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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마약사범들

“해외에서 밀반입되는 히로뽕 100g 작업하면 검찰이 풀어준대요”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마약사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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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마약사범이 보낸 편지…“인간사냥 두(頭)당 300만원”
  • ● 검찰에 기생하는 대한민국 대표 ‘야당’ 3인방
  • ● 검사실 드나드는 마약 판매책, 검찰에서 선물도?
  • ● 만기복 이용해 교도소에 마약 들여와 투약
  • ● 마약사범 동생 구하려다 마약쟁이 된 대기업 사장
  • ● 중국에서 사형당한 대한민국 최고 히로뽕 제조책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마약사범들

공항으로 밀반입되는 마약을 찾고 있는 탐지견.

아마도, 여기에 등장하는 마약(히로뽕)의 세계는 아주 작은 부분일 것이다. 단정하건대 경찰도, 검찰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히로뽕의 유통과 소비의 실체를 모두 알지는 못한다. 지난해 한 언론은 히로뽕 투약자가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산술적으로 따져도 우리나라에는 히로뽕 판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최소 1만명(히로뽕 공급책 한 사람당 투약자 100명 기준)은 넘을 것이다. 한 명의 제조책이 10명의 판매책을 거느리고 있다고 가정하면, 히로뽕을 만들거나 외국에서 들여오는 사람만 1000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가장 대중적인 마약으로 자리 잡은 히로뽕은 이미 사회 깊숙이 뿌리박고 있고 또 가까운 곳에 있다. 주부, 사업가, 연예인에게까지 히로뽕의 손길이 뻗쳤다는 얘기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지난 1월말, ‘신동아’ 편집실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수도권의 한 구치소에 수감돼 2심 재판을 기다리는 한 마약(히로뽕)사범이 보낸 편지였다. 편지를 쓴 40대의 S씨는 마약 투약, 교부 등의 사실이 인정되어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았다고 했다. 판사는 “여러 번의 히로뽕 투약, 판매 전과가 있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방망이를 쳤지만 S씨는 편지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히로뽕을 보관해준 죄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편지 속 사건은 그저 그런 사건이다.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 말은 있는 법이니까.

정작 S씨의 편지가 눈길을 끈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S씨는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40쪽 분량 편지의 상당 부분을 검찰의 마약사범 수사 방식의 문제점을 밝히는 데 할애했다. 검찰이 어떤 식으로 마약수사(속칭 ‘작업’)를 하는지를 시작, 과정, 결말로 나누어 설명한 대목은 기자가 느끼기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S씨는 자신이 구속된 사건도 검찰의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야당’의 한집살이



S씨의 편지를 받은 며칠 뒤 S씨의 동거녀라는 여성 K씨가 ‘신동아’ 편집실을 찾아왔다. K씨는 자신을 “마약전과(투약, 판매) 6범의 전과자”라고 소개했다. 10년 넘게 히로뽕을 투약했고 마약을 하면서 S씨를 만났다고 했다.

한때 잘나가던 사업가의 부인이었다는 그는 강남에 집도 여러 채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하게 된 이혼, 이로 인한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우연찮게 히로뽕에 손을 댔고 10년 정도 히로뽕을 끼고 살았다.

“10여 년 전에 우울증이 심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어요. 그런데 같은 방을 쓰던 20대 여성이 매일 밤마다 커피에 뭘 타 먹는 거예요. 그래서 뭐냐고 물으니 신경안정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먹자고 해서 시작했어요. 그때는 그게 히로뽕이라는 걸 몰랐어요. 퇴원한 후에도 답답하면 약을 먹곤 했는데, 당시 약을 대주던 판매책이 구속되면서 덩달아 붙잡혔죠. 경찰서에 가서야 내가 먹어온 것이 히로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교도소를 여러 차례 드나들면서 마약사범들을 만났고 이 바닥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마약사범들

서울 세관에서 열린 마약밀수전시회. 2007년 5월1일.

기자는 K씨를 3번 만났고 K씨의 소개를 받아 여러 명의 마약중독자, 판매자들을 접촉했다. K씨가 소개한 사람들 중에는 20년 넘게 히로뽕을 투약했으며 출소한 지 10여 일이 됐다는 남성도 있었다. 40대인 이 남성은 마약중독의 후유증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마약판매를 업으로 한다는 또 다른 남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마약세계를 친절히 설명했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사람들 중 일부는 종종 약(히로뽕)에 취해 있는 듯 보였다.

이들은 기자를 ‘대한민국 마약시장’으로 친절히 안내했다. 마약이 어떻게 만들어져 유통되는지, 얼마에 팔리는지, 사람들은 왜 마약에 손을 대는지, 누가 얼마에 파는지, 검찰은 어떻게 마약사범을 수사하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이 취재 대상이 됐다. 이들은 오랜 경험과 인맥으로 우리나라 마약세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마약사범들의 계보도 그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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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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