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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가 만난 한국의 신진작가

도시의 동양화가, 장재록

“자동차, 네온사인, 빌딩이 우리 시대의 산수화”

  • 강지남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도시의 동양화가, 장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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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동양화가, 장재록

〈Another Landscape-Times Square〉 천에 먹, 122×180㎝, 2010 (왼쪽) 〈Another Landscape-Ring〉, 천에 먹, 122×122㎝, 2008 (오른쪽)

언뜻 보면 흑백사진 같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봐야 오로지 먹의 농담으로 표현된 수묵화임을 깨닫는다. 화려하면서도 차분하다. 그래서 묘하다. 장재록(32)은 자동차-전부 수입차-를 먹으로 표현하는 동양화가다. 최근 폭스바겐코리아는 장재록이 그린 ‘폭스바겐CC’를 브랜드 광고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광고에서 그(를 대신할 모델)는 붓으로 쓱쓱 자동차를 그려나가지만 사실 꼬박 2주를 밤새워 완성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아이콘이라 할 고급차를 그리는 행위는 물질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인가, 아니면 항복인가.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장재록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선의 산수화, 김홍도의 풍속화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충실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네온사인, 빌딩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산수화가 아닐까요.” 자세히 보면 그의 작품에는 자동차에 비친 풍경-하늘, 길거리, 가로수, 주차장-이 담겨 있다. 최근 뉴욕 타임스퀘어를 시작으로 도시의 정경을 수묵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대적 산수화’의 연장선이다.

장재록은 자동차와 도시 풍경을 동양화로 표현하는 최상의 방법을 찾기 위해 몇 년간 다양한 실험을 했다. 캔버스에 먹으로 그리고, 한지에 아크릴을 써보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낸 최적의 조합은 천에 먹으로 그리는 것이다. 대상을 사진으로 찍어 크게 확대 출력해 화폭에 밑그림을 그린 뒤 정교하게 먹으로 그리는 오래고 고된 작업을 거쳐 벤츠, BMW, 머스탱, 롤스로이드 등이 수묵화로 표현됐다. 그런데 그는 기아차의 카니발을 10년째 타고 있다고 한다.

도시의 동양화가, 장재록

〈Another Landscape-Mustang〉, 천에 먹·아크릴, 122×180㎝, 2007 (위) 〈Another Landscape-Jaguar〉, 천에 먹·아크릴, 255×140㎝, 2008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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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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