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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투자펀드’ 열풍 이번엔 성공할까?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사회책임투자펀드’ 열풍 이번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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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코스피200에 못 미치는 수익률● 연기금 투자로 주가 상승 가능성● 1~3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
개인이든 기관이든 주식 투자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주가 상승을 통한 이윤 창출이다. 따라서 아무리 환경을 생각하고, 상생경영을 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일지라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없다면 투자할 까닭이 없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증권가의 화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기금자산을 운용할 때 투자 기업의 ESG(Environment, Social Responsibility, Governance)를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의 명문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연기금에서는 공공 투자 확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투자가 늘면 주가가 오르는 법, 앞으로 ‘착한 기업’이 주가 상승을 이끌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사회책임투자(SRI)펀드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SRI펀드는 일반 펀드가 투자 지표로 활용하는 기업 재무제표 외에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ESG 모형으로 기업을 평가해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기업이 직원과 고객, 주주,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따진다.

사회책임투자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ESG펀드’ 운용자산이 2008년 890억 달러 수준에서 올 상반기에 2000억 달러(약 225조 원)를 넘어섰을 정도로 급증했다. 수익률도 좋았다. 투자 컨설팅 기관인 캠브리지어소시에이츠가 2016년 10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EM ESG지수가 MSCI EM지수보다 12%포인트 더 높은 누적 수익률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역설

우리나라에 SRI펀드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외면받아왔다. 현재 운영되는 SRI펀드가 15개 남짓이고, 설정액 총액도 3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착한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사회적 비난을 받은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상생경영으로 유명해진 오뚜기는 올 1월 65만3000원대이던 주가가 6월에 90만 원까지 올랐다. 반면, ‘갑질’ 논란을 빚은 미스터피자 운영사인 MP그룹은 6월 19일 1700원이던 주가가 7월 12일 1235원까지 하락한 데 이어, 거래정지까지 갔다. 물론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유죄 확정과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 등의 문제로 지난 9월 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ESG 등급을 A에서 B+로 하향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14%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인 268만 원까지 올랐다.


기대와 우려

지금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펀드에 투자하면 돈이 될까.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의뢰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SRI펀드의 수익 현황을 알아보았다. 9월 29일 기준으로 대부분의 SRI펀드 올해 수익률이 일반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11.98%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상승률은 20.71%에 달했다. 이에 근접한 SRI펀드도 여럿 있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마이다스 책임투자A1’ 펀드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22.28%에 달해 코스피200 상승률보다도 높았다. 그 뒤로 ‘NH-Amundi 장기성장대표기업C1’ 펀드(20.65%), ‘HDC 좋은지배구조1A’ 펀드(19.33%), ‘삼성 투모로우1’(19.05%), ‘신한BNPP Tops아름다운 SRI’ 펀드(18.35%) 등이 좋은 성과를 올렸다.

올해 새로 출시된 펀드 중에선 8월 출시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착한책임투자1’ 펀드가 279억35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5월 29일 출시된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사회책임투자’ 펀드도 197억 원을 넘어서며 투자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사회 변화의 바람을 타고 SRI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다시 등장했다. 지난 8월 31일 한화자산운용이 ‘ARIRANG ESG우수기업’ ETF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것이다. 비재무(ESG) 요소와 재무(스마트베타) 요소를 접목한 이 상품은 열흘 만에 116억 원이 몰릴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한화ARIRANG ESG우수기업 ETF는 와이즈에프앤(Wisefn)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제시한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우수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와 수익률, 재무건전성, 저변동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종목으로 구성된다. 태영건설(4.35%), 삼성전자(4.08%), 현대홈쇼핑(3.73%), SK하이닉스(3.3%) 등 50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한화자산운용 외에도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 등도 올해 12월 출시를 목표로 착한기업투자 ETF 상장을 준비 중이다. 하이자산운용은 한국거래소의 ‘KRX ESG150리더스지수’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MSCI ESG한국지수’를 기초지수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고, 삼성자산운용은 ‘S&P ESG한국지수’와 ‘MSCI ESG한국지수’ 사이에서 기초지수 선정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SRI펀드와 관련 ETF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사회책임투자(SRI)를 표방한 펀드 대부분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는 등 사실상 코스피나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가 분석한 8월 1일 기준 SRI펀드의 보유 주식 현황을 보면, 대부분 펀드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이 20%를 넘었다. 현재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20%를 넘는다. 삼성전자 외에도 SK하이닉스나 현대차, KB금융, 삼성물산, 삼성SDS, 포스코 등 대형주 투자 일색이어서 ‘사회책임투자’라는 차별성을 좀처럼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식 벤치마크 개발 필요

SRI펀드는 왜 그토록 삼성전자에 집착할까. 펀드매니저들은 “코스피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면 연기금 등 투자자가 자산을 회수하는 조치에 나서기 때문에 적어도 BM(bench mark)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를 편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는 “사회책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현실에 맞는 벤치마크(BM)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주가를 이끄는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종목과 사회적 책임 요소가 우수한 기업을 잘 결합한 벤치마크를 개발하는 게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재무 가치를 배제하고 ESG평가가 우수한 기업에만 투자하면 수익률이 어떨까. 올 초 이후 9월 5일까지 코스피는 14.81% 상승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만든 ‘ESG 리더스 150지수’는 12.73%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지수에는 삼성전자 비중이 1.58%(9월 4일 기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SRI펀드나 관련 ETF 투자는 최소 1~3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단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펀드 상품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사회책임펀드를 택해 장기적 수익을 목표로 할 투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기금 투자

그래도 전문가들은 SRI펀드와 관련 ETF의 미래는 밝다고 자신한다. 채하나 한국펀드평가 과장은 “운용사들이 효과적인 지수 선정과 방법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 도입 등 착한 기업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연기금에서도 과거의 기준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말 그대로’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많아지는 등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 관계자도 “그동안 SRI펀드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투자자에게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게 어떻게 수익과 연계되는지 전달하지 못한 데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나 책임투자가 주주의 부를 늘려준다는 인식이 자리잡힌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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