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그는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함께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세종시 수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이란 세종시 원안에 규정된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세종시를 첨단과학비즈니스도시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세종시 문제에 있어 권태신 실장은 공격적인 언사로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그는 한 특강(2월4일)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균형 발전 때문에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가라고 했더니 당시 노무현 장관이 범부처적으로 반대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세종시 발전방안 발표자리(1월11일)에선 세종시 원안 고수를 ‘낭떠러지로 차를 모는 것’에 비유했다. 이튿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승객들은 아무도 그렇게 안 본다”며 반박했다. 권 실장은 한 토론회(2월3일)에서 “도시 전문가들 말로는 ‘(세종시가) 원안대로 유지되면 사회주의 도시’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전(前) 정권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청와대 비서관과 재경부 차관 등 요직에 발탁되었으며 당시 세종시 원안의 이론적 논리를 뒷받침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서) 경제비서관을 할 때는 세종시 원안을 찬성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것이 이뤄질 때쯤이 되면 공무원이 아닐 테니 아무 상관없을 것 같아서 찬성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2월5일 “한때나마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을 흠집 내고 폄훼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격하게 권 실장을 공격했다. 일부 언론에서 그의 ‘사회주의 도시’ 발언은 설화(舌禍)로 평가되기도 했다. 한 신문은 “공직자라면 ‘해야 할 말’과 ‘해선 안 될 말’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그걸 분별하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공직에 나설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질타했다.(조선일보 2010년 2월5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권 실장은 현 정부 내에서는 세종시 수정을 힘 있게 밀어붙이는 전문 행정 관료로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행정과 정치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수정안 관철의 논리를 그때그때 제공해왔다. 예를 들어 충청여론 설득 차원에서 지난해 12월18일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면 과학비즈니스벨트도 (세종시에) 못 가는 것”이라고 했다.
청문회 안 거친 장관급
이처럼 권 실장은 충청권 주민을 비롯한 전 국민의 관심사인 세종시 문제의 중심에서 지속적으로 이슈를 생산해 주목받았다. 국민으로부터 중요한 공직을 위임받는 장관은 어느 정도의 개인신상정보 공개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장관급인 권 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그 어떤 장관보다 중요도가 높은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현 제도상 청문회를 거치지는 않았다. 그가 어떠한 공직자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이런 차원에서 그와 관련된 정보에 자연스럽게 접근해봤다. 인터넷에 게재되는 공개 자료인 관보상의 그의 재산신고 항목도 그 대상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고위 공직자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엄격한 처신을 요구받아왔는데 그의 부동산 재산에선 공직의 윤리성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점들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