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14일 현재 코스피(KOSPI) 지수는 심리적 저지선이라 여겨졌던 1400선을 밑돌아 1367을 기록했다. 지난 연말대비 27.9% 하락한 셈이다. 특히 지난 9월 이후 금융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 일로에 있다.
세 마녀의 협공
비록 ‘9월 위기설’(채권시장에 몰려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극심한 자금난과 더불어 금리급등 등 금융부문에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은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됐지만, 정작 문제는 나라 밖에서 일어났다.

이러한 금융 불안이 실물부문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다. 실물경제 흐름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성장과 물가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5% 중반의 괜찮은 증가세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하반기 들어 뚜렷한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하반기 성장률은 4%대를 넘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문이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이 경기 둔화를 심화시키는 최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선 인플레 압력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물가불안이 진행되는 상태다.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의 목표 범위로 설정한 2.5~3.5%대를 훌쩍 뛰어넘어 5%대 초반에 이르렀다.
대내적 불안에 더해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 적자 등 대외불균형도 심각하다. 그동안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급증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경상수지 또한 연초부터 적자 행진을 하고 있다. 2008년 8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적자액은 1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선 126억달러에 달한다. 경상수지가 적자라는 말은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많다는 의미다. 자연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선 해외에서 돈을 끌어다 써야 한다.
이처럼 보통의 경우라면 경상수지 적자가 나면 자금의 유·출입을 나타내는 자본수지는 흑자(국내로 자금이 유입되므로)를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반영해 외화자금이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자본수지 또한 적자를 보이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에서도 돈이 유출되고, 자본거래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니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