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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MB정부의 ‘오대영’ 언론정책

  • 김동률│KDI 연구위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매체경영학) yule21@kdi.re.kr│

MB정부의 ‘오대영’ 언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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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딩크 감독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A매치에서 5대 0으로 패배한 뒤 이를 희화화하는 ‘오대영’이라는 별칭이 유행했다. “상대가 아무리 강팀이라도 어떻게 5대 0으로 질 수가 있느냐”는 것이 당시 정서였다. 최근 이명박 정부를 향해 오대영 논란이 다시 나오고 있다.
MB정부의 ‘오대영’ 언론정책

구속되는 ‘미네르바’ 박대성씨.

미디어 분야에서 이명박 정부가 벌여 놓은 일들이 모조리 사법부에 의해 되돌려지는 황당한 일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무죄 판결,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무죄 판결, 정연주 전 사장 해임에 대한 해임 취소 판결, 신태섭 전 KBS 이사 해임과 교수직 해고에 대한 해고무효 확정 판결, YTN 노조원 6명 해임에 대한 해임무효 판결,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에 대한 무죄 판결 등이 그것이다. 법원 판결의 법리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MBC PD수첩 사건은 논외로 치더라도 연전연패가 이쯤 되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이명박 정부의 일련의 실수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정연주 전 사장 건과 신태섭 전 이사 건은 절차에 대한 경시다. 미네르바 건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경시다. YTN 노조원 건과 최상재 위원장 건은 언론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경시다.

입이 딱 벌어질 연전연패

정연주-신태섭 파동을 되짚어보자. 2008년 5월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부실경영과 편파방송을 이유로 감사청구를 한 지 6일 만에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들어가 석 달 만에 해임을 권고했다. 그해 8월엔 KBS가 국세청과의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결정을 수용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정 전 사장의 배임혐의에 대해 수사했다. 신태섭 부산 동의대 교수 역시 정연주 사장 강제해임에 반대하다가 KBS 이사직과 동의대 교수직을 동시에 박탈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12일 서울중앙지법은 정연주 전 사장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정 전 사장의 배임혐의에 대해서도 같은 해 8월18일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신태섭 교수는 지난해 11월17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17개월 만에 교수직에 복직했다.

신 교수는 “불법적이고 몰상식적인 과정이 주도면밀하게 진행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법원의 판결 결과로 볼 때 그의 발언이 단순히 악감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게 됐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은 정부가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원은 “정부가 해임을 미리 알리거나 당사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해임의 법적 근거나 구체적 사유도 알려주지 않는 등 법이 정한 정당한 절차(due process)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절차상 문제라 대수롭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법원은) 사소한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정부의 반응이다. 사실 법원은 절차적 정의를 문제 삼아 정부의 결정을 뒤집어 정권 차원의 모욕을 준 것이었다. ‘법치(法治)’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법치를 어김으로써 비판 세력에게는 역공의 빌미를 준 셈이었다. 무죄 판결이 나오자 정연주 전 사장은 다시 언론에 등장하여 MB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그를 지지하던 진보 언론과 진보 시민단체도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현 정부 지지자 중 상당수도 아마 내심으로는 ‘잘 좀 하지’라며 실망감을 가졌을 것이다.

필자는 정연주 전 사장을 옹호할 마음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무능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번 상황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혼란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정부에 있다. 좋은 의도가 불법적인 절차까지 합리화할 수는 없다는 게 확고한 민주주의 원리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공리주의적 목적지향성은 민주주의와 배치된다. 결국 법원은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를 결여하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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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KDI 연구위원·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박사(매체경영학) yule21@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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