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으로 밀반입되는 마약을 찾고 있는 탐지견.
지난 1월말, ‘신동아’ 편집실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수도권의 한 구치소에 수감돼 2심 재판을 기다리는 한 마약(히로뽕)사범이 보낸 편지였다. 편지를 쓴 40대의 S씨는 마약 투약, 교부 등의 사실이 인정되어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았다고 했다. 판사는 “여러 번의 히로뽕 투약, 판매 전과가 있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방망이를 쳤지만 S씨는 편지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히로뽕을 보관해준 죄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편지 속 사건은 그저 그런 사건이다.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 말은 있는 법이니까.
정작 S씨의 편지가 눈길을 끈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S씨는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40쪽 분량 편지의 상당 부분을 검찰의 마약사범 수사 방식의 문제점을 밝히는 데 할애했다. 검찰이 어떤 식으로 마약수사(속칭 ‘작업’)를 하는지를 시작, 과정, 결말로 나누어 설명한 대목은 기자가 느끼기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S씨는 자신이 구속된 사건도 검찰의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야당’의 한집살이
S씨의 편지를 받은 며칠 뒤 S씨의 동거녀라는 여성 K씨가 ‘신동아’ 편집실을 찾아왔다. K씨는 자신을 “마약전과(투약, 판매) 6범의 전과자”라고 소개했다. 10년 넘게 히로뽕을 투약했고 마약을 하면서 S씨를 만났다고 했다.
한때 잘나가던 사업가의 부인이었다는 그는 강남에 집도 여러 채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하게 된 이혼, 이로 인한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우연찮게 히로뽕에 손을 댔고 10년 정도 히로뽕을 끼고 살았다.
“10여 년 전에 우울증이 심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어요. 그런데 같은 방을 쓰던 20대 여성이 매일 밤마다 커피에 뭘 타 먹는 거예요. 그래서 뭐냐고 물으니 신경안정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먹자고 해서 시작했어요. 그때는 그게 히로뽕이라는 걸 몰랐어요. 퇴원한 후에도 답답하면 약을 먹곤 했는데, 당시 약을 대주던 판매책이 구속되면서 덩달아 붙잡혔죠. 경찰서에 가서야 내가 먹어온 것이 히로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교도소를 여러 차례 드나들면서 마약사범들을 만났고 이 바닥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서울 세관에서 열린 마약밀수전시회. 2007년 5월1일.
이들은 기자를 ‘대한민국 마약시장’으로 친절히 안내했다. 마약이 어떻게 만들어져 유통되는지, 얼마에 팔리는지, 사람들은 왜 마약에 손을 대는지, 누가 얼마에 파는지, 검찰은 어떻게 마약사범을 수사하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이 취재 대상이 됐다. 이들은 오랜 경험과 인맥으로 우리나라 마약세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마약사범들의 계보도 그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