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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경영, 지분과 의결권 분리 능수능란한 고객 관리로 세계 1등 독차지

부품 기업 보쉬의 성공 비결

  • 신장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jshin@lgeri.com

인간 중심 경영, 지분과 의결권 분리 능수능란한 고객 관리로 세계 1등 독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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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계 세계적인 부품 기업 보쉬는 창립 이후 125년 동안 세계 1위 부품 회사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B2B 사업에서 고객사와 B2B 기업 간에는 ‘갑을 관계’라 일컫는 종속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나마 시장을 주도하던 B2B 기업들의 위상도 약화되는 추세에서도, 보쉬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보쉬라는 특별한 기업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는 B2B 기업은 무엇이 다른지, 또한 그 본질적인 경쟁력은 어디에서 왔는지를 LG경제연구원이 1월 중순 펴낸 보고서 ‘시장을 주도하는 B2B 기업, 보쉬는 왜 특별한가’를 통해 살펴보자.
인간 중심 경영, 지분과 의결권 분리 능수능란한 고객 관리로 세계 1등 독차지

프란츠 페렌바흐 독일 보쉬 회장.

B2B 사업에서 고객사와 B2B 기업 간에는 ‘갑을 관계’라 일컫는 종속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거래의 주도권, 예를 들어 가격 결정권이나 공급 규모 등은 완제품을 만드는 고객사가 결정한다. 따라서 B2B 기업의 위기는 고객사의 어려움이 그대로 전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사의 운명이 고객사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B2B 기업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사업 모델은 ‘고객사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시장을 주도하며 다수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거래해 높은 수익을 기록하는 것’이다. ‘인텔 인사이드’로 대표되는 인텔은 PC 표준을 주도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OS도 PC 시장을 쥐락펴락했다. 국내 삼성전자 및 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부품 사업, 포스코의 철강 사업도 다수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주도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위상도 예전 같지는 않다. 경쟁 환경의 변화로 시장 지위가 하락하고 수익성이 낮아지고, 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5월, 독일에 있는 부품 기업인 보쉬의 창사 125주년 겸 창업자인 로버트 보쉬의 탄생 150주년 기념행사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리더 2000여 명이 참석해 화제가 됐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자동차 기업의 경영진 대부분이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집결한 것이다. 이는 자동차 기업과 부품 기업 간의 ‘갑을 관계’가 명확하게 형성된 자동차 산업에서 부품 기업에 불과한 보쉬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반적으로 B2B 기업의 위상이 약화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보쉬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는다.

B2B 기업 영향력 하락 추세

그렇다면 수많은 고객사가 거래관계를 맺고 싶어하고, 존중하는 B2B 부품 기업인 보쉬는 과연 어떤 기업인가? 2010년에 473억 유로의 매출을 올린 보쉬는 150여 개 국가에 진출한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자동차 부품 기업이다. 종업원 숫자만 해도 약 30만 명에 달한다. 많게는 매출의 10% 가까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술 지향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이익률도 상당하다. 최근 약간 주춤하지만, 지난 5년간 평균 1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탄탄한 기업이다.



보쉬는 순수 발명가라기보다는 사업가로서의 기질이 강했던 로버트 보쉬가 1886년 2명의 동료와 함께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설립한 ‘정밀 기계 · 전기 엔지니어링 작업장’에서 시작됐다. 20세기 초반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피할 수 없었던 보쉬의 초기 성장 경로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세계 대공황 때 전체 인력의 25%를 해고하기도 했고,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의 주축국 출신 기업으로 매출이 급락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창사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했고, 수익성도 경쟁 자동차 부품 기업은 물론 주요 자동차 기업보다 우월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 영역도 다양하다. 한때 낙농업, 철강업, 그리고 가전제품 및 휴대전화 사업에도 진출했던 보쉬는 현재 자동차 부품 외에도 세계적인 전동 공구 기업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차량용 반도체(Microelectronics) 및 센서(Machined sensors)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기업이다. 2009년에는 반도체 생산 설비에 6억 유로를 투자하기도 했다.

창업 이듬해에 출시한 자동차용 엔진 점화기(Magneto ignition device), 그리고 디젤연료 분사장치인 커먼레일, 이제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제동안전장치인 ABS 시스템(Anti-lock brake system), 차량의 주행 안전성을 향상한 전자식 주행안정시스템(Electronic stability program) 등으로 대표되는 보쉬의 제품은 탄탄한 기술력을 토대로 탄생한 부품들이다. 이들 부품 시장에서 보쉬의 점유율은 50%를 웃돌 정도로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부품 기업인 보쉬를 이렇게 특별하게 만들었는가? 오랜 역사에 기반을 둔 보쉬만의 본질적인 ‘성공 DNA’는 어떻게 형성됐는지 알아보자.

인간 중심 경영, 지분과 의결권 분리 능수능란한 고객 관리로 세계 1등 독차지

체크 보쉬 브레이크패드(왼쪽)와 보쉬 와이퍼.

보쉬가 특별한 이유

① 인간 중심의 경영 철학

보쉬 내면에는 휴머니스트 기업가인 로버트 보쉬가 최우선적 가치를 두었던 ‘인간 존중’의 창업 정신이 흐르고 있다.

1861년 독일 남부 사업가 집안에서 12남매 중 11번째로 태어난 로버트 보쉬는 성장하면서 사람의 중요성, 그리고 리더십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사업을 시작할 즈음부터는 기술과 사업이 아무리 중요해도 이는 결국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점을 주목하고 강조했다. “당신의 인간성을 높이 평가하고, 타인과 거래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항상 존중하라”고 언급하면서 종업원을 동료(Associate)라 칭하던 로버트 보쉬는 1906년부터 8시간 근무 제도를 시행했고, 세계 대공황이 시작되던 1929년에는 종업원을 해고하기보다 퇴직자 연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매우 더운 여름날에는 종업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쉬게 하기도 했던 로버트 보쉬는 “왜 종업원들에게 그렇게 높은 급료를 지급하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부자라서 동료들 월급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니까 내가 부자가 되었다”고 강조한, 종업원을 최우선으로 대우한 인간적인 기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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