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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비밀접촉’ 막전막후

“김정일 위원장이 납북자·국군포로 가족을 남측에 보내는 데 동의했었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정상회담 비밀접촉’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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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납북자·국군포로 송환 및 식량지원 문제 탓에 결렬
  • ● 청와대 고위관계자 “현 시점에서 정상회담 관련 당국 간 논의 없다”
  • ● 정상회담 추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정상회담 비밀접촉’ 막전막후

2월8일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왼쪽)을 만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지난해 10월17~18일 싱가포르에서 접촉하기 직전 한 북측 인사가 서울을 찾았다. 박철수 조선대풍국제그룹 총재.

정부 고위 인사들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대풍그룹은 북한이 2006년 설립한 대외경제협력기관이다. 박 총재는 옌볜대를 졸업하고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1959년생인 박 총재는 1990년대 후반 중국국영 석유회사 임원으로 일했다. 조선족이 30대 후반의 나이에 고위직에 오른 건 이례적인 일. 북한 군부에 휘발유를 공급하는 일을 하면서 북측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박 총재는 남북경협 현장에서 ‘박철수’가 아닌 ‘박성철’이란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박철수는 사기꾼’이란 말이 나돈 적도 있다.

대풍그룹은 2006년 중국과 홍콩에 법인을 등록했으나 매출이 거의 없는,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인데도 “박 총재를 잘 안다”는 경제계 인사가 적지 않다. 대풍그룹이 다수의 한국기업에 제안서를 넣었기 때문이다. 사기꾼이라는 말이 나돈 건 성과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임원 C씨는 “박 총재가 중국에서 대학교수로도 활동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박 총재는 왜 서울을 다녀갔을까?

1월21일 오전 서울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남북물류포럼 조찬간담회. 한 참석자가 강연자로 나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게 물었다.

“북한이 국가개발은행을 세운다는데….”

정 전 장관이 참석자 중 K씨를 가리키면서 답했다.

“대풍그룹 사람이 여기 와 있네요.”

K씨는 ‘대풍그룹 부장’ 직함으로 활동한다. 한 인사는 “서울에서 박철수 총재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풍그룹 실체

‘정상회담 비밀접촉’ 막전막후

이명박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을 때 “올해 안에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1월20일 평양에서 대풍그룹 이사회가 열렸다. 북한은 대풍그룹을 자신들이 세우기로 한 국가개발은행의 외자 유치 창구로 정했다. 1월27일 조선중앙TV가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북한 매체에 박 총재의 얼굴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 대풍그룹 이사진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장성택 국방위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이사회에 참석한 사람 중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은 사람은 박 총재가 유일하다”고 했다. 대북소식통 C씨는 “박철수는 금융전문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김양건, 장성택이 금융을 아는 것도 아니다. 외자 유치가 잘 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남과 북에서 무슨 일을 하려는 걸까?

‘신동아’는 ‘국가개발은행 설립 제안서’라는 제목이 붙은 A4용지 15장 분량의 대풍그룹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2009년 작성된 이 문건엔 국가개발은행의 ‘임무’ ‘목표’ ‘지분구조’ ‘자금원천’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문건은 ‘국가개발은행의 목표’를 ‘국가경제발전전략에 따라 국내외 자금을 조달, 인도하며 경제 및 사회발전의 자금 병목 장애를 완화, 해소하며 경제 및 사회의 전면적인 조화와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정부’와 ‘대풍그룹’이 각각 40%, 60%의 자본금을 출자해 설립한다. 대풍그룹은 60%의 자본금 중 30%를 독자 조달하고 나머지 70%는 ‘세계은행’ ‘아세아은행’ ‘기타 나라 금융재단’에서 유치한다. 또한 한국, 유엔개발계획(UNDP) ‘유럽동맹은행’의 협조를 구한다.”(문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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