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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만져주면 다 좋아하나요? 성희롱은 파렴치한 불법행위예요”

장윤경의 ‘직장내 성희롱’ 실전강의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mga.com│

“남자는 만져주면 다 좋아하나요? 성희롱은 파렴치한 불법행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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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的 소문 유포도 성희롱

▼ 외모에 대한 평가나 비유도 맥락에 따라서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죠. 전체적 상황이나 총체적 맥락으로 판단해서 그런 경우도 성희롱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성희롱은 가해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언행했는지가 아니라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지, 즉 피해자의 관점에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체의 특정부위와 관련해 성적 비유를 했다면 굴욕감을 느낄 수 있겠죠”

▼ ‘탱탱하다’ 같은 표현이 그럴 수 있겠네요. 하지만 기준이 더욱 명확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법조문 자체가 모호해요.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얘기도 있고요. 성희롱은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입니다. 또 여성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안이죠. 직장에 그런 문화가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각계에서 법제화를 요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성희롱 관련 조항을 만들 때 말씀한 것처럼 성희롱을 판단하는 기준의 예시나 유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에 추가로 성희롱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거기에 언급된 성희롱 유형은 ‘언어적 성희롱, 육체적 성희롱, 시각적 성희롱, 그리고 그 밖에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입니다. 예컨대 언어적 성희롱은 음란한 농담, 음탕한 얘기를 하거나 앞서 언급한 외모에 대해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죠.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말을 하는 건 두말 할 나위도 없고요. 상대방의 성적인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는 것도 잘못이고요. 회식자리에서 옆에 앉혀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도 안 돼요.”



▼ 남녀가 섞인 회식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하면 절대로 안 되겠군요?

“그렇죠. 남녀가 함께 있는 회식자리뿐 아니라 여성만 있거나 남성만 있는 회식자리에서도 특정인이 원하지 않는 음담패설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남성, 여성 구분 없이 특정인이 성적 혐오감이나 굴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불쾌하게 여길 음담패설은 하지 않는 게 성희롱을 예방하는 길이 되겠지요. 또 부적절한 장소에서 회식을 해서도 안 되고요.”

A사 직원들은 외국인 엔지니어 접대 목적으로 회식을 가졌다. 식사를 마친 뒤 ‘섹시 바’에서 2차로 술을 마셨는데, 여자 종업원들이 검정색 속옷만 입고 술, 안주를 날랐다.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스트립쇼 공연도 있었다. 이 회사 직원 B씨는 “섹시 바 술자리는 성희롱”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A사가 B씨에게 손해배상금으로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 야한 농담을 좋아하는 여자도 있는 것 같던데요.

“그건 너무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닐까요? ‘여자들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게 대표적으로 잘못된 성문화예요. 여자는 만져주면 좋아한다, 남자는 만져주면 좋아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자의적 해석이죠. 남자후배가 여자선배의 농담을 듣고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면 그것도 성희롱이 될 수 있어요.”

회식자리에서 술을 따르라고 권유하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2004년 나온 적이 있다. 2002년 9월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감이 회식자리에서 여교사 3명에게 “교장 선생님께 술을 따르라”고 권유한 일과 관련한 재판에서다.

성희롱적 술문화

▼ 회식자리에서 ‘술 따르라’고 권유하는 것은 성희롱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법의 해석은 판례로 남아 성희롱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성희롱에 대한 가치 기준을 만듭니다. 따라서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나죠. 사례 하나 하나에 의미가 부여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사례는 성희롱을 근절해 ‘일할 맛 나는 직장’을 꾸리고자 한 성희롱 관련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식자리에서 술 따르는 것이 성희롱인지, 아닌지에 집중했을 뿐이지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는 맥락이나 문화를 들여다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판결만 보고 회식자리에서 술 따르라 요구하는 게 성희롱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 그건 한국의 술문화 아닌가요? 남자후배에겐 술 따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보시면 안 되죠. 술문화도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문화가 있는 반면 많은 이를 불쾌하게 하는 문화도 있는 겁니다. 모든 술문화가 문화로서 인정받는 건 아니지요. 성희롱 논의의 중심에 선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술문화예요.”

▼ 여성의 종아리를 쳐다보는 것도 성희롱인가요?

“쳐다보는 것만으로는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정 신체부위를 빤히 쳐다보거나 전신을 훑어보면 문제가 될 수 있죠. 당사자가 불쾌하다고 말했는데도 반복적으로 쳐다보면 시각적 성희롱이고요. 외설적인 사진, 그림, 낙서, 동영상, 출판물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요.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노출하거나 상대가 보는 앞에서 특정 부위를 만지는 행위도 시각적 성희롱입니다. 포르노그래피를 혐오스러워하는 남자직원에게 상사가 ‘함께 보자’고 강요하는 행위도 성희롱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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