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과다 부동산 논란

재산공개 때 고양시 임야 누락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0-02-26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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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시가 3배로 정부에 팔아 장남의 강남 아파트 구입
    • 강남 아파트 갈아타기… 이산가족 되기도
    • 재산신고와 등기부등본의 땅 소유주 달라
    • 9세, 6세 자녀에 지분 분할…2006년 보유·매각부동산 19건 신고
    • “땅 많다고 조사받았지만 소명됐다”
    • 부천 땅 세금 체납으로 압류
    • ‘6년 미등기’로 분당 땅 매입해 5배 올라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과다 부동산 논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은 1월10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때 “세종시는 블랙홀이 아니라…발전의 핵”이라고 했다.

    그는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함께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세종시 수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이란 세종시 원안에 규정된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세종시를 첨단과학비즈니스도시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세종시 문제에 있어 권태신 실장은 공격적인 언사로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그는 한 특강(2월4일)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균형 발전 때문에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가라고 했더니 당시 노무현 장관이 범부처적으로 반대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세종시 발전방안 발표자리(1월11일)에선 세종시 원안 고수를 ‘낭떠러지로 차를 모는 것’에 비유했다. 이튿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승객들은 아무도 그렇게 안 본다”며 반박했다. 권 실장은 한 토론회(2월3일)에서 “도시 전문가들 말로는 ‘(세종시가) 원안대로 유지되면 사회주의 도시’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전(前) 정권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청와대 비서관과 재경부 차관 등 요직에 발탁되었으며 당시 세종시 원안의 이론적 논리를 뒷받침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서) 경제비서관을 할 때는 세종시 원안을 찬성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것이 이뤄질 때쯤이 되면 공무원이 아닐 테니 아무 상관없을 것 같아서 찬성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2월5일 “한때나마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을 흠집 내고 폄훼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격하게 권 실장을 공격했다. 일부 언론에서 그의 ‘사회주의 도시’ 발언은 설화(舌禍)로 평가되기도 했다. 한 신문은 “공직자라면 ‘해야 할 말’과 ‘해선 안 될 말’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그걸 분별하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공직에 나설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질타했다.(조선일보 2010년 2월5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권 실장은 현 정부 내에서는 세종시 수정을 힘 있게 밀어붙이는 전문 행정 관료로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행정과 정치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수정안 관철의 논리를 그때그때 제공해왔다. 예를 들어 충청여론 설득 차원에서 지난해 12월18일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면 과학비즈니스벨트도 (세종시에) 못 가는 것”이라고 했다.

    청문회 안 거친 장관급

    이처럼 권 실장은 충청권 주민을 비롯한 전 국민의 관심사인 세종시 문제의 중심에서 지속적으로 이슈를 생산해 주목받았다. 국민으로부터 중요한 공직을 위임받는 장관은 어느 정도의 개인신상정보 공개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장관급인 권 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그 어떤 장관보다 중요도가 높은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현 제도상 청문회를 거치지는 않았다. 그가 어떠한 공직자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이런 차원에서 그와 관련된 정보에 자연스럽게 접근해봤다. 인터넷에 게재되는 공개 자료인 관보상의 그의 재산신고 항목도 그 대상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고위 공직자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엄격한 처신을 요구받아왔는데 그의 부동산 재산에선 공직의 윤리성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점들이 나타났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과다 부동산 논란

    권태신 실장이 소유했던 경기 고양시 화정동 임야 일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세종시 원안과 세종시 수정안의 대립의 근저에는 수도권과 충청권의 지역 이해관계가 물려 있다. “행정부처가 이전하면 수도권 부동산이 폭락한다”는 이야기는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측이 주장해온 주제였다. 세종시 정책의 주 집행자에게는 이러한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투명한 이력과 자질이 요구되며 이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은 공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권 실장은 TV에 상당히 자주 나와 행정 부처의 충청 이전을 차단해야 하는 정당성을 홍보하고 그 정책의 집행에도 앞장서온 ‘공인(公人) 중의 공인’인 장관급 공직자다. 그의 부동산 논란은 공직의 윤리성, 업무정당성에 관련되는 사안이므로 이에 대한 비평과 지적은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법원도 “공직자의 도덕성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다53805 판결)

    “관보가 잘못됐다”

    ‘신동아’는 권 실장의 부동산 문제에 있어 사실 확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권 실장(두 차례), 국무총리실 측(한 차례)과의 대화와 국무총리실이 별도로 보낸 소명자료를 통해 당사자의 반론을 들었다.

    권 실장은 2003년 4월 1급 공무원(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에 올라 재산공개 대상이 됐다. ‘신동아’가 2003년 6월7일자 제15415호 관보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비교한 결과 권 실장은 이 관보에 게재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본인 및 두 자녀가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산65-1번지 임야 3174㎡ 와 산67-6번지 임야 331㎡를 누락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두 임야는 권 실장과 그의 자녀가 1988년 9월17일 증여로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고위 공직자의 윤리성, 청렴성, 업무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로 재산의 누락이나 축소신고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국회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런 문제는 공직 적합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고려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이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시절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 고위공직자의 재산 축소 신고는 사회 문제가 되어 여러 공직자가 옷을 벗기도 했다.

    권 실장은 이 두 필지의 임야에 대해 2003년 당시 자신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재산공개에는 빠져 있었다는 점을 ‘신동아’에 인정했다. “왜 신고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나는 신고했는데 관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권 실장과 두 자녀는 2005년 8월29일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산65-1번지 임야3174㎡와 산65번지 임야 1487㎡를 건설교통부에 매각했다. 매매가격은 6억637만5000원으로 평당 43만원꼴이었다. 두 임야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정부 측은 공시지가의 3배 정도에 이 땅을 매입한 셈이다. 매매가는 두 감정평가회사의 평가에 의해 결정됐다고 한다.

    매매가 이뤄질 무렵 권 실장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2004년 5월~2005년 7월), 재정경제부 2차관(2005년 7월~2006년 5월)에 재임하고 있었다.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권 실장 측은 임야 매각대금 일부와 대출금 등으로 당시 26세인 장남 명의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를 구입했다.

    권 실장은 ‘신동아’에 “매매가격이 공시지가의 3배 정도인 것은 맞다. 감정평가의 평균치로 적정하게 산정한 것이다. 건교부의 토지매수청구제도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매도한 것으로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은마, 미륭, 우성, 진흥, 개포주공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과다 부동산 논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권 실장의 부동산 재산신고 및 등기의 투명성과 관련해선 또 다른 의문이 있다. 재산신고상의 땅 소유주와 실제 등기부등본상의 소유주가 서로 다른 일도 있었다.

    권 실장은 1966년 경북 영천시 금호읍 신월리 산3-1번지 6149㎡와 산3-7번지 6050㎡ 등 이 두 임야 1만2199㎡를 매입한 것으로 되어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8세였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권 실장은 2008년 10월27일 이 두 임야를 주소지가 미국 뉴욕 주로 되어 있는 처남 김모씨에게 매매했다. 비슷한 시점인 2008년 11월28일 권 실장의 부인 김모씨 소유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410-1 대지 95.68㎡는 다른 처남인 김모씨에게 증여됐다. 이 무렵인 2008년 10월 권 실장은 인사 스크린을 거쳐 차관급인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등기부등본상으로는 경북 영천의 두 임야는 현재까지 뉴욕 주 주소지의 처남 김모씨가 계속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2009년 3월27일 관보에서 권 실장은 이 두 임야를 본인 재산으로 신고했다. 등기부등본과 재신신고 중 하나는 사실과 다른 것이다.

    권 실장은 ‘신동아’에 “내 소유로 신고한 것은 단순 행정착오다. 내 재산등록을 대행한 비서관이 소유권이전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임야대장을 보고 작성했다”고 해명했다.

    권 실장은 1977년 행정고등고시 19회로 공직에 들어와 1983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샀다. 3년 뒤인 1986년 그는 은마아파트를 팔고 현 송파구 가락동의 미륭아파트를 샀다. 1988년 11월 미륭아파트를 파는데 그 사이인 1987년 12월 강남구 개포동 우성아파트를 샀다. 이어 1993년 우성아파트를 팔고 같은 해 강남구 삼성동 진흥아파트를 사서 이 아파트를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후의 강남아파트 매입은 2005년 고양시의 임야를 팔아 장남의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구입한 것이었다.

    1983년 이후 10여 년간 이어진 강남 아파트 갈아타기가 1993년경부터 멈춘 것인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1993년은 공직자 재산신고제도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은마, 미륭, 우성, 진흥아파트로 이어지는 권 실장의 강남 아파트 사고-팔고-사고-팔고-사고-팔고-사기의 과정에서 그와 그의 부인은 주민등록상 같이 거주하기와 따로 거주하기를 반복했다. 권 실장 부부는 대략 세 번에 걸쳐 주민등록상 이산가족이 되었다.

    1984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권 실장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에, 부인은 은마아파트에 거주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어 1986년 11월부터 1988년 12월까지 약 2년 동안은 권 실장은 미륭아파트에, 부인은 은마·우성아파트에 거주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1991년 4월부터 1993년 4월까지 약 2년 동안은 권 실장은 우성아파트에, 부인은 한보미도맨션에 거주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권 실장은 1984년 9월 주공아파트 전입, 84년 12월 은마아파트 전입, 85년 5월 주공아파트 전입, 85년 11월 은마아파트 전입 등 3개월, 6개월, 6개월 단위로 주소지를 옮겼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강남 아파트 열풍의 두 가지 코드는 ‘아파트 갈아타기’와 ‘실거주 요건 채우기’였다. 허의도씨는 ‘낭만아파트’라는 저서에서 당시의 강남 아파트 갈아타기 세태를 이렇게 묘사했다.

    “1980년대 강남 투기가 극성을 부릴 때 설치고 다닌 사람들은 소위 바지차림의 복부인들이었다. 그들은 대개 아파트 광기에 같이 물들어갔다. 서너 번 아파트를 갈아탄 이후 그들의 주머니와 배는 불룩해졌다.”

    당시 1가구1주택에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됐는데 실거주 요건을 채우는 것은 양도소득세를 절감하기 위한 중요한 방편 중 하나였고 이로 인해 일각에선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위장전입 현상이 나타났다.

    권 실장과 총리실 측은 본인이 주공아파트에, 부인이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따로 거주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점에 대해 “아내가 둔촌동 부근 보훈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이사한 것으로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일치한다”고 했다.

    “실거주 요건 채우려고 따로 살아”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과다 부동산 논란

    부천시 오정구 작동의 임야 일대.

    그러나 “부인의 통원치료 이유라면 부인이 둔촌동 주공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 아닌가”라고 재차 질문하자 권 실장은 “양도세가 절감되는 실거주요건을 채우기 위해 나와 아내 중 한 사람은 은마아파트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야 했다”고 했다. “실제로 부부가 아파트 두 채를 얻어 따로따로 산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그렇다”라고 했다.

    권 실장은 미륭아파트와 우성아파트를 샀다 팔았는데 약 2년 동안 권 실장이 미륭아파트에, 부인이 우성아파트에 따로 거주한 것으로 되어 있는 것과 관련해선 ‘신동아’에 “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실제로 아파트 두 채에 따로 떨어져 살았다”고 했다. 이어 세번째에 대해선 “ 딸교육 문제 때문에 실제 따로 살았다”고 했다. 권실장은 “투기목적이 아니라 주거여건등을 고려해 주거공간을 조금씩 늘려간 것”이라고 했다.

    권 실장 소유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작동 산43-12번지 임야 7441㎡는 2009년 3월 현재 4억6803만원(권 실장의 재산신고가)이었다. 2006년 2월의 2억5448만원(권 실장의 재산신고가)보다 2억1355만원 높아졌다. 이 땅 일대에 대해 한 부동산 관계자는 “그린벨트로 되어 있지만 인근 지역이 대부분 개발되어 이 일대에 대한 개발압력이 높다. 시세는 공시지가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 실장은 “개발제한으로 묶여 있어 가치가 없다. 2009년 신고가격이 높아진 것은 신고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땅값은 뛰었고 세금은 체납했고

    그런데 이 땅은 1995년 2월25일 부천시 오정구청에 의해 압류(제12163호)된 점이 등기부등본상에 나타났다. 해당 압류처분은 5년여가 지난 2000년 8월12일(제55440호)에 말소됐다. 오정구청 관계자는 이 압류 건에 대해 “재산세 체납으로 압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래된 기록이어서 체납액수와 체납기간은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땅의 경우 1994년 부과분도 1998년에 납부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권 실장은 체납으로 인한 압류 문제에 대해 “1998년 9월부터 2001년 5월까지 영국에 재경관으로 체류하여 그 기간 내 부지에 대한 압류나 압류해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국무총리실은 소명자료에서 “권 실장은 토지세 등 각종 세금을 고의로 체납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발 더 나아가 “95년, 96년 토지세를 정상납부하였으므로 토지세 체납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그 증거로 이 땅에 대한 1996년 10월6일자 권 실장의 납세영수증과 1997년 2월1일자 권 실장의 납세영수증을 ‘신동아’에 제시했다. 그런데 이 중 1997년 2월1일자 납세영수증은 “종합토지세 독촉(최고)장 겸 영수증”이라는 제목에 “위의 체납금액을 납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총리실이 “토지세 체납은 있을 수 없다”면서 제시한 이 영수증은 오히려 ‘권 실장이 이 영수증 발부 전 종합토지세를 체납한 사실이 있음’을 보여주는 추가적 정황이 됐다. ‘신동아’가 해명을 요청하자 권 실장은 “구청으로부터 고지서 자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등기부등본의 ‘등기원인’ 항목에 따르면 권 실장은 재무부 경제협력과장(1991년 5~12월) 재임 시절인 1991년 8월29일 한국토지개발공사 소유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117-1번지 대지 211.6㎡를 매매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등기부등본의 ‘접수’ 항목에 따르면 실제 소유권이전 등기가 접수된 시점은 2002년 3월15일로 약 11년 뒤였다. 이 중 토지개발공사가 택지개발을 한 기간(지번이 나오지 않은 기간) 5년을 빼면 권 실장은 약 6년 동안 이 땅을 ‘미등기’ 상태로 둔 것이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의 과다 부동산 논란

    권태신 실장의 분당대지 전경.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1990년대 초에는 잔금지급을 미루는 방식으로 토지를 미등기 상태로 두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매를 하거나 부동산을 사고파는 데 유리한 관행도 있었다”고 했다. ‘신동아’는 홍보실을 통해 이 땅의 매각 경위, 미등기 원인을 토지주택공사에 공식적으로 질의했으나 토지주택공사는 “알아보겠다”고 한 뒤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권 실장이 이 땅을 매입한 1991년은 분당신도시가 한창 조성되던 때였다. 그는 1억3000여만원에 이 땅을 사들여 지금까지 보유 중인데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그간 땅값이 많이 올라 현 시세는 7억여 원 이라고 한다.

    “1990년대 미등기 소유 관행”

    이에 대해 권 실장은 “당시 2차 분양으로 매입했다. 택지개발지구여서 지번이 부여되지 않아 토지공사가 5년간 등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지번이 부여된 뒤로도 6년 동안 등기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영국 체류 이후 2002년 귀국한 시점에서 토지개발 추가비용 잔금인 50만~100만원의 미납부로 인한 미등기 사실을 확인하고 이 금액을 납부하여 등기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땅값이 7억원인지는 모르겠다”면서 “미등기 전매나 세금탈루 목적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총리실은 소명자료에서 “권 실장은 이 땅에 대해 1993년부터 구역(C7블럭) 기준으로 공직자 재산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천 오정구 작동 땅의 세금납부 영수증을 제시한 것과는 달리 이에 대해선 소명자료에 증빙증거를 첨부하지는 않았다. 1993년 당시 권 실장은 고위공직자가 아니어서 재산신고는 하지만 재산공개의 대상은 아니어서 관보 등 공개 자료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 땅에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데 권 실장은 이 땅을 매입한 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 땅을 산 1991년 권 실장은 서울 강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권 실장은 본인 명의의 강남구 삼성동 진흥아파트와 장남 명의의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를 갖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분당 땅을 산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노후 생활을 대비하여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2006년 2월 28일 관보에서 권 실장이 신고한 본인과 가족 명의 부동산의 보유 (아파트 2 , 대지 2 , 임야 9 ) 및 매각 (임야 6) 건은 19건이었다. 이중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임야 네 필지의 경우 1988년 증여에 의해 권 실장 본인과 아들 (당시 9세),딸 (당시 6세)이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2005년 두 필지를 매각하여 이부분이 보유신고 6건, 매각신고 6건을 차지하고 있었다.

    총리실은 소명자료에서 “세 사람이 합법적으로 증여세를 납부하고 권 실장의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았다”고 했다. 권 실장은 ‘신동아’에 “1993년 공직자 재산신고가 처음 실시되었을 때 ‘땅이 많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지만 다 소명이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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