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만든 기술이 세상 사람들의 삶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오직 기업의 이익을 불려주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적정기술은 사람들의 삶과 괴리되지 않고 그 한가운데 있다는 점에서 ‘따뜻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동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인 한 교수는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학문에 자부심을 느끼고 나아가 세상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될까” 고민하다 적정기술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지난해 ‘Global Engineering project’라는 과목을 개설하고, 해외원조 NGO(비정부기구)의 협조를 얻어 매해 지방 주민들과 결연을 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주민들 가옥에 우리나라 온돌과 같은 형태의 바닥 난방장치를 달아줬어요. 이번에 설치한 보일러는 학생들이 지난 한 학기 동안 연구해 온수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한층 발전시킨 모델이죠. 이외에도 그 지역의 진흙을 이용해 벽돌을 만들 수 있는 기계, 수확한 감을 품질별로 분류할 수 있는 기계 등을 선사했습니다.”
그는 “1년에 두 번씩 현지를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학생들이 ‘주민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엔 내 공학적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걸 보면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한동대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매해 지역의 적정기술 연구에 동참하고 싶다는 해외 대학들의 제안도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미국 테일러대 등 몇 개 대학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됐다.
“한동대에서는 3월 ‘소외된 90%를 위한 창의적 공학설계 경진대회’도 개최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학기술로 사회에 기여하는 공학자가 많이 배출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