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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권력’ MC 연구 국가 대표급 MC 5人5色

‘코치’‘맏형’‘능구렁이’‘큰언니’‘재간둥이’

  • 서병기│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 wp@heraldm.com│

‘TV권력’ MC 연구 국가 대표급 MC 5人5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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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권력’ MC 연구 국가 대표급 MC 5人5色

캐릭터 구축형 선도 프로그램인 MBC의 ‘무한도전’.

다음, 강호동은 예능 프로그램의 톱MC가 되기 힘든 조건이다. 강한 경상도 액센트에 소리를 지르는 듯한 발성은 정확한 발음이 필수적인 MC로서는 중대한 결격 사유다. 그럼에도 그는 최고의 예능 MC로 우뚝 섰다. 젊은 연예인을 휘어잡을 것 같은 체구로 출연진에게 겁을 주지만, 늘 당하는 건 강호동 쪽이다. ‘무서운’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한 게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시골 사람’ 이미지도 적절히 활용한다.

이 때문에 강호동은 유재석보다 1인 플레이에 강하다. 유재석이 하면 민망할 상황도 강호동이라면 자연스레 넘어간다. 그 역시 자신의 단점을 실전의 실수를 바탕으로 매력으로 바꿔놓았다.

또 강호동은 지상파 3사 방송국에서 각기 차별화에 성공한 예능 MC다. 진행하는 프로그램마다 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는 몸을 아끼지 않는 배려형 진행을 한다. 무대가 낯선 일반인 출연자들이 재주를 자랑하는 프로그램 성격 탓이다. 아이가 나오면 무릎을 꿇고, 재주를 보이는 데 필요하면 누워버리는 등 어떤 자세도 거리낌 없이 취한다. 여기에 강호동 리더십의 특징이 있다.

‘스타킹’의 서혜진 PD는 “‘스타킹’에서 강호동은 연기와 묘기, 얘기로 상황을 끌고 가는 진행의 집결을 보여준다”며 “4시간 반 녹화하는 동안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재미없는 사람까지 재미있게 만든다. 이건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BS ‘1박2일’에서는 ‘맏형’ 이미지로 다가간다. 다섯 동생을 데리고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웃음과 인간미를 보여주는데, 후배들에게 역할 분담의 기회를 골고루 제공하며 팀플레이를 이끌어간다. 이런 역할은 ‘무릎팍 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온 게스트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분위기를 유도한다.

예능 MC의 살아 있는 전설



이경규는 1980년대 이후 한국 코미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예능 MC다. 28년간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현역으로 살아남아 활동하고 있다. ‘몰래 카메라’ ‘양심 냉장고’ 등으로 국민적 화제를 만들었던 그는 여전히 정상급 MC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진행하던 프로그램 3개가 한 달 새 모두 폐지되면서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경규의 저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영화 한두 편 흥행에 실패했다고 배우 안성기를 ‘위기의 안성기’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이경규는 언제 어느 상황에 갖다놓아도 웃길 수 있다는 게 방송가의 중론이다. 결코 세련된 화술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애드리브성 토크를 구사한다. 또 유머의 발생 원리를 잘 알아서, 튀는 전략 없이도 일상생활의 빈틈을 찾아 재미를 준다. 이것이 그의 경쟁력이다.

이경규는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는 일은 안 한다고 말한다. 대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긴다. 나이답지 않은 상상을 즐기기도 한다. 낚시를 즐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책과 신문과 다른 프로그램도 대충 본다. 남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지론은 “놀면서 즐기면서 일해야 보는 시청자도 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너무 열성적으로 녹화한 장면은 담당 PD에게 잘라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최선을 다하는 건 뒤에서 보여주면 된다는 지론이다. 대충 노는 듯 보이지만 프로그램의 맥을 정확히 짚는 감각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경규는 후배들 사이에서 ‘노인’ 행세를 하지 않는다. 그는 “데뷔 때만 해도 구봉서 같은 대선배들과는 밥 한 번 같이 먹을 수 없었다. 그만큼 위계질서가 엄격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무 살도 더 어린 후배들과 낚시도 가고 밥도 같이 먹는다”라면서 “나이 좀 먹었다고 해서 넥타이 매고 점잔만 떨다가는 금세 도태된다”고 말한다.

‘경청’의 미덕

중년 여성이 한국 예능 MC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 가운데서는 조혜련, 현영, 박경림 정도가 그나마 고정 MC로 자리를 잡았다. 깔끔한 진행이 돋보이는 송은이도 지상파 방송3사에서는 활동이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그우먼을 거쳐 나이 40대에 현역으로 활동하는 박미선은 대단하다고 할 만하다.

연예계 데뷔 21년째인 그는 한 사람의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의 삶을 진솔한 ‘생활수다’로 우려내 호응을 얻고 있다. 박미선은 그동안 라디오 DJ, 연기자, 교양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꾸준히 방송 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버라이어티 예능 MC로 입담을 과시하며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월 KBS ‘해피 투게더’를 시작으로 MBC ‘명랑히어로’ MBC ‘세바퀴’의 고정 MC로 발탁됐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박미선은 주로 산만한 게스트의 말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가정생활의 실수담이나 우여곡절을 솔직히 드러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실 박미선은 춤과 몸 개그, 개인기는 특출한 게 없다. 하지만 토크 하나로 물 흐르듯 프로그램에 잘 스며든다. 요즘 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자질, 즉 입담으로 성공한 것이다.

박미선의 가장 큰 밑천은 다양한 인생 경험이다. 결혼생활 10년차로, 남편의 사업 실패, 음식점과 커피숍, 학원 운영, 주식 투자 등 그동안 실패를 맛본 사업이 많다. 가슴 아픈 실패담이 박미선에게는 훌륭한 이야기 소재가 된 것이다. 그는 사적인 문제, 특히 가족 얘기를 할 때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우리 너무 행복해요”라기보다 “남편이요? 꼴 보기 싫어요”라는 식으로 빈틈을 보이는 한편 가식 없이 말하려고 노력한다. 연예인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이 시청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박미선은 경청의 미덕을 실천한다. 수다를 떨면서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느낌 좋은 사람, 느낌 좋은 리더의 제1덕목인 경청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역할을 다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은 점점 강하고 독해지는 추세지만, 박미선처럼 편안한 이야기꾼은 어디에서나 환영받는다. 박미선은 “웃기려고 작정하기보다 나가서 한바탕 어울려 논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방송에 임한다”고 말한다. 박미선을 보면 ‘편안한 사람을 마다할 조직은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신동엽은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뛰어난 재치와 순발력, 그리고 연기력까지 겸비한 예능 MC다. 남희석, 탁재훈, 김제동도 차별화된 진행으로 연륜을 쌓아가고 있다. 자신을 완전히 버리면서 망가지는 프로 근성을 지닌 조혜련은 일본 진출 2년 6개월 만에 NHK 프로그램의 진행자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버라이어티 예능물은 아니지만 20년 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송해와 ‘가족 오락관’이 문을 연 때부터 24년간 MC를 맡고 있는 허참, ‘세상에 이런 일이’를 10년 동안 진행해온 임성훈은 ‘장수 MC’로 시청자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예능 MC들은 그 자체로 상당한 권력이다. TV만 틀면 볼 수 있는 이들이 시청자에게 주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연예계에 미치는 영향도 그렇다. 이들이 작정하면 특정 연예인의 출연이 가능하고, 그들의 인기몰이도 따라온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겹치기 출연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아직 대안은 없는 듯하다. 유재석, 강호동을 대체할 MC, 훌륭한 리더의 역량을 가진 MC는 금세 만들어질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으로 시작, 숱한 관문을 지나서 개인기, 진행능력, 성격 등을 종합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MC로 진출하는 연예인이 많아지고 예능 MC의 개성이 강조되면서 토크의 질이 독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부정확한 발음은 물론 비속어를 남발하는 진행자도 많아졌다. 작게는 시청자의 언어습관에, 크게는 그들의 생각, 생활방식, 감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MC들의 자숙이 요구된다. 예능 MC는 웃음만 주는 사람이 아니다. MC(Master of Ceremonies)의 뜻은 ‘의식의 지배자’다.

신동아 200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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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헤럴드경제 대중문화전문기자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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