이 덜 알려져서 그렇습니다. 실은 삶으로부터 배운 복지철학이 그분의 가슴에 바탕으로 깔려 있습니다. 생애 희망디딤돌 7대 프로젝트는 대통령님이 후보 시절 저와 함께 만들었죠.”

    ▼ 나눔이나 분배를 강조하면 아직도 좌파라고 여기고 복지부를 예산낭비 부서로 여기는 부처의 일부 각료와 의원들도 있는데요.

    “지금 15세기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제가 알기론 그런 분 없어요.”

    ▼ 그래도 애로가 있을 텐데요.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했던 선배 장관님들과 만나 한 수 가르쳐달라고 얘기를 해봤죠. 그런데 그 정부하에서도 보건복지 예산 따기는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쓸 곳은 많고 돈은 한정되어 있고 이러다 보니 필요한 만큼의 재원과 인력을 확보하는 건 늘 지난한 일이죠. 대통령께서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것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그런 것 아닙니까. 경제는 그 방편일 뿐이라는 걸 잘 아십니다. 복지에 대해 관심이 많으십니다.”

    ▼ 의사들에게 지급되는 건강보험 수가가 실제 의료행위에 대한 실보상이란 측면에서 매우 잘못 책정돼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흉부외과 의사 지원자가 없어 10년 후에는 중국 가서 심장수술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한 산부인과 선생님을 만났더니 이러더군요. 며칠 걸려서 나온 아기나 금방 나온 아기나 수가가 똑같다고요. 그래서 나온 말이, 강아지 분만비보다 산부인과 분만비가 싸다는 푸념이죠. 그래서 이렇게 하려고요. 외과, 흉부외과, 결핵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등 진료의사가 부족한 과는 제가 일단 각 학회의 의견을 들어서 기술료를 점점 현실화하는 쪽으로 가려고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왼쪽부터 1973년 여성 최초 행정고시 합격 당시, 1990년 노동부 과장시절, 1995년 광명시장 때의 전재희 장관의 모습.

    軍 경력보다 출산에 더 지원

    ▼ 국민연금 바닥론이 아직도 흘러나옵니다. 유시민 전 장관 때 만든 개혁안을 그대로 둘 건가요.

    “사실 그건 유 전 장관님의 안이 아니죠. 당시 진통이 있었지만 국회에서 결론이 난 거죠. 보험요율은 12.9%까지 올리고, 수급률은 50%까지 낮추는 걸로 돼 있죠, 아마. 복지부안도 아니고 한나라당안도 아니고 민주당안도 아니고 절충된 안이 통과됐는데요. 손을 대긴 대야 합니다. 연금 여유자금 운용체계 개편안이 지금 국회에 올라가 있고요. 그 다음엔 국민연금 최고 불입금이 1회당 360만원인데 이걸 고쳐야 합니다. 기준소득도 그 수준 이상인 사람도 많고 솔직히 말해 은행에 그 돈 넣고 이자 받는 것보다 국민연금 넣는 게 오히려 나은 게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기준소득의 하한가와 상한가를 올리는 작업도 할 겁니다. 단계적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끊임없이 개편해나가야 됩니다.”

    ▼ 건강보험이 올해도 적자입니다. 보험요율을 올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건강보험 보험요율 체계를 바꾼다는 생각은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다.”

    ▼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 인수 참여를 포기한 것 때문에 말이 많은데요.

    “그건 연금공단 내부 메커니즘으로 자율결정된 겁니다. 전문가들이 하는 것을 장관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거죠.”

    ▼ 사실 현재 30대들의 노후는 지금 갓 태어난 아이들이 책임을 지게 됩니다. 아이를 안 낳으려는 젊은이가 너무 많습니다. 국가적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때(30대들이 늙을 때)쯤 되면 젊은 세대 3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엄청난 부담이죠. 아마 ‘돈 못 내겠다’고 넘어질지도 몰라요. 그래서 우선 낳으려고 해도 자연임신이 불가능한 부부를 위해 시험관아기에 대한 국가지원을 연 2회에서 3회로 늘렸습니다. 다자녀 가구에 대해선 현재 12개월의 국민연금 혜택을 24개월로 늘리려고 하고요. 건강보험도 혜택을 주려고 합니다. 군 가산점보다 아기 많이 낳은 세대에 대한 지원이 더 많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국가의 근간은 인구로부터 시작됩니다. 아기를 안 낳으면 얼마 안 돼 동해물과 백두산이 진짜 마르고 닳습니다.”

    정 많은 보통 아줌마 ‘전재희’

    ▼ 정부 여당에서 군 가산점에 대한 국민연금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도 6개월 정도 혜택을 주고 있는데요. 혜택을 늘리는 문제는 먼저 가입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저출산 대책과 달리 국가가 지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깔끔하고 단정한 외모와 달리 전 장관의 어린 시절은 그 또래들이 그랬듯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먹을 게 없어서 개멀구(개암) 열매를 따먹으러 다니고 고교 진학도 포기할 뻔했다. 대구여고와 영남대 재학 시절에는 책 한 권 사려고 푼푼이 돈을 모으고 과외선생도 했다. 대학 4년 내내 장학생이던 그는 헌책방과 서점에서 도둑공부를 하며 여성 최초로 행정고시에 합격했다(1973년). 그 후 30여 년 동안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노동부에서 보냈다. 노동부에서의 공직생활은 그의 의원 생활에 많은 가르침을 줬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환경노동위와 보건복지위 등 서민 관련 상임위만 고집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 어린 시절의 가난함이 장관직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가난하게 산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저는 그 때문에 서민들의 삶을 제 뼛속 깊이 체득하고 있어요. 또 그 때문에 강인해졌죠. 가난이든 질병이든 외로움이든 실패든 극복할 수만 있다면 꼭 겪어보는 게 삶을 훨씬 풍요롭게 만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 대구여고 출신 중 가장 출세한 분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영부인이 계시잖아요. 저보다 훌륭하신 분이 많습니다.”

    ▼ 노동부에서 오랜 공직 생활을 했는데 보건복지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뭘까요.

    “그건 제가 광명시장 할 때 시민들과의 약속 때문이라고 할까요. 광명에 서민들이 모여 살잖아요. 하안3동이라는 동네를 가면 기초생활보장대상자가 600~700명 돼요. 보통은 한 동(洞)에 10~15명밖에 안 되는데요. 17대 총선 때인데 유세를 하는데 가슴이 딱 막히고 자꾸 눈물이 나서 연설을 못했어요. 참담한 현실 앞에서 목이 멨죠.(장관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그때 저는 ‘국회의원이 되면 없는 사람의 대변자가 돼 일해드릴게요’,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 강인하게만 보이는데 굉장히 따뜻한 면도 있으시네요.

    “보통 아줌마죠. 대한민국의 보통 아줌마요.”

    여의도 정가에는 이런 말이 있다. ‘국회의원은 누구나 금배지를 다는 순간 대권을 꿈꾼다.’ 사실 전 장관은 3선 의원 경력에다 관선, 민선 시장 경험까지 있어 정가에서 차기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인물.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의 차기 대선출마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런 말이 설득력을 얻는 건 당연해 보인다. 기자가 집요하게 ‘도지사 출마 안 하냐’고 묻자 전 장관은 계속 말꼬리를 돌리다 “나는 행정이 본업 같습니다. 지금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만 했다. 그런데 “행정이 본업”이라는 말이 기자에겐 도지사를 하고 싶다는 말로 들리는 건 왜일까.

    ▼ 정말 도지사 출마 안 하실 건가요.

    “아시다시피 지난번에 제가 경기도지사 경선 출마했다가 허리를 삐끗했잖아요. 그때 왠지 정치는 저와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행정이 내 본업 같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일단 장관직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러곤 의원직으로 다시 돌아가 숨을 고르고 싶어요. 저 정말 일생 동안 단 한번도 못 쉬었어요. 너무 고단하게 달려왔습니다. 올해도 휴가 가려는데 장관직에 내정됐다고 통보가 왔어요. 어쨌든 지금 상황에선 제 스스로 도지사 경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 알고 보면 많이 내성적입니다.(웃음)”

    “나는 복지부에 입대했다”

    ▼ 의원 시절 국감 때마다 전재희 의원실은 대안 없는 질의는 안 한다고 정평이 났는데 장관으로서 그때를 돌아보면 어떤가요.

    “저는 의원시절 제 질의를 복지부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는 복지부가 조금만 노력하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질의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유시민 장관의 건강보험료 미납 문제를 따진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 다소 있었죠. 뭐, 정책적 질의이기도 했지만 정치성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죠. 그 외에 저는 대안 없는 비판을 한 적은 없습니다.”

    ▼ 광명시의 가난한 서민들 중 전 장관 팬이 많은데요. 혹 요즘도 보십니까.

    “복지부 장관으로 ‘입대’했는데 어떻게 봅니까. 저 요즘 군대 왔잖아요. 보통 땐 장관실에 오전 6시45분, 늦으면 7시30분에 도착합니다. 저녁엔 결재 끝나면 8시, 9시. 제대해서 돌아가면 보겠죠. 그런데 마음만은 항상 그분들을 위해 살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이 그분들을 돕는 것이니까요.”

    ▼ 살면서 가장 감동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Beloved(노벨상 수상작가 토니 모라슨의 작품)’ 보셨어요? 남북전쟁 시기의 미국을 배경으로 흑인 노예제도의 실상을 그린 책이죠. 한 시대의 어떤 제도가 인간의 생명에 대해서 얼마나 폭압적으로 작용하는지를 너무나 잘 드러낸 책입니다. 여러 사람에게 선물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도 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 보건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권하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저는 바지락 칼국수 좋아해요. 가격도 저렴하고. 국민건강을 위해선 일단 물을 많이 드실 걸 권하고요. 국민께는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비벼 먹는 비빔밥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아파트에서도 채소 키우기가 쉬우니까요.”

    전 장관은 취임 2개월 만에 멜라민 파동으로 직격탄을 맞고, 새까만 후배 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인 게 못내 억울한 듯 이런 농담으로 인터뷰를 마감했다.

    “제가 47대 보건복지부 장관인데 그 중 제일 물을 많이 먹는 장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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