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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곽승준 前 국정기획수석

“이상득, 정두언 화해…MB맨들 ‘사랑방 모임’ 만들어 국정 논의”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인터뷰]곽승준 前 국정기획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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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떠난 뒤의 ‘관전평’

▼ 미래기획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요. 언제쯤 이동하게 되나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 강의를 시작했으니 강의는 제대로 마치고 싶습니다. 제가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곧 가을학기도 끝나고, 내년엔 안식년도 갖습니다.”

▼ 밖에서 보면 더 잘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청와대를 떠난 뒤 청와대를 바라보면서 어떤 점들을 볼 수 있었나요?

“정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난 1년 정도 제가 했던 일,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바라봤더니 그 안에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관전평을 할 수 있겠더군요.”



결국 이날 곽 전 수석에게서 들은 얘기는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그의 관전평이랄 수 있겠다. 현재의 경제위기와 개혁 문제, 앞으로 한국이 나아갈 방향, ‘사랑방 모임’과 근황 등….

그의 연구실 한켠에 빨간색 랩탑이 보였다. 그는 그 안에 수년 전부터 생각을 정리해둔 ‘모든’ 비밀이 담겨 있다고 했다. 요즘도 한국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하루 2~3시간씩 고민하며 내용을 기록해둔다고 한다. 일전에 모 의원에게서 “빨간 랩탑만 뺏으면 곽 전 수석은 꼼짝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바로 그 컴퓨터였다.

곽 전 수석에게 먼저 ‘개국공신 대동단결설(說)’에 대해 묻자 그는 처음엔 ‘잘 모르겠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거듭된 질문에 결국 시인했다.

“작은 견해 차이는 있었지만, MB를 대통령으로 만드느라 지난해 여름 땀 흘리며 고생한 사람들은 이제 모든 것 잊고 대통령을 위해 매진하는 게 맞지요. 내분설이 돌던 때만 해도 외부에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경제위기 등 사방에 적이 가득한데 4년 뒤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힘을 합해야 합니다.”

▼ 지난해 여름, 캠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지난해 6, 7, 8월 유례없이 치열한 한나라당 경선을 치렀지요. 그때 용산빌딩에 캠프가 있었고, 주로 중요한 정책회의는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주말에 열렸습니다. 중앙제어식 건물이라 주말에는 에어컨이 작동 안됐어요. 굉장히 더웠지요. TV토론도 8월에 다 몰려 있었지요. 야당이어서 정부 부처로부터 자료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고, 당 내에서도 서로 갈라져 있어 여러 가지로 지원이 잘 안됐습니다. 새벽 2시까지 일하고 헤어지면 아침 6시에 다시 모이는 게 반복됐습니다. 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이젠 같이 일하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힘들었습니다. 이 정책 저 정책 마구 갖고 와서는 과제를 떠안기는 겁니다. 그게 오히려 역효과를 냈습니다. 요즘은 그때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MB노믹스 제대로 해야 지지율 상승’

▼ ‘대동단결’을 이끄는 이가 누구인가요?

“특정인은 아닙니다. 다만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서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요.”

▼ 사랑방 모임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눕니다. 비록 떠나 있지만 대통령을 돕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도 하고, 살아가는 얘기도 나눕니다. 어쩌다가 제가 간사를 맡게 돼 연락도 하고 그럽니다.”

▼ 그런 단합을 통해 형성된 권력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요?

“MB노믹스의 부활이죠. 사실 취임 뒤 바로 총선이 있는 바람에 MB노믹스를 실행할 힘이 되는 개혁이 뒤로 밀렸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로 다시 개혁이 발목 잡혔습니다. 그러면서 MB노믹스가 좌초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개혁이 제대로 단행됐더라면 지금의 경제위기도 이렇게 깊지는 않았을 겁니다.”

▼ 지금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것도 소위 MB노믹스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해서 그런 겁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총선, 촛불시위 이후에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만한 이슈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국민이 기대하는 것,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잘하는 것, 지난 정부는 못했지만 현 정부는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과거에 우리를 지지했던 층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부분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찾은 정책들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추진하면 국민이 감동하고, 하나가 성공하면 ‘아, 이게 되는구나’ 하면서 덩달아 따라가게 될 겁니다. 작은 정부, 금융선진화, 규제완화 같은 것들이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청와대에 계실 때 개혁이 제대로 안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공기업 노조와 임원, 관료, 일부 정치권이 전부 개혁 저항세력이었어요. 정권 안정을 내세우며 굉장한 반대 세력을 구축했죠.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로 이끌면 따라옵니다. 그러나 촛불시위로 반대 전선이 넓게 형성돼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어요. 지금도 결코 늦은 건 아닙니다.

영국 대처 정부는 민영화를 국민 정신운동 차원으로까지 높여서 성공시켰습니다. 기업이 투자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천했습니다. 그래서 국민 마음에 공감대가 형성된 거지요. 개혁은 국민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개혁의 기대치가 깨지고 나면 회복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60조원 이상의 돈이 생깁니다. 그 돈으로 중소기업, 교육, 지역발전에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처럼 개혁 뒤 전망까지 분명히 제시해주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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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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