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기할 것은 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그간 진행됐던 남북한 군사력비교 결과와는 사뭇 달랐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관련 분석이 여전히 북한의 전쟁준비태세나 군사전력이 남측보다 우세하다고 평가했던 것과 달리, 주한미군이나 전시증원 병력을 배제해도 한국군이 북한군보다 10%가량 우세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외부 전문가들이나 학계, 심지어는 주한미군 측에서도 남측 전력이 북측을 압도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군 당국은 북측의 전력이 우세하다는 그간의 ‘지론’을 계속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를 둘러싸고 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는 불만도 제기되는 형국이다.
2008년 9월 국정원이 1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 KIDA에 용역을 의뢰한 남북한 군사력비교 프로젝트는 투입과 산출 등 군사력 평가와 관련한 주요기법을 모두 동원한 전쟁수행능력 종합분석이었다. 북한의 경제 상황부터 훈련 상태에 이르기까지 관련 변수를 포괄적으로 분석해 과연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작업이다. 남북한이 그동안 군사력 분야에 투자해온 각각의 예산 규모를 통해 전력을 비교하는 게 투입 측면의 분석방법이라면, 양측의 주요 무기체계와 병력의 숫자 및 성능을 고려해 실제 전면전 상황을 가상한 워게임 컴퓨터 모델로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산출 측면의 분석방법이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급증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과 관련해, 남측의 주요 군사목표물의 피격 시뮬레이션도 함께 진행됐다. 핵이나 화학가스를 탑재한 미사일 등이 핵심 군사시설에 떨어졌을 경우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이는 한국군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 분석 작업에는 미 국방부 산하 방어위협제거청(DTRA)이 관리하는 시뮬레이션 분석틀 HPAC(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가 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해당 연구에서는 서울 등 대도시 민간시설에 대한 대량살상무기 공격 시나리오는 검토하지 않았다.
이렇듯 과제가 워낙 종합적인 내용을 다루는 종류다보니 프로젝트는 장기간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군사비와 전력지수, 워게임 전문가들을 포함해 10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모두 해당분야에서 꾸준히 연구결과를 축적해온 KIDA의 박사급 전문가들이다.
군비투자 분석과 워게임
프로젝트의 특성상 정확한 연구결과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지만, 그 개괄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남북한의 전력투자비의 경우, 연 단위 투자비는 이미 1980년대 후반에 남한이 북한을 능가하기 시작했고 총 누적투자비는 2000년대 초에 뒤집혔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한다. 병사들의 급식 등 운영에 필요한 유지비용을 제외하고 무기체계 등을 증강하고 개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을 따졌을 경우다. 경제상황이 열악한 북한에 비해 남측의 군비투자가 압도적일 것이라는 일반의 상식과는 달리, 분단 이후 현재까지를 포괄하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게 그간 군 당국의 공식적인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