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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인간 중심 경영, 지분과 의결권 분리 능수능란한 고객 관리로 세계 1등 독차지

부품 기업 보쉬의 성공 비결

  • 신장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jshin@lgeri.com

인간 중심 경영, 지분과 의결권 분리 능수능란한 고객 관리로 세계 1등 독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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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경영, 지분과 의결권 분리 능수능란한 고객 관리로 세계 1등 독차지
로버트 보쉬는 기업 간의 신뢰관계도 인간관계의 연장선상에서 매우 중시했다. “신뢰를 잃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잃는 것이 낫다”라고 말한 로버트 보쉬의 철학은 “기업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쌓는 것이고, 이를 쌓기 위해 빈틈없는 품질, 우수한 성능, 동료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보쉬의 경영 이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리더에 대한 신임도 절대적이다. 단기 실적에 수명이 결정되는 유럽 기업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창사 이래 125년간 보쉬에는 6명의 CEO만이 있었다. 이는 보쉬만의 철학이 끈끈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안정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의미한다.

②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 구조

보쉬의 지분 구조는 독특하다. 비상장 회사로서 보쉬의 지분 대다수를 가진 로버트 보쉬 재단은 의결권이 없다. 소수 지분을 가진 보쉬 가문은 의결권이 있지만,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분이 없는 신탁법인이 위임을 받아 의결권을 행사한다. 지분과 의결권이 별도로 운영되는 구조로서 안정적이며 장기적 관점의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무렵에 로버트 보쉬는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점찍었다. 로버트 보쉬는 장자인 로버트 보쉬 주니어가 열한 살 때부터 회사의 재고 관리를 시켰고, 스무 살이 될 무렵 자신의 공식적인 후계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후계자로서 회사를 이끌어가야 할 로버트 보쉬 주니어는 오랜 지병으로 더는 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었다. 또한,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은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로버트 보쉬에게 던지고 있었다. 나치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고, 전쟁 과정과 그 이후에도 반복해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회사를 지키고 오랫동안 지속시키고자 로버트 보쉬는 독특한 지배 구조를 도입하기로 한다.

그는 보쉬의 경영은 전문 재단에 맡기기로 하고, 공개된 주식을 다시 사들여서 비공개 유한회사로 운영하기로 결정한다. 현재 보쉬의 지분은 공익재단인 로버트 보쉬 재단이 92%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7%는 보쉬 가문이, 그리고 1%의 지분만이 보쉬의 소유로 되어 있다. 92%의 지분을 보유한 로버트 보쉬 재단의 경영에 대한 권리는 로버트 보쉬 산업 신탁에 위임되어 관리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의 완벽한 분리다. 보쉬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은 로버트 보쉬 재단에 의해 건강, 교육, 민족 간 이해도 증진 같은 공공사업에 재투자돼 많은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로버트 보쉬는 “로버트 보쉬 재단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유지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재단은 재무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자발적으로 운영되어서 적절한 행동을 스스로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단의 설립 목적을 밝혔다. 운영상의 높은 자유도, 탄탄한 재정적 뒷받침, 그리고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독립 덕분에 회사의 지속가능성은 커지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사업 계획 및 대규모 투자도 적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

③ 삶을 풍요롭게 하는 혁신 유전자

보쉬의 슬로건은 ‘삶을 위한 발명’이다. 제품 성능만을 위한 혁신과는 차원이 다른, 사용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의미다. 보쉬에서 개발되는 제품이나 부품에는 쉽게 모방할 수 없을 만큼 혁신적이면서도 삶에 이로워야 한다는 창업자의 정신이 살아 있다. ‘기술의 진보는 인류에게 이로워야 한다’라며 기술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설계되고 개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로버트 보쉬의 사상이 보쉬만의 혁신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1920년대 초반, 연료 급유기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보쉬 내부적으로 논쟁이 있었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급유기 시장이 너무 작고 기술적 난도가 높아서 제품 개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부품의 잠재적 가치에 주목한 로버트 보쉬는 지속적으로 개발을 추진했고, 2년 후에야 가까스로 성공하게 된다. 시장 규모는 비록 작았지만, 우수한 기술력으로 제품화 이후 곧바로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다. 그리고 시장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보쉬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는다.

1950년대 중반부터 보쉬는 자동차 산업에서 전장 부품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사용자 편의성은 물론 안전성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기계 부품의 전자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보쉬는 차량용 전장 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는 기계 부품들이 조립되어 구성된 기계산업의 총아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보쉬는 자사의 기존 사업 영역과 중복되고, 사업 성과에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전장 부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게 된다. 이제는 필수 부품이 된 ABS, ESP 등 전자화된 자동차 부품을 주도하는 보쉬의 역량은 이때부터 형성된 것이다.

보쉬의 성장 전략

보쉬는 경쟁이 치열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주도적 위치를 잃지 않은 기업으로서 창사 이후 항상 업계 수위를 지킨 기업이다. 또한 ‘갑을 관계’로 형성된 고객사와 부품 기업 간의 일방적 거래 패턴을 뒤집은 기업으로서 보쉬는 고객사의 의견에 따르기보다 우월한 기술력으로 고객사를 선도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쟁력 향상에 반드시 요구되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 기업이지만, 고객사가 함부로 관리하기 어려운 기업인 것이다. 고객사가 두려워하고, 경쟁사들이 부러워하며 배우고 싶어하는 보쉬의 성장 전략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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