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성마비, 루게릭, 중풍… “무슨 병이든 OK”
- 얼굴 주사로 주름 제거, 미백까지
- 1회 주사에 1500만 원, 항공료·숙박비 별도
- “의학적 검증 안 됐다” VS “국내 시술 허용 필요”
한국 에이전시는 “한국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논쟁이 많고, 연구와 임상시험 단계마다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에는 장애물이 없다. 이 병원은 오래전부터 줄기세포 치료를 해왔고, 이미 미국·유럽 등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자연 유산된 태아에서 나온 신경줄기세포와 골수, 탯줄 또는 제대혈로부터 유래하는 중간엽 줄기세포 등을 인체의 척추 3~4번 디스크 사이나 정맥, 근육 등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각종 질병을 치료한다고도 했다. 치료 효과는 어떨까. “통계적으로 파킨슨병의 경우 치료 환자 중 98%가 증상이 개선됐고, 전체의 91%는 현저히 좋아졌다. 중풍 환자의 경우에도 98%가 치료 후 증상이 완화됐고, 91%는 확실히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미용 목적 시술 인기
문제는 이 같은 치료가 한국의 현행 법 아래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 약사법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분류해 임상시험을 거쳐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업체가 잇따라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서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틈타 해외 원정을 통한 ‘줄기세포 시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 직장인 김모(43) 씨도 최근 중국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고 왔다. 국내 한 병원에서 주사기로 복부 지방을 흡입해 지방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세포 수가 2억 개 수준이 될 때까지 배양시킨 것을 스티로폼으로 된 상자 안에 넣어 들고 출국했다. 현지 병원에서 1억5000만 개는 팔 정맥에, 5000만 개는 얼굴에 맞았다. 그는 “특별한 질병은 없지만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면 건강이 좋아지고 피부 미백과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나처럼 미용 효과를 기대하는 여성뿐 아니라 뇌졸중, 신부전, 신경질환 등 다양한 증상의 난치병 환자가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다고 들었다. 이게 바로 만병통치약이구나 싶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줄기세포는 신경, 혈액, 연골 등 인체의 특정 세포로 분화되기 전의 상태에 있는 세포를 가리키는 말. 자기재생능력(self renewal)과 분화능력(differenti-ation)을 갖추고 있어 피부, 간, 신장 등 신체 어느 조직으로든 변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종 난치성 질환 치료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로 허가한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은 1회 주사 비용이 1800만 원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만 100여 건이 처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새로 식약청 허가를 받은 연골재생 치료제 ‘카티스템’과 치루 치료제 ‘큐피스템’의 가격도 한 앰풀 당 각각 600만 원과 300만∼400만 원 선으로 예상되지만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병리학 전문의이자 줄기세포 전문 기업 메디포스트의 대표인 양윤선 박사도 “줄기세포의 의학적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130여 종의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임상 2∼3상 이상 단계에 있는 치료제만 해도 90여 종에 달한다. 아직까지 현대 의학이 극복하지 못한 뇌·신경·뼈·연골·심장·혈관·폐·척수 등에 생기는 각종 난치성 질환도 앞으로 줄기세포 치료제의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와 일본 등은 이처럼 ‘의료 신기술’에 해당하는 줄기세포 치료의 자율성을 널리 인정하는 편이다. 김씨가 중국에서 받은 시술처럼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해 다시 주사하는 이른바 ‘자가 줄기세포 치료’가 양국 모두에서 허용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이 시술을 금지함으로써 적어도 1만 명 이상의 수요자가 원정을 다녀왔다고 주장한다. 최근 온라인 난치병 환자 카페 등에는 유명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OOO 씨가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파킨슨병에서 완쾌됐다. 담당 주치의도 반대했지만 시술을 강행한 뒤 지금은 너무나 건강해진 상태” 등의 홍보물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에 대해 전범석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가 신경계 질환에 효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아직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다. 막연한 기대로 지금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난치병 환자들이 안전성,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시술을 받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들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반 양론 팽팽
반면 우리나라에서도 규제를 완화해 관련 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가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자기 것을 자기 몸에 투입하는 형태인 만큼 1차 안전성 검증(1상)만 거친 뒤 허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지난 2009년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희귀난치성 질환 및 생명이 위급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자가유래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임상1상 자료의 제출만으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민주통합당 변재일 의원은 자가유래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임상시험자료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과도한 규제로 우리나라가 바이오산업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도 “자기 줄기세포를 자기가 쓰고 다른 사람한테는 주지 않는 자가 줄기세포를 놓고 다수 대중에 대한 안전성 문제까지 다루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해외처럼 의료기술로 규정해 의사가 책임지고 시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논의가 수년 째 계속되는 사이 ‘불로초’와 ‘만병통치약’에 대한 소문은 대중에게 널리 퍼지고 있다. 이들이 일본·중국 등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1000만~30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양윤선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무조건 생략하자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한시가 급한 환자들을 위해 제도를 유연하게 활용하면 좋겠다”며 희귀·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임상 1상 등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면 조건부로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활성화 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