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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한 김규헌 검사의 작심토로

“정·관계 실세들과 연예인 성추문 내사 중 인사조치됐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한 김규헌 검사의 작심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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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보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나요?

“반(半)구체적이었습니다.”

▼ 일시, 장소가 나왔나요?

“어느경에 어디로 갔다고…. 주로 해외와 제주도였습니다.”

▼ 어떤 사람들이었습니까?



“거론된 정치인들은 대체로 권력실세였습니다. 막강한 사람들이었죠. 그때까지 수사대상은 아니었지만, 사회분위기를 감안하면 수사대상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죠.”

기자가 김대중 정부의 핵심실세 두 사람의 이름을 대자 김 검사는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해체된 모 재벌기업 사장의 이름도 언급했다. 이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여성 탤런트들에 대해서는 “톱클래스는 아니고 당시 좀 뜨거나 이름이 꽤 알려진 사람들이었다”며 “그중엔 지금 활발히 활동하는 여배우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 당시 여성 탤런트나 배우는 몇 명이나 조사했습니까?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조사했습니다. 금품로비, 향응과 관련해. 상당수를 조사했어요.”

▼ 상당수라면 10명이 넘습니까?

“다들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 사람들의 명예와 프라이버시를 감안해 조사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2차’는 확인되지 않아”

▼ 성상납 의혹을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향응에는 모든 게 포함됩니다. 캐시(현금)도 있고 골프채도 있고 루이14세 같은 고급양주도 있습니다. 방송사 간부들과 여성 탤런트들의 술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죠.”

▼ 장자연씨 사건을 보면, 기획사 대표가 술자리로 불러내 접대를 강요했다는 것 아닙니까? 당시에도 그런 문제를 조사했나요?

“누가 그런 자리에 있었는지는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2차’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끝난 다음 두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성행위 자유결정권의 문제니까요. 그 부분 수사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 당시 ‘검찰이 여성 탤런트 4~5명의 성상납 의혹을 조사했으나 사실확인을 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기획사 대표가 방송사 간부에게) 돈을 주는 자리에 함께 있었는지를 물어본 겁니다. 성상납 같은 혐의는 확실한 정황증거 없이는 물어보기 힘들죠.”

▼ 모 방송사 PD가 연예인 지망생과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혐의는 사실로 확인됐나요?

“PD 건은 사실입니다. 후속 수사팀이 구속했죠. 그런데 기소내용에 강제 성관계가 빠져 있더군요. 우리 팀에서 피해자를 조사해 그런 진술을 받아놓았는데….”

▼ 강제 성관계라면 강간입니까?

“그렇다고 봐야죠.”

▼ 연예인 지망생이라면 여대생을 말합니까?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나이는 스물 한두 살.”

▼ 연예계 성비리에 대한 수사를 계속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가시적 성과를 떠나 연예계와 정치권이 상당히 위축됐을 겁니다. 마담뚜로 의심되는 강남 음식점 여주인들의 인적사항을 다 확보한 상태였으니까요. 그걸 확인하는 과정에 인사 조치를 당했어요. 방송사들의 항의도 거셌죠. 주요 프로그램 제작이 거의 마비된 상태였거든요. 유명 PD들이 휴가니 병가니 해서 잠적해버렸으니….”

▼ 권력실세들의 연예인 관련 비리를 수사할 수 있었을까요?

“세상에 고정된 건 하나도 없어요. 수사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것입니다. 수사주체의 의지가 중요하죠. 한계를 말하기 전에 최소한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노력했을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검사의 명예를 걸고.”

▼ 지휘부가 유임을 보장했는데 인사가 났다는 게 이상하군요.

“홍 의원 주장에 일리가 있어요. 타이밍이 그랬지요. 정치권 실세에 대해 내사 중이라는 얘기가 나올 무렵 인사가 났거든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인사조치했다는 얘기도 나중에 들었지만. 어쨌든 한 달 반만 수사했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일반 단타(短打) 사건도 한 달은 수사하는데. 이 사건은 관련자만 수십 명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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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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