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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의 쓸쓸한 노후

남의 슬픔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라

  • 김희연│자유기고가 foolfox@naver.com│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의 쓸쓸한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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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극단에서 배씨는 연구생으로 다른 배우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간혹 단역을 맡으며 갖은 고생을 했다. 점차 희극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인지도를 높였고 텔레비전 시대가 열리면서 활동 무대를 브라운관으로 옮겨 전성기를 맞았다. 1969년 MBC가 개국한 이후 ‘웃으면 복이 와요’, ‘명랑 소극장’(KBS) 등 방송국을 넘나들며 남 웃기는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마음 약해서’ ‘운수대통’ ‘형사 배삼룡’ 등 출연한 영화도 여러 편이다. 코미디 분야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문화체육부장관상, 2003년 문화훈장을 받았다. 2001년 MBC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모아놓은 재산 상당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게다리춤’하면 그룹 ‘소녀시대’가 ‘GEE’를 부르며 귀엽게 춤추는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손과 발을 요란하게 떠는 ‘원조’ 게다리춤은 1970년대를 주름잡은 배씨의 전매특허였다. 그를 출연시키기 위해 MBC와 TBC 양 방송사가 대낮에 차량 활주극을 벌였다는 전설 같은 얘기는 배씨의 한창 때 인기를 짐작케 한다. 후배 코미디언들로부터도 어린 시절 그를 흉내 내고 존경했다는 얘기를 숱하게 들을 수 있다.

이렇듯 자타공인 코미디계의 거장이었으니 모아놓은 재산이 상당할 것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실제로 그는 1970년대 한때 2년 연속 연예인 소득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삼룡사와’라는 음료업체를 설립했다가 이내 부도를 맞아 당시 돈으로 1억3000여만원의 빚을 졌다. 그 후 사업에 손을 댄 것에 대해 후회가 많았다. 사업이 망한 1980년에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연예활동에도 걸림돌이 생겼다. ‘용모가 단정치 못하고 바보 흉내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연예 활동 정지’ 처분을 당했다. 후배 코미디언 이기동, 이주일씨도 같은 처분을 받았다. 사업 실패와 방송 출연 금지 후 3년 동안 미국에서 일종의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예전만한 인기를 되찾지 못하고 경기도 퇴촌에 전원주택을 짓고 기거해왔다. 가끔씩 텔레비전과 공연무대에 모습을 드러내 영원히 무대의 광대로 살겠노라고 약속했으나 건강이 악화되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결국 세간의 예상과 달리, 큰부를 쌓지는 못했다. 아버지와 같이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딸은 배씨의 정확한 재산 내역을 모른다고 했다.



“워낙 규모가 큰 병원비를 못 내고 있을 뿐이지, 저희 둘의 생활비와 간병에 필요한 물품비용은 스스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지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치료비와 입원비는 나중에 재산이 정리되면 낼 수 있을 겁니다. 병원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재판 승소 이후 이렇다 할 공개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강제 퇴원과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도된 상태다. 두 딸에 따르면, 담당 의료진의 보살핌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호전의 기미가 보일 때마다 2차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는 정도다. 두 딸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아버지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기만을 바라는 중이다.

“진료비는 저희 자녀들이 갚아야 하는 돈이 맞잖아요. 이렇게 시끄럽게 밖으로 드러난 것이 곤란할 따름입니다. 이전과 변함없이 좋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후배들의 관심과 정성

배씨의 어려운 사정이 전해지자 후배 코미디언들 사이에서 모금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액수를 떠나 선배 코미디언의 공적에 보답하자는 취지였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 노동조합 코미디지부장인 엄용수씨에게 진척 사항을 물었다.

“배삼룡 선배뿐 아니라 구봉서 선배를 비롯한 코미디계 여러 어른이 투병 중이십니다. 선배들의 공적을 기려 코미디 연기자들이 성의를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모금단장은 이용식씨가 맡았습니다. 4월말에는 모금을 끝내고 회의를 거쳐 소액이나마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렵기는 현역 코미디언들도 마찬가지다. 회당 수백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은 극소수 얘기고, 대부분은 행사 사회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형편이다. 경제 불황이 닥치면서 각종 행사도 눈에 띄게 줄어 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나마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저 같은 코미디언도 일감이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무명 연기자들은 더 힘들 테고요. 애초에 모금액이 많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4월 말이면 3000만원 정도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는 신인상을 수상한 황제성이 “병상에서 외롭게 싸우고 계신 배삼룡 선생님, 저희 부모님이 당신을 보고 웃었지만 당신의 아들딸들이 이제는 저를 보고 웃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하는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씨의 셋째딸 경주씨는 이들의 마음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코미디언 아버지를 둔 이들로서는 후배 코미디언들의 형편이 어떨지 훤히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에 유재석씨와 김용만씨가 바쁜 시간을 쪼개 찾아왔더라고요. 간호사들에게 일일이 사인도 해주고요. 엄용수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문병을 오세요. 이대성씨 같은 원로 코미디언들도 가끔씩 오십니다. 그 정성이 고맙지요.”

세 번의 이혼과 갈등

워낙 이름이 알려져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장삿속에 휘말리기도 했다. 환자가 죽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상조회에서 광고 모델로 이름을 빌려달라는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한쪽에서는 모금을 빙자해 사기를 치는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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