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맨 오른쪽)이 지난해 4월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 앞서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왼쪽부터) 등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있다.
그러나 올 2월 롯데그룹 인사는 재계 안팎의 예상을 깼다. 장 사장을 1년 만에 고문으로 물러나게 했기 때문. 롯데 안팎에서는 “그동안 안전성 논란으로 불가능했던 서울 신천동 112층 제2롯데월드 건설을 현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친구 게이트’ 등의 비판이 나오자 신격호 회장이 이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반면 지난해 1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장(사장급)으로 전격 영입돼 화제를 모았던 정찬용 전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은 지난해 말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시민운동을 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 여수엑스포유치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은 정몽구 회장의 제안으로 현대·기아차그룹에 들어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4월2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 1층 국제회의실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른 삼성그룹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해 7월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5월 한 사석에서 “시민운동을 할 때나 공직에 있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연봉을 받고 있어 그만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그룹의 인재 개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의 연봉은 원래 5억원이었지만 기아차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20%를 반납해 4억원으로 줄었다. 세금 등을 공제하면 매월 2000만원 정도 손에 쥔다는 것.
정권을 뛰어넘는 생존력을 보이는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신헌철 SK에너지(주) 부회장이 대표적인 경우. 그는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4년 SK가스 사장에서 SK(주) 사장으로 전격 발탁돼 재계의 부러움을 샀다. 당시 SK가스는 SK(주)의 손자 회사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라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뒷얘기가 나왔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신 부회장의 고향이 경북 포항인데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기독실업인 모임 등을 통해 잘 알고 지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주총에서 대표이사직은 구자영 사장에게 넘겨주었다.
5개 중 4개 그룹이 오너 경영
국내 기업에서 연말연시는 인사의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사장급 인사.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극히 소수의 선택된 사람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기업에서 사장 승진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신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신화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올랐다.

<B>삼성그룹</B>
물론 사장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는 않다. 그중에서도 대표이사가 돼야 자기 책임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게 된다. 대표이사가 아닌 사장은 직급만 사장일 뿐 그 위상은 일반 임원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직급은 부사장이라고 해도 대표이사라면 사장보다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