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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나성엽 기자의 재미있는 자동차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2011년 서울, 소리 없는 자동차의 습격이 시작된다”

  • 나성엽│동아일보 인터넷뉴스팀 기자 cpu@donga.com│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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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가 멈추는 날’과 ‘007 퀀텀 오브 솔루스’.환경 문제를 다룬 두 영화에는 각각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와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차량이 등장한다. 자원과 환경을 다루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듯, 잠시 ‘HYBRID’라는 엠블럼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환경을 다루는 영화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라’라는 메시지를 앞 다퉈 전달하는 것은 그만큼 환경 파괴가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도요타의 3세대 프리우스

영화에 등장하는 시빅이나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를 타면 얼마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까? 연비를 높여준다는 무단변속기(CVT)와 1400cc 엔진을 장착한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L당 주행거리가 23.1㎞에 달한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L당 약 15㎞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빅에 비교하면 연비가 떨어지지만 차체가 무거운 차량이 현대차 베르나나 기아차 프라이드와 같은 소형차 수준의 연비를 내는 것은 하이브리드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비가 높다는 얘기는 그만큼 배기가스도 줄어들어 온실가스 배출도 적다는 뜻이 된다.

환경을 다루는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환경 문제가 어필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유명배우, 폭력, 로맨스, 스토리의 반전 등 다양한 흥행요소를 체계적으로 갖춰서 제작하는 게 보통인데 요즘 들어서는 ‘흥행 보증 수표’에 환경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교토의정서에 이은 발리 로드맵의 발효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앞으로 탄소 배출량에 제한을 받게 된다. 한국의 경우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에 편입된다. ‘산업화 과정에서 환경을 많이 오염시킨 죄’로 잘사는 나라들이 대상인 의무감축국에 편입되면 한국 국민들의 생활상도 크게 달라진다.

정해진 양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한 나라는 나머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다. 반면 정해진 양 이상 탄소를 배출하는 나라는 초과된 부분만큼 다른 나라로부터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돈 주고 사야 한다.

탄소배출권으로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추가 배출로 인한 탄소 배출권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가도 국민에게 같은 제도를 시행할 전망이다. 즉 연간 1인당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정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비가 20㎞/L인 차를 가진 개인에게 연간 2만㎞를 주행할 때 나오는 만큼의 탄소배출권을 부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이 자전거를 타거나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고 주말에만 자동차를 타서 1년에 8000㎞밖에 주행하지 않았다면 연비가 같은 자동차로 연간 3만2000㎞를 주행해야 하는 다른 개인에게 나머지 1만2000㎞를 돈 받고 파는 식이다. 탄소 배출량으로 규제하기 때문에 연비가 낮은 차를 보유한 개인은 그만큼 허용되는 주행거리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지구 온난화 이슈가 ‘금 모으기’‘자연보호’처럼 캠페인성이 아닌 개인의 경제·사회·문화생활을 직접 압박하고 들어온다. 연비가 높은 차를 타면 남보다 멀리 다닐 수 있고 ‘기름 먹는 하마’를 몰고 다니면 기름값에 더해 ‘주행할 수 있는 권리’도 남에게 돈 주고 사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형 고급차 타고 다니는 사장님들이 ‘주행할 수 있는 권리’를 돈 주고 사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빈곤한 계층에게 돈이 돌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이브리드의 미래는 전기차

개인이나 기업 정부 모두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연비 좋고 배기가스 적은 차는 필수다. 자동차시장의 기존 질서와 국민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당장의 해답은 하이브리드 차량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다. 비싸다는 이유로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을 꺼리는 소비자에게 정부가 보조금까지 쥐여주면서 차 값을 깎아주는 이유는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는 당장 ‘땜질 처방’이 될 순 있지만 해답은 아니다. 배기가스를 완전히 없애려면 내연기관을 차에서 떼어내야 한다. 내연기관, 즉 엔진은 연료를 폭발시켜서 힘을 내지만 배기가스가 나온다. 엔진을 없애고 순수 전기모터로만 작동하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배터리 등 기술력이 부족해 전기자동차는 골프 카트나 경차 수준의 소형차만 극소수 제작되고 있는 상황.

일본 미쓰비시가 7월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 ‘아이미브’(i-MiEV)를 내놨지만 이 차는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작고 한 번 충전으로 160㎞ 정도만 주행할 수 있어 관리가 쉽지 않다. 결국 전기자동차 기술 개발 능력이 완숙될 때까지는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연료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하이브리드 차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이브리드 차량 역사는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페르니난드 포르셰가 디자인한 ‘믹스테’라는 차량은 주행 중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생산된 전기는 다시 모터에 힘을 전달해 바퀴에 힘을 가하는 방식이었다. 오늘날의 하이브리드 차량과 똑같은 시스템이 이미 100년 전에 나온 셈이다.

이후 아우디, 볼보, 혼다, 도요타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매달렸으나 하이브리드 관련 기술 특허는 대부분 일본 도요타가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미 1997년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선보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휘발유값이 크게 오르기 전이고, 지구온난화 이슈도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당시 일반인 사이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먼 미래의 일’일이었고 자동차 업계의 오랜 염원인 ‘3L 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 정도로 인식됐다. ‘3L 카’란 휘발유 3L로 100㎞를 주행하는 차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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