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중고생 사이에는 KBS의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이 인기를 끌고 있다. 폭주족 출신의 변호사 강석호(김수로 분)가 ‘국립 천하대’ 합격을 목표로 해서 고3 꼴찌 학생들로 특별반을 구성해 공부시키는 내용이다. 드라마에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공부법도 소개되고 있어 중고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중에는‘공부의 신’ 시청자가 많다. ‘1등 공부법’은 있는 것일까.
서형일씨(왼쪽)와 김지석씨.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는 ‘천하대’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서울대를 가리킨다. 이 드라마의 원작 일본 만화 제목도 ‘최강 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다. 그렇다면 서울대생이 생각하는 ‘1등 공부법’은 뭘까. ‘신동아’는 오래전부터 공부법에 관심을 갖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서울대생 두 명을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올바른 공부방법을 알리기 위해 조직된 ‘공부의 신’(gongsin.com) 회원이다.
김지석(24)씨는 서울대 사범대 수학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서형일(24)씨는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 김지석씨는 서울대에 어떻게 합격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했나요.
“중고교 성적은 중상위권이었습니다. 강남구에 있는 청담고를 졸업했는데 학년에서 500명 중 100등 안팎이었습니다. 절대로 서울대 합격할 실력은 아니었어요. 2005년 수능에서는 언어영역이 5등급, 외국어영역이 2등급, 수리영역이 2등급인가 3등급인가였습니다. 그래서 언어영역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서울 지역 한 대학에 가까스로 합격했습니다. 1학년 때 대학을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다가 2006년 공익으로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밤 시간을 이용해 다시 공부했어요. 4개월 동안 하루에 4시간씩 잠자며 재수했는데 성적이 엄청 올랐습니다.”
김씨는 2007년 수능에서는 언어·수리·외국어 등 주요 3과목에서 300점 만점에 290점을 맞았다. 수능 성적만을 놓고 볼 때 전체 수험생 중 0.5% 안에 들어가는 점수였다.
▼ 드라마 ‘공부의 신’에 나올 법한 사례입니다. 어떻게 4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그것도 낮에는 공익으로 근무하면서 공부해 점수가 그렇게 많이 올라갈 수 있었나요.
“우선 심정적으로 독했습니다. 부모님은 재수에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공익근무는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데도 재수하는 동안 집으로 가지 않고 아예 사무실에서 잠을 자면서 공부했어요. 부족한 잠은 점심시간에 40분 동안 낮잠 자는 것으로 보충했습니다. 그리고 공부방법을 완전히 바꿨어요. 그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김씨는 서울대에 합격하자마자 자신의 공부법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모교 강연회를 자처했다고 했다. 당시 청담고에서 했던 그의 강연은 반응이 좋아 강연요청이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네이버에 공부방법 카페를 개설했고, ‘공신’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공부법을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KBS 드라마 ‘공부의 신’
“이른바 강남학군 출신은 아닙니다. 강서구에 있는 영일고를 졸업했어요. 중학교 때 성적만을 놓고 보면 서울대 갈 성적은 아니었습니다. 한 학년이 400명 정도였는데 80등 안팍이었습니다. 명덕외고에 지원했는데 불합격해서 일반고를 다니게 됐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첫 모의고사를 치렀는데 전교에서 3등을 했어요.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전교 10~15등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고3 때 교지 편집 활동을 하면서 공부를 소홀히 했는데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어요. 그해 수능이 쉬웠는데 500점 만점에 442점으로 전국에서 상위 4%였습니다. 그래서 서울대에 불합격한 뒤 재수를 했고 다음 해에는 수능이 어려웠는데도 467점으로, 전국에서 상위 0.4%에 들었습니다. 이 점수로는 이공계에서 의과대 3군데를 빼놓고 다 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서형일씨의 경우 중학교 시절에 비해 고교때에 성적이 급상승한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개인에 따라 중학교 때 성적이 낮았어도 고교시절 성적이 향상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전교에서 80등 안팎이던 성적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모의고사에서 3등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성적 상승의 이유
“고교에서 성적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중학교 시절에 외고를 준비하면서 사실은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교육열이 높아 학원도 많이 다니게 하는 등 사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당시는 외고 준비가 수능시험과 크게 다를 게 없었어요. 외고 영어 듣기는 수능보다 어렵게 나오기 때문에 이미 중학교 시절 남보다 공부를 많이 한 편이었습니다. 수학도 중학교 시절에 많이 공부했습니다. 비록 외고입시에 실패하는 등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에 비해 공부를 훨씬 많이 했어요. 방학에도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도 보면 방학을 거치면서 학생 간에 성적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분석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머니 지인의 아들로 제게 무료 과외를 해준 A선생님이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습니다. 부산과학고 출신으로 서울대 공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분이었는데 ‘영어는 한 단어도 빼놓지 말고 해석하고 구조를 분석하라’ ‘수학은 답을 가리고 풀어라’ 등 공부하는 방법을 많이 가르쳐줬습니다.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서씨는 서울대 입학 후에도 A씨 영향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공부방법론을 가르쳐왔다. 공신 회장도 맡는 등 멘토링 활동을 많이 해왔다.
이들이 생각하는 효과적인 공부법은 뭘까. ‘공신 공부법 카페’를 개설한 김씨에게 물었다.
“많은 학생이 치명적으로 빠지는 오류 중 하나가 진도를 빼는 방식에 있습니다. 특히 수학이나 영어문법 공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오류인데 ‘1단원 기초→1단원 심화→2단원 기초→2단원 심화→3단원 기초→3단원 심화…’ 방식입니다. 그러다보니 맨 마지막 단원까지 끝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마지막 단원에선 모든 것을 까먹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기초과정을 끝내면 앞 단원이 기억나는 채로 다음 단원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모든 단원을 마친 뒤 다시 첫 단원으로 되돌아와서 심화과정을 마치는 방법입니다.”
김씨는 도표(아래 도표 참고)까지 그리면서 열심히 설명했다. 김씨는 문제풀이가 중요한 수리영역과는 달리 언어영역은 많은 문제를 푸는 것이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문제풀이보다 문장해석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데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얻어낸 단서를 가지고 답을 찾는 잔머리를 굴려서는 절대 점수가 오르지 않아요. 영어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문장해석능력 외에도 문법, 듣기, 어휘 실력이 필요한데 엉뚱한 데에만 노력을 쏟고 있어요. 외국에서 살다온 친구들이 영어 문제집 한권 안 풀어보고 외국어영역에서 고득점이 나올 수 있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
김씨는 탐구영역에 대해서는 “문제당 풀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어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순발력과 실전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부방법의 오류
그렇다면 수리영역에서 점수를 까먹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계산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학교육과에 재학 중인 김씨에게 물었다.
“사실 제가 전에는 계산실수를 엄청 많이 했어요. 6개 틀리면 4문제가 계산 실수일 정도였어요. 그래서 제 계산 실수 패턴을 일일이 별도 공책에 적어놓고 ‘실수패턴’을 외웠습니다. 언어영역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심상(心象)’이 유사한 문제를 골라야 할 때 실수로 ‘주제어’가 유사한 문제을 골라 틀리곤 했는데 이것도 ‘실수 메모책’에 적어놓은 뒤 더 이상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실수 메모를 보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나중에는 문제를 읽으면 내가 어디에서 실수할지가 머리에 떠오를 정도입니다.”
참고로 김씨의 공부법은 네이버에 개설한 김씨의 카페(cafe.naver.com/dbtj)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공익근무 중 4개월 동안 재수해 성적을 많이 올린 김지석씨.
“공부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상태입니다. 수험생도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가 돼야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공부를 취미처럼 하는 경향이 있는데 ‘프로학생’이 돼야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데 유능한 프로게이머는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연습해야 한다고 합니다. 프로게이머의 세계에선 일주일에 60시간 이하로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이게 프로입니다. 또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주변을 쳐내고 집중과 몰입을 해야 합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부 잘하는 학생은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순간이 되면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매일 두 시간은 자기만의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보면 자신만의 공부법을 깨닫게 됩니다. 자전거도 직접 타봐야 타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쳐줘도 자신이 직접 자전거를 탈 때까지는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울 수가 없어요.”
기자는 예전에 수리영역 인터넷 강의 스타강사인 삽자루(본명 우형철) 선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그가 한 말 중 기억나는 것은 “학생들이 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에 나오지 않는 것을 너무 많이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에게 ‘학생들이 정말로 수리영역을 공부할 때 필요 없는 부분을 많이 공부하느냐’고 물었다. 두 사람이 “정말로 그렇다. 이 말은 꼭 하고 싶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문제는 수능에 나오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지금도 ‘헤일리 케밀턴 정리’ 등 수능에 전혀 나오지 않은 문제를 풀면서 힘들어합니다. 여기에는 ‘수학의 정석’ 책임이 큽니다. ‘헤일리 케밀턴 정리’는 고등학생들은 배울 필요가 없는 내용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정석에 나옵니다. 다른 문제집은 정석에 나왔다는 이유로 헤일리 케밀턴 정리 문제를 또 수록합니다. 사실 수능 준비를 위해선 ‘실력 수학의 정석’은 볼 필요가 없는 책입니다.”
“(서) 학생들이 ‘수학의 정석’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아버지 세대가 본 책이니깐 나도 이 정도는 봐야 하지 하느냐’ 하는 ‘성스러운(?)’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 정도는 하나 있어야 고등학생이 됐다는 심리적인 측면도 있어요. 베개로 쓰면 될 것 같아요.‘수학의 정석’은 양이 너무 많아요. 아이들을 지치게 합니다. 많은 고등학생이 수학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학을 교과서로 공부하지 않고 정석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석을 기본서로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고교 재학 시절 ‘수학의 정석’으로 수학을 공부했던 기자로선 ‘충격’이었다. 그래서 되물었다. 정말로 수능을 준비할 때 정석으로 공부할 필요가 없느냐고.
“(김) 사실 일부 학교 내신에는 헤일리 케밀턴 정리 같은 문제가 나올 때가 있어요. 내신 공부할 때만 좀 보면 될 듯합니다. 수능에는 별로 도움이 안돼요. 수학을 아주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기본서를 공부할 때 ‘수학의 정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석 공부는 하나의 통과의례예요. 수능 수학문제가 어려운 것은 이상한 데서 문제를 출제했기 때문이 아니고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기초를 깊게 해서 출제하기 때문입니다.”
필요 없는 공부는 금물
서형일씨는 영어 과목에서도 엉뚱한 영어를 공부해야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문장의 5형식과 보어, 이런 것들도 사실 수능시험에 나오지 않아요. 문장의 형식을 가르치는 것은 100년 전 일본식 영어문법이에요. 사실 문법은 아름다운 논리이고 계층구조입니다. 선생님들이 오래전 고등학교 시절 배운 것을 그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학교 내신 영어시험에는 이런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이에요. 학교 선생님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서 이래요. 오히려 인강(인터넷강의) 선생님들이, 학원 선생님들이 옳은 말을 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은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서 공부할 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서씨는 “평가원에서 수능시험 출제와 관련해 펴낸 매뉴얼을 보는 게 도움이 된다”며 “수능에선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문제가 나오는 만큼 어렵게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외고입시 실패, 대입 실패 등을 극복하고 서울대에 합격한 서형일씨.
“(김) 외국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수학은 수학을 잘하는 아이몇몇을 빼놓고는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2 때에는 중3 과정 준비하느라 공부를 못하고, 중3 때에는 고등학교 과정을 준비하느라고 공부를 못하고 이런 식입니다. 고1 때에는 고2 과정 준비하느라고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합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배운 내용을 마스터해서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판단될 때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맞아요. 같은 문제를 계속 풀어보는 게 지겨운 사람이 선행을 해야 합니다. 상위 1,2%가 아니라면 선행은 무조건 해롭습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 학생을 4주 동안 멘토링한 적 있는데 성적은 중상위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선행학습을 엄청나게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영어와 수학학원을 모두 끊도록 했습니다. 방학 때에도 다음 학기 중간고사 범위만 공부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평균 점수가 20점이나 올라갔어요. 사실 당연한 일이에요. 다른 친구들이 되지도 않는 텝스 공부하고 있는 동안에 이 아이는 지금 배우는 과정을 몇 배는 더 많이 공부했기 때문이에요.”
“(서) 선행학습의 가장 큰 단점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만하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학원에서 미리 배운 것이어서 알고 있다고 생각되면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내신점수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제가 그런 측면이 있었어요. 선행학습은 과학고나 경시대회 준비하는 아이들만 하면 됩니다. 백번 양보해서 중학교에 다닐 때 고등학교 과정 선행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선행하는 것은 이해가 안 돼요. 학기가 끝나면 복습이 먼저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잘못했는데 다음부터는 선행을 통해 잘해야지’라는 심리가 있어요.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지려고 하지만 문제는 과거가 계속 따라온다는 점입니다. 무리한 선행을 하면 ‘희망→자만→절망’이 반복됩니다.”
사실 두 사람은 실패를 겪었다. 서씨는 외국어고에 낙방했고, 첫 수능에선 서울대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져 재수를 했다. 김씨는 공익근무를 하면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수를 했다.
“(서) 살아오면서 여러 번 실패했어요. 제가 덤벙거리고 자만하는 스타일이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요. 그런데 대입 재수할 때에는 정말로 이 악물고 했어요. 재수할 때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자습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그래서 절대로 자습시간에는 빠지지 않았어요. 학원이 끝난 뒤에는 아무리 아파도 자습을 했어요. 하루도 학원에 빠지지 않았어요. 노량진에 있는 대성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을 믿고 따르자. 나 혼자만의 공부법을 찾지 말자. 선생님을 교주처럼 굳게 믿고 따르자’고 각오했어요.”
“(김) 재수시절을 떠올리면 제가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공부했나 싶어요. 부모님이 재수에 반대해서 더욱 독하게 공부했던 것 같아요. 옷 한 벌, 양말 한 켤레로 일주일 동안 버티고 공부만 했어요. 잠은 하루에 4시간씩만 잤습니다.”
▼ 드라마 ‘공부의 신’을 보나요.
“(서) 인터넷을 통해 간간이 본 적은 있지만 집중해서 보지 않아요. 중학생이 보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좀 낯 뜨거운 느낌이 들어서요. 인터넷에서 일부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맘에 드는 점은 보통 언론은 공부에 대해 원칙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습니까. 창의성,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응용력을 키워야 하고 학원을 다니지 않아야 한다는 이상적인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주입식 교육이 때로는 유용하고, 수학문제는 반사신경처럼 익숙해져야 잘 풀 수 있다는 등 이런 내용은 솔직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또 주인공 변호사가 한 말 중에서 ‘공부를 잘 못해 이용당하는 대신 공부를 잘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규칙을 바꾸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내용도 유치한 측면이 있지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현실적으로 한 이야기가 더욱 다가왔습니다.”
“(김) 저는 원래 TV 드라마를 잘 보지 않습니다.”
결국은 태도
▼ 서울대 진학해서 만난 친구들을 보면 공통적인 공부법이 있나요.
“(서) 30% 정도는 제가 봐도 ‘참 유전자가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달라요. 이런 친구들은 완전히 잘못된 공부법으로 공부해도 성적이 잘 나와요. 다른 사람과 다르게 태어난 것이지요. 가정환경이 좋은 친구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선 지역균형선발제가 보완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 멘토링을 하다보면 학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점은 없나요.
“(김) 결국 태도에 달려 있어요. ‘공신’에게 멘토를 받게 됐다고 그냥 좋아만 하고 원래 하던 대로 생활하는 아이를 많이 봤어요. 공신 사이트에도 공부 방법과 관련해서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계속 댓글만 달면서 놀기만 해요. 이런 아이들은 큰 변화가 없어요. 그렇지만 ‘공신’을 만나 적극적인 태도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변하는 경우가 있어요. 푸념만 하고 위로만 받으려는 학생들은 발전이 없습니다. 결국 자기관리의 문제입니다.”
▼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서) 사실 멘토링 등 ‘공부의 신’ 활동은 곁다리로 시작한 건데 풍덩 빠졌어요. 그런데 이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너무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면 좌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공이 전공인 만큼 컴퓨터 쪽에서 안드로이드 분야를 공부하려고 합니다.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엔지니어를 하다가 나중에 교육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려고 합니다.”
“(김) 대안학교 방식의 학교 만들기가 목표입니다. 꿈꾸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교육은 문제가 많아요. 지금 도덕교과서를 보세요. 체육교육도 평가를 한다며 체육이론을 가르치고, 배구 토스를 몇 개 하는 것으로 점수를 매겨요. 학교가 교육은 하지 않고 평가만 하고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졸업생은 대학에 가지 않으면 무능력해요. 고등학교에선 대학 가는 방법만 배운 게 다예요. 학교가 인재 무능력화를 가속화하고 있어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