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호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의 특징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유의해야”

  • 조호정│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chjss@hri.co.kr│

    입력2010-03-02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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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가 각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물을 검토해 선정한 이달의 보고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1월29일 발표한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의 특징’이다. 2008년 9월의 금융위기 직후와 2009년 3월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화된 이후 글로벌 투자자금의 움직임을 비교분석한 이 글은, 최근 이들 투자자금이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늘려감에 따라 한국에도 외국인자금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향후 국내 자본·외환시장의 급등락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편집자>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의 특징

    2009년 7월1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0선을 넘어선 가운데 중국 투자자들이 상하이에 있는 한 증권사 객장에서 전광판을 보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은 크게 위축됐다. 우선 총규모가 급감했고 투자방향이 자국으로 선회하는가 하면, 안전자산을 선호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및 신흥국에서의 투자자금 회수 같은 특징도 나타났다. 그러나 2009년 3월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전환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은 점차 약화되었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도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등 변화가 나타난 바 있다. 이러한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을 금융위기 당시와 2009년 3월 이후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이란, 민간투자자금 가운데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증권투자)란 외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지분증권 자금과 채권에 투자하는 부채성증권 자금 항목을 합한 자금을 의미한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이 글에서는 투자자금의 총규모, 투자자금의 운영, 투자유형, 자금 공급과 유입 등으로 나누어 특징을 분석하고자 한다.

    위기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2003년 이후 전세계 금융자금의 유입 규모는 포트폴리오 투자와 은행 대출 등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해왔다. 세계 각국에 유입된 총 금융자금의 규모는 2003년 2조6408억달러에서 2007년 8조8671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1조4281억달러로 그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다. 이를 나누어 살펴보면, 직접투자는 소폭 감소한 반면 포트폴리오 투자는 2007년 2조8917억달러에서 2008년 1조5120억달러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고, 기타 투자도 4조2334억달러 유입에서 1조4002억달러가 자국으로 회수되면서 급감했다.

    그러나 2009년 들어 글로벌 금융자금의 유입 규모는 확대로 전환했다. 우선 세계 각국으로 유입되는 총 금융자금 가운데 30%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를 보자. 2008년 2/4분기부터 2009년 2/4분기까지 미국에 투자된 민간자금은 총 548.7억달러에 그쳤지만, 3/4분기에는 3324억달러가 유입되는 급증세를 보였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으로 향하는 민간자금 유입규모도 2007년 1조2522억달러에서 2009년 3486억달러로 감소했지만, 2010년에는 6718억달러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크게 축소됐던 전세계 금융자금 유입 규모는 2010년에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당시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주요 포트폴리오 투자국들은 해외에 투자된 자금을 자국으로 회수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 회수자금의 규모만 2008년 3/4분기에 1990억달러, 4/4분기에는 446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2009년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양상 역시 변화했다. 1/4분기에 1640억달러, 2/4분기 3090억달러가 해외에 투자되는 등 유출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인 것이다.

    2008년 3/4분기부터 4/4분기까지 2분기 연속 큰 폭으로 감소했던 미국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의 유출입 규모도 2009년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8년의 경우 미국은 3/4분기부터 4/4분기까지 총 2099억달러의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을 자국으로 회수했고, 해외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의 규모도 696억달러로 축소됐다. 그러나 2009년에 들어 2/4분기까지 미국은 총 2413억달러의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을 해외에 투자했다. 미국으로 유입된 투자자금도 1750억달러로 증가한 바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의 특징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의 특징
    그 규모의 급증뿐 아니라 투자성향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의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flight to higher gains)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세계 각국의 국채 순발행은 2007년 연간 2190억달러 규모에서 2008년 1조1130억달러로 5배나 늘었다. 2009년에도 1조달러 이상 순발행되는 등 채권시장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전세계 채권거래 규모는 2008년 하반기 10.4조달러, 2009년 상반기 11.3조달러로 증가하는 추세였다가 2009년 하반기 들어 9.6조달러로 축소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 국고채 5년물의 금리는 금융위기 이전 2.95%에서 2008년 12월 1.26%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들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2009년 말 2.68%로 재상승한 바 있다.

    채권 지고 주식 뜨고

    이렇듯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고조됐던 채권 자산 선호 열기는 신용위험이 하락하면서 가라앉고, 대신 투자수익이 높은 주식 등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 미 투자기업협회(ICI)에 따르면 전세계 뮤추얼펀드 자산 규모는 2008년 2/4분기 말 24.7조달러에서 2009년 1/4분기 18.2조달러로 축소되었다가, 3/4분기말 현재 22.4조달러 규모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거래소연맹(WFE)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1월 세계 증시 월별 거래대금이 5.8조달러까지 하락했다가 3월 이후 회복세를 보여 10월에는 7.4조달러까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저금리 기조와 달러화 단기 조달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된 가운데 향후 엔-캐리 트레이드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 달러화의 3개월 리보금리는 2008년 10월10일 최고치인 4.82%를 기록한 후 하락해 2009년 8월말 이후 엔화 3개월 리보금리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고 또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Fed Rate)도 2007년 9월말 4.75%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2008년 12월 이후 제로금리(0.00~0.25%)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 채권발행은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해 2009년 3/4분기 말 채권발행 잔액이 9조4819억달러로 전 분기에 비해 1813억달러나 증가했다. 이는 전년 말과 비교하면 8871억달러가 증가한 규모다. 미국 은행의 해외대출 등 대외채권 잔액도 2008년말 2조5303억달러에서 2009년 11월말 2조7988억달러로 증가세를 지속해 달러-캐리 트레이드를 위한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기 이후 청산됐던 엔-캐리 트레이드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 3개월 리보금리가 2009년 12월 이후 0.30% 이하로 하락하며 미 달러화와의 금리차를 좁히고 있다. 엔화 채권발행 잔액도 2008년말 7805억달러에서 2009년 2/4분기까지 총 717억달러가 감소했지만, 2009년 3/4분기에는 전 분기대비 344억달러가량 증가해 엔-캐리 트레이드의 징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불어나는 자금, 커지는 불안정성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가 급증함에 따라 주식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신흥국 경제도 빠른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8년 아시아 7개국(한국, 대만, 인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657억달러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2009년 중 598억달러 순매수로 전환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신흥국시장 주식형 뮤추얼펀드로의 자금 유입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8년에는 총 394.9억달러가 투자국으로 회수됐지만 2009년에 들어 2/4분기까지 287.7억달러가 유입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08년 10월27일 454.3까지 하락했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수익률은 2010년 1월15일 현재 1010.8로 회복되면서 회복세가 더딘 선진국지수와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입 급증에 따라 신흥국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을 살펴보면, 2010년 1월 선진국들의 CDS 프리미엄 수치가 두바이 사태 등으로 상승한 데 반해 주요 신흥국의 경우는 위기 이전 수준보다 하락하며 안정화됐다. 지난 1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신흥시장 및 개도국들의 201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6.0%에 달하고, 특히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8.4%의 고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제 회복이 빠른 신흥국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규모가 급증하면서 자본시장의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신흥국으로의 자본 유입 증가와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아시아통화인덱스(아시아국가인 중국, 한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통화의 미 달러화에 대한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2009년 2월말 101.9에서 11월말 110.8로 상승했다. 특히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2009년 최저치 대비 2010년 1월15일 현재 각각 32.1%와 27.3%가 올랐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2009년 11월3일자 공식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 자산시장의 버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의 주택가격은 2009년 11월 현재 금융위기 이전의 전고점과 비교할 때 4.9% 상승한 상태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해당국들은 이를 완화하기 위한 유입자금의 규제에 나섰다. 특히 통화 절상 폭이 컸던 신흥 주요국들이 외국인 투자자금에 대한 제한조치에 앞장서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벌어지는 시장 교란을 방어하기 위해 브라질, 대만, 콜롬비아, 중국은 이미 직간접적인 조치를 취한 상태다.

    상황변화 관리할 카드는

    지금까지 살펴본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의 변화로 인해 2010년 한국에도 외국인투자자금의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10년 국내 주식시장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 지수 편입, MSCI 선진시장지수 편입 가능성 상존 등 호재가 많아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커지면 주가와 시장금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흥국으로 유입된 글로벌 투자자금이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으로 급격히 회수된다면 신흥국의 환율과 주가에 급변동을 초래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증가로 인한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급등락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금유입 지속으로 인한 환율의 급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을 통해 원달러 환율의 안정화를 유도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원화 환율의 급변동은 수출경쟁력 약화, 기업 채산성 악화, 환차손 리스크 증대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아울러 환변동보험제도 등을 활성화해 환율 급변동으로 인한 위험 부담을 줄일 필요도 있다.

    둘째, 달러-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경우에 대비해 국내 투자기반을 확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은 금융·실물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국내에서 간접투자 문화를 활성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4대 공적연금의 2010년 국내주식 운용계획이 전년대비 21.1% 증가한 52.3조원 규모로 확정된 만큼, 이를 차질 없이 운용해 국내의 중장기 투자기반을 확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리스크가 전체 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넷째, 다른 신흥국들의 자본통제 사례를 참고해 투기자금의 빈번한 유출입으로 인한 악영향을 방어할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브라질은 외국인이 자국통화의 채권과 주식에 투자할 경우 2%의 거래세를 부과함으로써 핫머니 유입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투기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제어할 수 있는 토빈세(국경을 넘는 자본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같은 자본통제대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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