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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관점에서 무기개발 기획하는 통합체계 구축해야

방산전문가의 제언

  • 정재원│국방기술품질원장 jwon@dtaq.re.kr│

마케팅 관점에서 무기개발 기획하는 통합체계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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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면 돈이 보인다

이렇듯 한국의 방위산업은 아직 미약한 상태지만, 세계 무기시장에서 점차 그 입지를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축적해온 첨단 국방과학 기술력이 새로운 기회를 맞을 발판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수출이 되는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 만든 물건을 내다팔겠다는 자세에서 탈피해 예상 가능한 판매대상국에 적합한 성능과 가격까지 고려해가며 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렇듯 연구개발 작업을 사전에 기획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이 바로 국방기술기획이다. 현재의 무기개발 추세 분석과 함께 미래 전장 환경에 필요한 기술을 식별하고, 국제 무기시장과 정세 분석, 판매대상국이 처한 국방 환경 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 등이 함께 필요한 복잡한 작업이다. 현재 상태를 명확히 알아야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맞는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미래 전장 환경이나 기술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유사시 전쟁에서의 승리는 그들의 것이다. 다른 나라와 똑같이 예측한다면 같은 수준의 대칭전력으로 맞서게 될 것이다. 기획이라는 작업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비대칭요소를 찾아내 개발한다면, 주변이 모두 청동기를 쓰는 시대에 철제무기를 들고 나오는 형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쟁국보다 앞선 성능을 가진 유일무이한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수출로 연결되는 지름길이다.

물건을 잘 팔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는 것이라면, 다음 단계는 팔 물건의 특징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매 전략을 세워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과거 한국의 무기개발은 오직 우리 군이 사용할 목적으로만 이뤄졌다. 판매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판매 가능성을 고려해 기획했다면 더 잘 팔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무기수출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최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출을 중요한 고려요소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운용되는 무기체계의 특성상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획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또한 개발하기 전 내수시장인 우리 군의 소요뿐 아니라 판매대상국의 정세와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전면전에 쓰일 무기인지 국지전에 쓰일 무기인지, 해당국의 지형이 산악인지 평지인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건 ‘살 사람의 형편’

어떤 물건이든지 적정한 생산규모가 필요하다. 내수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경우 수출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70만 대군이라는 탄탄한 내수기반을 갖고 있는 한국이 내수와 수출을 사전에 고려해 무기체계 개발을 기획한다면 다른 경쟁국보다 수출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무기를 만들면 다 팔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어느 나라든 싸고 좋은 무기라고 해서 무조건 구매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에게 싸다고 해서 판매 대상국도 똑같이 느낀다는 보장도 없다. 그 나라에 필요한 무기가 아니라면 아무리 싸고 좋은 무기라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거꾸로 반드시 최고 성능의 무기를 만들어야만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고성능 무기는 그만큼 비싸고 따라서 구매자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구매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만 그만큼 구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처럼 기본 성능과 기능을 갖춘 무기를 우선 개발하고 거기에 점차 옵션을 붙여 고기능·고성능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계획을 수립한다면, 최고의 성능을 가진 무기체계를 원하는 국가뿐 아니라 여건에 따라 차별화된 성능을 원하는 국가에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무기체계라고 해도 일반적인 수명은 약 30년이다. 이는 연구개발의 종료시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아무리 우수한 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만약 판매 대상국이 1년 전에 해당 용도의 무기를 구매했다면 그 국가에 다시 비슷한 무기를 팔기 위해서는 30년 가까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특정 국가에 무기를 판매하려면 해당 국가의 구매 희망 시점에 맞춰 연구개발을 끝내야 한다. 자본과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서라도 연구개발 종료시점을 앞당기는 것, 이러한 시간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 역시 기획의 몫이다.

이렇듯 무기 수출의 증대는 생각보다 복잡한 변수와 고려사항이 얽혀 있는 복잡한 과제다. 값싸고 우수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잠재 판매 대상국의 상황을 포함해 국제정세와 미래 전장상황, 무기시장의 변화 등 다양한 요소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 결과에 기초해 정밀한 기획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무기체계는 그 상품 특성상 승자독식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방산 수출을 좌우하는 최종 요인은 국방과학기술 수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고성능 무기와 저성능 무기의 싸움은 그 결과가 너무나 명확하다. 어느 나라든 기본적으로는 최고 성능의 무기를 원한다. 앞서 이야기한 방산 수출 주도국들의 순위는 국방과학기술의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국이 자국이 보유한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문별 방산시장을 확고히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도 최고 수준의 기술력 없이는 방산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앞서 한국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이 세계 11위권이라고 했지만, 국방핵심기술은 선진국 대비 약 67%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지휘통제, 항공기, 통신전자 등 첨단기술 분야는 더욱 취약하다. 더욱이 한국의 연구개발비는 선진국에 비해 민간이든 국방 분야든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단기간 내에 우리보다 상위 국가를 따라잡기는 요원한 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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