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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와인 ⑤

스위트와인 라이벌 샤토 디켐 VS 에곤 뮬러

썩은 포도알에서 나온 ‘황금액체’ vs 독일 스위트와인의 귀공자

  • 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스위트와인 라이벌 샤토 디켐 VS 에곤 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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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와인 라이벌 샤토 디켐 VS 에곤 뮬러

샤토디켐 와이너리. 프랑스 스위트와인의 대표주자다.

디켐은 달지만 넘치는 당분 속에 숨어 있는 톡 쏘는 벌꿀 향취가 그만이다. 삼키려는 순간에 밀려드는 설탕의 진저리로 입 안이 마비될 것 같다는 두려움도 잠시뿐, 이내 침과 함께 넘어간 당분이 이번에는 산미(酸味)로 되살아나서 목젖 아래로부터 독특한 향과 신선함을 몰고 올라온다. 그래서 입 안 전체를 적신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혀가 건조해지고 다음 잔을 청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디켐은 숙성 분야에서 세계 챔피언이기도 하다. 어떤 와인보다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 빈티지가 좋을 경우에는 보통 50년에서 75년 숙성된다. 2005년산도 여기에 해당한다. 요즘도 외국 언론에는 19세기 빈티지 디켐을 시음한 후 그 맛의 대단함을 표현한 글이 가끔 실린다.

프랑스 영화 중에 ‘넬리와 아르노(Nelly & Monsieur Arnaud)’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는 아르노가 넬리를 레스토랑으로 데려가서 미리 준비한 디켐을 대접하는 장면이 나온다. 힘든 일을 마무리하고서 나누는 와인, 혹은 생명의 은인에게 대접하는 와인으로 디켐이 제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처음 하게 됐다.

화이트와인의 강자 독일 와인

독일은 와인에서 프랑스의 영원한 맞수다. 레드에서는 프랑스가 강하지만, 화이트에서는 독일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의 동부지방 알자스의 와인문화는 독일을 빼쏘았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파리와는 거리가 너무 멀고, 오히려 라인강 문화와 아주 유사하다. 화이트의 개성과 품질 면에서 오래전부터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 있는 독일 와인은 그 위상에 걸맞지 않은 오해로 늘 시달려왔다. 그것은 바로 독일 와인은 맛이 너무 달다는 인식이다. 독일은 대표 품종 리슬링뿐만 아니라 게뷰르츠트라미너, 실바너, 쇼이레베 같은 청포도로 무조건 달게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독일 당국은 이런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많이 했다. 와인 등급을 구분하는 기준의 경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모두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른바 원산지 개념이다. 전통과 실질이 부합하는 원산지를 선정하고 그 경계 내에서 약속된 방식으로 양조된 와인은 해당 원산지 이름을 라벨에 새길 수 있는 것이다. 보르도 혹은 샴페인, 바롤로 혹은 모스카토 다스티처럼 말이다. 하지만 독일은 원산지 개념보다는 포도 당분의 함유량으로 등급을 나누었다. 포도알이 푹 익으면 익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 시스템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이스바인은 정점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고(高)등급인데, 국가의 최고 등급 와인이 아주 달다는 이미지만 주는 것이 독일 와인의 문제점이다. 그러니 특히 레스토랑에서는 독일 와인을 좀처럼 주문하지 않는다. 달디단 와인에 어떤 음식이 어울리겠느냐면서. 사실 독일 와인은 단것보다는 달지 않은 게 더 많다. 그러나 독일 와인 등급이 복잡하고, 철자도 길고, 독일어 자체의 생소함과 난해함이 더해져서 선택하기 가장 힘든 와인이 되었다.

사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독일 와인의 장점도 많다. 대부분의 생산자가 새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는다. 여러 번 사용한 오크통을 써서 포도즙 특징만으로 와인을 만들려고 한다. 이는 새 오크통의 효과를 많이 활용하는 프랑스 화이트와 확연히 구분된다. 음식과의 궁합도 좋다. 2007년 와인의 고장 비스바덴의 한 레스토랑에서의 일이다. 미슐랭 별 하나 등급일 정도로 유명 레스토랑이었는데, 특히 오리요리가 유명하다. 당시 내가 선택한 와인은 독일 화이트였다. 에곤 뮬러 카비네트였는데, 오리고기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독일 스위트화이트의 최고봉 에곤 뮬러

독일의 최고 포도밭은 대부분 강변에 포진해 있다. 남향의 언덕에 조성된 것을 제일로 친다. 그런데 라인강의 지류인 자르강은 상황이 다르다. 자르강은 모젤강으로 연결되는데, 특이하게도 북으로 흘러 남향 언덕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다. 이 지역은 지도상에서 보면 룩셈부르크에 훨씬 가깝다. 한 시간만 뜀박질하면 닿을 정도다.

자르강 최고의 포도밭은 샤르츠호프베르그다. 강 언덕이 아닌, 강에서 좀 떨어진 남향 언덕에 있다. 정확히는 5시25분 방향이다. 여기에서 와인을 만드는 에곤 뮬러는 자타가 인정하는 독일 대표 양조장이다. 에곤 뮬러는 독일 스위트 화이트의 최고봉이다. 현 세대에서만 인정받는 게 아니라 지난 세기, 아니 그전 세기부터 대단한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조장이 위치한 고장에서 실시하는 경매에서 에곤 뮬러의 최고급 와인은 매년 최고가로 낙찰된다. 지난해 최고등급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한 병이 4000유로에 낙찰됐다.

샤르츠호프베르그는 소테른처럼 보트리티스의 축복 세례를 받은 곳이다. 샤토 디켐처럼 포도알에 귀부 곰팡이가 기승을 부려 흉물스럽게 포도를 일그러뜨린다. 그런데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곳을 샤르츠베르그와 헷갈리기 쉬운데 이것을 조심해야 한다. 샤르츠베르그는 이 지역 전체의 이름이면서, 포도밭으로는 일반급에 지나지 않는다.

에곤 뮬러 양조장은 1797년부터 가족경영으로 이어오고 있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프랑스군은 독일 라인강 지역까지 접수했다. 이후 나폴레옹의 교회 재산 세속화 정책에 따라 수도원과 부속 포도밭은 경매 처분됐는데, 1797년에 요한 야곱 코흐가 낙찰받았다. 그의 사위 펠릭스 뮬러가 1829년부터 이 장원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1880년에는 에곤 뮬러 1세가 가족 재산을 되찾았고, 이후 계승돼 1959년생인 에곤 뮬러는 4세가 된다. 지금 청년인 그의 아들은 5세다. 그 집안에서는 개 이름도 에곤이다. 4세인 3명의 형제 이름도 모두 에곤이다. 아버지, 즉 뮬러 3세 생각에는 집안 양조장을 누가 물려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아들 이름을 모두 에곤으로 지었다고 한다.

현재 8ha의 샤르츠호프베르그와 그 밖의 포도밭을 합쳐 약 12ha의 포도밭에서 매년 약 7만병을 생산한다. 98%가 리슬링이다. 시련도 많았다. 19세기 말에는 미국에서 건너온 필록세라 해충에 의해 일부 밭이 황폐화됐지만 일부는 살아남았다. 아직도 필록세라 해충 공격 이전 시대의 클론들이 3ha 면적에서 경작되고 있다. 2차 대전 당시에는 미 공군기가 샤르츠호프베르그에 추락하면서 밭의 일부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에 일부 포도원에서 수확을 할 수 있었다. 1945년 가을은 전투기 추락사고 피해 영향과 관리 소홀 탓에 1000병 정도를 병입하는 데 그쳤다.

독일에서 유명한 양조대학교 가인젠하임 출신인 4세는 “샤르츠호프베르그는 스위트 버전이어야 땅속의 맛을 표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독일 와인 가이드(The guide to German wines)의 저자 조엘 페인은 “스위트와인 카테고리에서 독일 내에서는 이보다 더 진전시킬 생산자를 찾기 어렵다”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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