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가 새롭게 연구하겠다고 밝힌 분야는 매머드(mammoth·맘모스) 복제다. 매머드는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약 480만 년 전부터 4000년 전까지 존재했지만 마지막 빙하기 때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포유류다. 현재 아프리카,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 등에서 화석과 냉동 매머드가 발견되고 있다.
그간 줄기세포 연구의 대명사 격이었던 황 박사가 수천 년 전에 멸종된 매머드 복제에 나선다는 소식은 다소 느닷없게 느껴진다. 황 박사가 처음 매머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해 10월 17일 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열린 체세포 복제동물(코요테) 전달식에서다. 당시 김 지사는 “원래 꿈은 공룡 복제지만 현재 기술로는 어려우니 매머드부터 시도하겠다”며 “매머드를 넘어 공룡까지 쥐라기 공원을 복원하면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쥐라기 공원으로 전 세계를 한번 크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황 박사 역시 “이종(異種) 간 복제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려운 이속(異屬) 간 복제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현상환 수암연구원 원장(충북대 수의학과 교수)은 “황 박사가 2000년대 초반부터 매머드 복제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 사건’ 때문에 나서지 못하다가 이제야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황 박사는 매머드를 복제할 수 있을까?
‘매머드 복제’ 보도되자 ‘관련주’ 15% 급등
매머드 복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러시아 사하공화국이다. 사하공화국은 시베리아 북동부에 있으며 러시아 연방 내 21개 공화국 가운데 하나로 석유, 석탄, 철광석 등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자원 부국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 양은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다. 러시아 북동쪽 시베리아 지방에 위치해 냉동 보존된 매머드 원형이 자주 발견된다. 특히 최근에는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울리 매머드(wolly mammoth, 일명 툰드라 매머드)가 대거 발견돼 화제가 됐다.
발굴된 유카기르 매머드와 러시아 연구진.
지난해 12월 20일 연합뉴스 등이 “황 박사가 매머드 복제 연구를 위해 러시아 과학자들로부터 매머드 유전자(DNA)를 제공받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황 박사의 매머드 복제가 가시권에 든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다. 이 보도 이후 황 박사의 지인들이 대표로 있어 일명 ‘황우석 관련주’로 불리는 에스티큐브와 디브이에스 주가가 하루 만에 각각 14~15% 급등했다.
하지만 황 박사 측과 러시아 연구진 사이에 DNA 제공 등 구체적인 협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 정황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올 3월 11일까지 KBS와 한국사하맘모스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공동 주최한 ‘Hello, 맘모스! 2012 러시아 야쿠트맘모스 발굴 대탐험전’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고 있다. 매머드 연구에 앞장선 러시아 북동연방대 측이 조직위에 황 박사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해, 러시아 연구팀과 황 박사팀은 12월 15일 개막식에서 처음 인사를 나눴고 다음 날 서울 태평로 한 중식당에서 2시간 남짓 식사를 했다. 조직위 측은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 실험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정도였다”며 “실제 DNA를 받기로 했다거나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없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북동연방대 측에서 황 박사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황 박사의 코요테 복제 성공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7일 황 박사는 코요테의 체세포를 개의 난자에 이식하는 체세포 핵이식방법으로 코요테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개와 코요테는 종(種·species)이 다른 동물로 황 박사 측은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 기법을 이용해 멸종위기 동물인 코요테를 복제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코요테 복제에 대한 검증 논란이 일었다. 주요 쟁점은 3가지, 즉 △코요테가 멸종위기인가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이 정말 세계 최초인가 △코요테 복제가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는가 등이다.
경기도가 황 박사 측과 함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요테는 멸종위기등급 ‘위기’로 표시돼 있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의 보호등급을 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코요테는 멸종위험이 낮은 ‘최소 관심(LC)’ 등급으로 분류돼있으며, 이 등급에는 사람도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황 박사팀이 성과를 두드러지게 보이기 위해 코요테를 멸종위기 동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황 박사 측은 “‘이종 간 복제’ 성공이 중요하지, 코요테가 멸종위기 동물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한발 뺐다. 또한 2007년 이병천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개의 난자를 이용해 회색늑대를 복제한 적이 있어 이종 간 복제가 최초인지 여부도 논란이 있다. 황 박사 측은 “회색늑대와 개는 종이 같다”며 “진정한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 기법을 이용한 복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큰 논란은 복제 코요테 공개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 이번 연구와 관련된 논문이 공개되지 않은 점이다. 황 박사 측은 2월 9일 “관련 논문은 조만간 저널에 실릴 것이고 현재는 검토 중이다. 어떤 논문에서 검토 중인지는 ‘엠바고’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 성과를 인정받기 전에 ‘언론 플레이’부터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황 박사 측은 의연했다. 현상환 수암연구원 원장의 말이다.
“저희 연구팀의 목표는 아프리카 들개 ‘리카온’ 복제입니다. 코요테는 리카온 복제까지 가는 중간 단계이기 때문에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저널 수록도 늦어진 겁니다. 지난해 10월 17일 언론 공개는 저희가 아니라 경기도에서 주도한 겁니다. 경기도로서는 자신들이 투자한 야생동물센터에서 처음으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 사례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자랑하고 싶었던 겁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경기도는 “황 박사측의 자료를 받아 보도자료를 만든 것”이라며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 여부와 관계없이 코요테 복제는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에도 소개됐다. 특히 러시아 민영방송국인 NTV는 황 박사의 코요테 복제 성공 소식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과 더불어 2011년 세계 10대 뉴스에 선정했다. 조직위는 “러시아 사하공화국에서 매머드 유물이 자주 발견되면서 매머드 복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면서 “이러한 보도 때문에 러시아 북동연방대 측도 황 박사에게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추측했다.
동결 체세포 살아 있을 가능성 전무
매머드 복제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먼저 동결된 매머드 조직에서 온전한 DNA를 추출해야 한다. 안정적인 체세포 공급을 위해 추출된 체세포를 시험관에서 분열시키고, 매머드와 같은 과(科·family)지만 종이 다른 코끼리의 난자에 매머드 DNA를 이식한 후 임신 기간을 거쳐 코끼리 대리모가 복제된 매머드를 낳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먼저 대리모로 사용할 코끼리 연구가 시급하다. 현재 한국에 있는 코끼리는 10여 마리. 그중 임신 가능한 젊은 암컷 코끼리는 1~2마리다. 대리모 코끼리를 연구하기 위해서 동남아에 가서 기초연구를 수행해야 하고, 대리모로 쓸 코끼리를 국내에 반입해야 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멸종위기 동물로 국제협약에 의해 매매가 금지돼 있다. 게다가 야생동물의 경우 인간과 같이 한 달에 한 번 배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배란 주사를 놓더라도 가임기를 맞추기 어렵고 코끼리의 임신기간은 630일(21개월)로 착상되더라도 출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매머드 복제 연구의 선제조건은 온전한 매머드 체세포를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결된 유전자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 긴키대 가토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쥐 난자에 이식한 매머드 체세포는 2기 이상 살지 못했다. 복제양 ‘돌리’로 잘 알려진 영국 로슬린연구소가 “동물의 사체에서 뽑아낸 세포가 복제에 이용될 만큼 온전한지 의문”이라며 “매머드 복제 성공가능성은 1~5%”라고 전망한 것은 이 같은 어려움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연구비 역시 문제다. 러시아 측과 황우석 박사 측이 함께 연구를 한다면 양국이 함께 연구비를 내야 한다. 황 박사 측은 소요 연구비가 최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황 박사 측도 “현재 상황으로는 매머드 복제 가능성을 0%로 보는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황 박사 측은 매머드 복제 도전을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3월 9일경 러시아 과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러 매머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올 하반기에는 사하공화국에서 2차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이 목표다. 황 박사 측은 매머드 복원 과정 중 매머드의 살아 있는 체세포를 배양하고 확보하는 단계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러시아 현지에 간이 실험실을 설치하고 세포배양 및 동결보존 전문연구원 7명을 투입해 현장에서 세포 배양을 시도하겠다는 구체적 아이디어까지 낸 상태다.
매머드를 복제하면 매머드가 갑작스럽게 멸종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 다양한 설이 있지만 갑작스러운 자연환경 변화로 인해 멸종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지구의 주류 생물이었던 매머드가 왜 멸종했는지를 통해 현재 지구가 마주한 지구온난화의 해법과 앞으로 지구에 닥칠 재앙과 자연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것. 현 원장은 “매머드 복제가 성공만 한다면 우주탐사선을 개발하는 연구와 맞먹는 수준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체 없는 ‘황우석 관련주’
한편 황 박사 관련 언론 보도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는 일명 ‘황우석 관련주’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로봇제어 모듈 기업인 에스티큐브의 최대주주인 박병수 씨는 수암연구원 전 이사장으로 황 박사의 오랜 후원자였다. DVD 로더 생산업체인 디브이에스 조성옥 대표이사는 황 박사를 후원하는 수암재단 이사다. 수암연구원 측은 “‘황우석 관련주’라고 보도되고 있으나 전혀 상관없다”며 “이들 기업을 ‘황우석 관련주’로 소개한 모 경제 언론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정정보도도 했으나, 반복해서 보도가 나가고 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황 박사가 대표로 있는 에이치바이온은 상장되지 않았다.
코요테 복제부터 매머드 복제설까지, 2005년 논문 조작 의혹 이후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여전히 ‘황우석’은 파격적인 이슈 메이커다. 최근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한 원로 과학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전 국민에게 지탄을 받은 과학자가 6년 만에 다시 나타나 논문에 실리지도 않은 성과를 자랑하고, 아직 아이디어 교환 단계인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태도가 영 불편하다. 언론인들 역시 ‘과학보도 윤리선언’까지 해놓고선 이제와 또다시 황 박사가 발표하는 대로 ‘최초’라느니 ‘유일한 성과’라느니 하며 검증 없이 받아쓰고 있다. 황 박사가 말한 대로 ‘사회의 빚을 갚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검증에 또 검증을 반복해 의혹 한 점 없는 연구 성과만 공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