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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미래전략연구원 연중 공동기획 미래전략 토론 ⑪

저성장 시대의 한국 사회

“도심 외곽 대형 아파트 슬럼화할 수 있어”

  • 정리·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저성장 시대의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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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2009년 10월7일

■ 장 소 :코리아나호텔

■ 사 회 :황준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연 산업노동전략센터장

■ 패 널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 미래연 산업노동전략센터 연구위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미래연 금융재정전략센터 연구위원



옥우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 미래연 산업노동전략센터 연구위원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미래연 산업노동전략센터 연구위원

저성장 시대의 한국 사회

왼쪽부터 이장혁, 성태윤, 옥우석, 황준욱, 변창흠

저성장 사회 도래하나

황준욱 오늘의 토론 주제는 ‘저성장 시대’입니다.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바뀌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연 10% 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가 많을 것 같습니다만 7~8%대의 고성장도 어느덧 추억이 됐습니다. 일자리 구하기가 쉬웠으며 해마다 임금이 오르던 시절의 삶을 앞으로는 누리지 못하리라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같은 고성장 사회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저성장 시대가 올 거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저성장 사회가 실제로 도래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말씀해주십시오.

성태윤 한국 경제는 과거와 달리 자본이 상당히 축적돼 있습니다. 지금의 선진국이 그랬듯 자본이 고도로 축적되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따라서 과거처럼 고도성장을 목표로 정책 방향을 잡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과거에 7%, 8%씩 성장했는데, 지금은 3, 4%대로 성장률이 떨어졌으니 다시 7%, 8%로 올려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합니다. 정책을 그런 식으로 구사하면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황준욱 저성장 사회가 도래하리라고 보는군요.

성태윤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시대를 저성장 사회라고 정의할 때 그렇습니다. 물론 경제성장률은 경기변동에 따라서 오르락내리락합니다. 다만 저성장 사회를 논할 때 언급하는 경제성장률은 잠재경제성장률을 가리키는 겁니다.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고도성장기에 비해 떨어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옥우석 한국의 성장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엔 거의 모두가 동감하는 것 같습니다. 성장동력은 투입과 효율성 측면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노동 투입 부문에서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자본 투자를 크게 늘림으로써 성장률을 높이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인적자본 축적과 관련해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교육 생산성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대학생 수는 굉장히 많이 늘었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성장률 저하 추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변창흠 저성장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점엔 대체로 동의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선공약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보면 딴 세상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747공약을 내걸고 집권하지 않았습니까.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성장률이 10%가 넘어야 이뤄질 수준으로 도시기본계획을 짜고 있어요. 지자체가 제시한 목표대로라면 한국 인구가 적어도 7000만명은 돼야 합니다. 수도권 인구가 현재 2300만명에 달하는데, 수도권 지자체들의 계획대로라면 수도권에 3000만명은 거주해야 합니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고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고성장은 빈곤탈출, 소득증가, 삶의 질 향상을 견인했습니다. 저성장 시대를 준비하려면 고성장 시대에 발생한 문제점들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고성장은 개인에게 사회적 이동, 신분 상승, 부의 축적이라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기존의 공동체와 삶의 가치를 파괴했습니다. 저성장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고성장에 의해 희생된 가치를 복원해야 합니다.

이장혁 4% 성장이 현실인데 6%, 7% 성장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계획을 세우면 10, 20년 뒤에 엄청난 부작용이 올 수 있습니다. 예컨대 도심 외곽의 대형 아파트 단지는 살겠다는 사람이 줄어 슬럼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게 궁극적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국가 구성원의 행복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걸 국가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행복도,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을 같은 차원에 놓고 들여다볼 필요는 없습니다. 성장률이 높다고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고, 성장률이 낮다고 모든 사람이 불행해지는 게 아니거든요. 기대 수준을 바꿔야 할 때가 됐습니다. 옥 교수 말씀대로 투입 요소를 늘려서 성장하는 데엔 한계가 있습니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생산요소를 투입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황준욱 저성장 시대의 개인의 삶으로 주제를 옮기겠습니다.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요? 교육에 대한 수요나 패턴이 바뀔 수 있을까요?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장혁 자식 교육도 하나의 투자입니다. 투자 대비 수익, 즉 기대수익을 가정하고 투자하는 거죠. 성장률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교육비의 기대수익을 지금보다 저평가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아직 고성장 시대의 향수에 빠져 있습니다. 교육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분은 10년, 20년, 30년 뒤 후회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요. 교육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국가 전체로 봐서도 과도한 교육비 투자는 생산요소 투입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겁니다. 저성장 사회에선 계층간 소득 불균형이 더욱 심화하면서 계층 이동의 역동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소득엔 큰 변화가 없는데도 삶의 만족도는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옥우석 기대수익이 떨어진다고 해서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까요? 교육투자는 다소 무리하게 비유하면 주식시장을 닮았어요. 성공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데, 실패한 사람은 잘 안 드러납니다. 조기유학을 보냈더니 외국계 기업의 임원이 됐다더라,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더라, 이런 소문은 쉽게 나지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교육투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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