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왼쪽)와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국무총리실.
그런데 정무실의 사령탑이 어중간하다. 이병용 정무실장이 세종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말에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전임인 한승수 총리가 임명했기 때문에 새 총리를 보좌하기엔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총리는 최근까지 정무실장을 교체하지 못했다. 자신이 정무적 역할을 맡길 수 있다고 판단한 두 사람을 데려가려 했지만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前 국정원 지부장’ 혼선
정 총리는 먼저 치과의사 출신인 김모씨를 정무실장에 기용하려다 여의치 않자 김유환 전 국가정보원 경기지부장을 염두에 뒀다. 한나라당의 친MB(이명박 대통령) 직계 소장파 의원들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지부장은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정보기관 출신이 총리를 정무적으로 보좌하는 자리에 임용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 “막 가자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지부장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고(故) 최태민 목사 관련 옛 안기부 자료 등 이른바 ‘박근혜 X파일’과 관련해 의혹을 받은 인물인 까닭이다. 정부 일각에서도 ‘김유환 정무실장 카드’가 정 총리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가 없지 않았다.
최근 여권 내부에선 “김 전 지부장이 내정단계에 있고 임용절차를 밟고 있다”(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설명과 “없었던 일이 된 것으로 안다”(정부 정무라인 인사)는 말이 엇갈려 나왔다.
사의를 표명한 실장이 어정쩡한 상태에서 계속 이끌고 있는 총리실 정무라인이 세종시 파고에 제대로 대처하기엔 애당초 역부족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고위 인사는 “이 중요한 시점에 총리실이 왜 정무라인을 정비하지 못해 혼선을 초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었다”고 혀를 찼다. 총리실 정무실 관계자는 이러한 비판에 답하지 않았다.
정 총리는 현장 정치의 경험이 없다. 2월9일 오전 국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강운태 의원이 “세종시 특별법 개정안이 4월 국회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원안대로 하겠다고 밝혀달라”고 집요하게 추궁하자 정 총리는 “검토해보겠다”고 대답해 청와대를 황당하게 했다. 그러나 오후 답변에서 “이는 상상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불행해진다”고 말을 바꾸었다.
교통정리 하나 못하고 방치
본인의 정치적 감각이 떨어지면 정무 참모진을 적극 활용해야 하지만 정 총리는 취임 이후 5개월이 되도록 정무실 정비를 하지 못했다. 김 전 지부장 발탁에 반대한 친박계의 중진 의원은 “아직도 국회 등 공식 행사에서는 이병용 실장이 정 총리를 보좌하고 있던데, 전임자가 발탁했지만 정치경험이 풍부한 그를 재신임해서 힘을 실어주는 게 낳을 뻔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4년 당시 여당이던 민정당 사무처 요원으로 들어가 현 여당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인물이다.
총리실에선 여러 정무적 실수가 속출했다. 정 총리가 고(故) 이용삼 의원의 상가에서 보인 ‘결례’는 정무와 의전 라인의 순간적인 실수라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의 미흡한 대처는 총리실 정무기능의 근본적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 총리실에서 근무했던 정부 관계자는 “정무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확한 여론동향을 파악해 정보보고서를 만들어 총리의 판단을 돕는 것인데 지금은 정보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현 여권의 정무라인에서는 충성심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