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호

적선 아닌 공생만이 진정한 동반성장의 비결

사회적 책임 새 이정표 제시한 현대자동차그룹

  • 김지은 객원기자│likepoolggot@empas.com

    입력2012-02-21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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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력업체와의 체계적인 상생협력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번에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에 대한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 기술과 자금에 목마른 사회적 기업과 협력업체에 물을 떠먹이는 차원을 넘어 물이 있는 곳과 물 찾는 법, 물 먹는 법을 가르쳐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대기업, 현대차그룹의 지속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동반성장의 비법 속에서 우리 기업의 갈 길을 찾아본다.
    적선 아닌 공생만이 진정한 동반성장의 비결

    현대·기아차 연구원이 협력업체 직원과 함께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자본주의적 경제관념에 입각한 대로라면 근로자를 고용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고, 생산에 필요한 자본을 운용하며, 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는 것, 그리고 그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자 책임이다. 세금을 제대로 내고 협력업체 혹은 원자재 공급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기업의 책임이다.

    대기업에 이윤의 확대 그 이상의 도덕적 가치와 이념, 예를 들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은 사회적 실천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자본주의적 사회구조에 대한 일탈적 행위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회자되는 ‘기업의 사회책임론’은 참 애매한 개념이다. 딱히 나서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을 어겼다거나 죄를 저질렀다고 몰아붙일 수는 없는 노릇. 애매한 개념을 한 방에 정리해 정해준다는 개그 프로그램 식으로 표현하자면 기업의 사회책임론은 ‘하지 않는다고 쇠고랑 안 차지만 최소한 지켜져야 할 암묵적 약속’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책임을 지는 행위는 기부나 봉사와는 개념이 사뭇 다르다. 기부나 봉사는 ‘베푼다’는 성격이 더 강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을 써주었으니 칭찬하고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럼 요즘 들어 유독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이유는 뭘까.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의 범주가 커졌다는 말인가. 요즘은 이런 질문에 지식인층이나 시민뿐 아니라 기업가들조차 “그렇다”고 답한다.

    현대 사회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처럼 양립하는 이념적 가치로만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와 질서가 존재한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 해도 그 부의 원천은 사회 전체 구성원으로부터 온다는 명제에 많은 기업이 동의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사회 환원 활동은 베푸는 것이 아니라 ‘보답하는 것’‘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그 성격을 정의해야 한다. 사회적 보답은 베푸는 행위와 실천의 방법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막연히 내가 많이 가졌으니 좀 나눠주겠다는 식의 발상과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눈에 띄게 앞서 있다. 지금껏 기업의 사회책임론에 입각한 환원 활동이 기부나 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현대차그룹의 활동은 보다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곳으로 향해 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수많은 사회 환원 프로젝트에 참가했거나 그 혜택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추진력과 집중력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자신의 존재 이유인 이윤을 포기하면서까지 사회적 책임 실천사업을 끝까지 밀어붙여 성공을 거두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가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가미되는 경우는 더더욱 찾기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은 이런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연 성공적 사례로 주목받는다.



    과감한 투자, 폭넓은 고용 창출

    올해 현대차그룹은 주요 추진 과제로 ‘사회적 책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대투자·최대고용 정책을 마련하고 국가경제 활성화와 국내 및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공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체 투자예산을 지난해 대비 15.6%가 늘어난 총 14조1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 중 82%인 11조6000억 원이 국내에 투자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27.5% 증가한 액수로, 국가경제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총 예산 중 5조1000억 원은 R·D 부문에, 9조 원은 시설 관련 투자 금액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투자 규모는 각각 4조6000억 원과 7조6000억 원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는 대규모 고용 창출로 이어져 현대차그룹의 올해 신규채용 예상 인원도 부쩍 늘어났다. 신규로만 6500여 명, 대학생 인턴도 1000여 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런 채용 규모는 그룹 출범 이후 최대다. 특히 이 중 2200여 명은 고졸 및 전문대졸 출신의 생산직에 배정해, 신규 채용에서도 최대한 균형을 잡는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제철과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엔지니어링, HMC투자증권 등 현대차그룹 5개 계열사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1년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돼 대기업 고용창출 모범사례로 인정받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은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현대차그룹의 고용창출은 양적 측면에서만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 및 저학력자, 55세 이상 고령자 등 다양한 사회계층을 고용함으로써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도 모범사례가 됐다.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 역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몇 해 전부터 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는데, 이제는 발돋움 단계를 지나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보조 및 재활기구 전문 생산 업체인 ㈜이지무브의 설립과 서울 서초구청 내에 자리한 사단법인 씨즈의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한 ‘서초창의허브’에 대한 지원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지무브와 함께 꾸는 꿈

    이지무브는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장애인과 노인들이 쓸 수 있는 보조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로, 2010년 6월 현대차그룹과 여러 공익법인이 공동으로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이지무브가 설립 초기부터 주목받은 이유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제조업 기반의 자립형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전체 고용인원의 30% 이상을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구성하고, 수익의 3분의 2를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위한 사업 즉, 사회적 기업의 설립 취지에 걸맞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재투자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현대차그룹이 이지무브의 설립취지를 미리 전해 듣고 설립 이전부터 이 기업에 대한 전격 지원에 나섰다는 점. 현대차는 재정적 지원은 물론 기술적 지원과 시스템 도입 등 회사 설립을 위한 모든 부분에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최대의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이런 행보는 전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은 물론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던 많은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특히 기부나 투자의 형태가 아닌 물적·인적 지원과 이윤의 재투자가 설립 전부터 이뤄졌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여기에다 사회 환원 시스템까지 함께 만들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목마른 아이에게 물을 떠다 먹이는 수준을 넘어 물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물 먹는 법, 물을 나눠 먹는 법까지 가르친 것이다. 이지무브의 성공사례는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또 하나의 사례였다.

    “선진국의 경우 재활보조기기 시장은 110조 원이 넘는 규모로, 전체 의료기구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요즘 크게 주목받고 있는 온라인 게임시장의 2배가 넘는 규모인데다 앞으로 그 시장은 점차 확대될 전망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껏 대부분의 재활보조기기를 수입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인과 노인들에게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었죠. 이지무브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비싼 수입 재활보조기기를 대체할 질 좋은 국내 제품이 유통될 수 있었고 그 가격 또한 절반 이하로 낮춰 소비자의 부담도 확 줄였습니다.”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도움

    현대차그룹의 전폭적 지원에 감동한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도 사회적 기업의 설립 취지에 걸맞게 자사의 이윤추구보다는 업계의 동반성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다. 이지무브가 시장에 등장하기 전 국내 재활보조기기 생산업체들은 영세한 수준에 머물렀던 게 사실. 제품 유통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고전하거나, AS 등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수입제품에 밀리고 있었다. 오 대표는 이런 점에 주목해 국내 영세 재활보조기기 생산업체들과 손잡고 새로운 유통·사후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면 이지무브의 설립은 그저 꿈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대자본이 필요한 일이었고,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설립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구체화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뜻있는 분들은 있었지만 머리로만 떠돌던 생각들이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는 저 역시 예상치 못했습니다.”

    오 대표는 현대차그룹과 인연을 맺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으로 ‘추진력’을 꼽았다. 지금까지 그가 겪은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 지원에 대한 이미지는 일회적이고 형식적인 재정지원을 한 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전부였는데 막상 현대차그룹과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이디어, 시스템, 기술력, 합리적 운영 방식에 대한 대안 제시 등 기대 이상의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모습에 대기업의 사회참여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현대차그룹의 추진력은 위기의 순간을 극복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그 과정에서 짜릿함마저 느꼈다고 했다.

    적선 아닌 공생만이 진정한 동반성장의 비결

    2011년 11월 현대차그룹은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센터에서 ‘서초창의허브 청년 사회적기업가 양성센터’개소식을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설립 단계부터 다각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이지무브의 지분 70%를 공익기관에 기부해 사회적기업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만들어냈다. 주주로서의 영향력을 최소화한 것. 사업가다운 시각으로 접근해 사회적 기업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사업성’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생산성을 배제한 사회적 기업은 그 영속성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생산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그 이윤을 또다시 기업과 공익단체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그로 인해 고용 창출 규모가 커진다면 우리가 그리던 살맛나는 세상이 그저 꿈으로만 끝나지는 않겠지요.”

    이지무브는 사업 첫해인 2010년 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2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75억 원의 매출과 취약계층 30% 이상 고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 사회적 기업인을 지원하다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설계도는 비단 이지무브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0년 이지무브의 설립이 발 빠르게 진행되자 아예 또 다른 곳으로 사회적 기업 지원의 시각을 넓혀나갔다. (사)씨즈는 현대차그룹의 전격 지원이 밑거름이 돼 설립된 곳이다. 씨즈는 지역고용 확대와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사회적 기업가를 발굴,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 2010년 고용노동부에 사단법인 설립인가를 받아 지난해 10월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을 위한 창업 인큐베이팅을 구축했다. 서울 서초구청 심산기념문화센터에 둥지를 튼 씨즈의 ‘서초창의허브’는 교육문화센터 운영으로 미래의 사회적 기업가와 시민을 위한 창의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새로운 개념의 복합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기업 육성 프로그램은 여타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차별화됩니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은 단순한 재정적 차원을 넘어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서초창의허브에 입주한 청년 창업가팀에 다양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실질적인 방향 제시와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하니까 재정적으로 지원을 해보겠다, 이런 마인드로 접근했다면 서초창업허브에서 사회적 기업의 창업을 꿈꾸는 청년 사업가들이 지금과 같은 역량을 갖추기 힘들었겠지요.”

    씨즈의 김영식 팀장은 청년 사업가에게 사업가적 마인드를 심어주고 멘토링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 또한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기업 육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초창의허브’를 통해 연간 150여 명의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고, 현재 입주 완료된 35개 창업팀의 실질적인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사업은 ‘현대자동차 정몽구 재단’의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와도 그 맥을 같이한다. 이 재단은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사회공헌 의지를 실현하고자 설립했는데, 올해부터 저소득층 대학생 1만3000여 명에 대한 학자금 지원을 시작했다. 학자금 지원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학자금을 지원받는 대학생이 부담하는 실질 금리는 연 0~3%대로, 대부업체나 제2금융권 등으로부터 고금리의 학자금 대출을 받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대학생들을 구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재단은 이를 위해 사회 양극화 완화를 위한 ‘희망 사다리’ 복원과 미래 인재 육성에 뜻을 같이한 국민은행, 서울보증보험 등과 저소득층 대학생 학자금 지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연리 6.5% 학자금 대출상품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대출하고, 서울보증보험은 대학생의 신용을 보증하며, 정몽구재단은 대학생 대상 대출을 하도록 지원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저소득층 미래인재 육성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순수 개인기부로는 사상 최대 금액인 5000억 원을 재단에 기탁하는 등 총 6500억 원을 기부했다. 4개월 후인 지난해 12월에는 학생과 창업 준비 청년층 등 총 8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소득층 미래인재 육성 등을 위한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대학생 학자금 지원사업 역시 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상생협력 프로그램의 놀라운 성과

    적선 아닌 공생만이 진정한 동반성장의 비결

    현대차그룹의 ‘Happy Move 글로벌 청년봉사단’ 1기 참여 대학생들이 인도에서 지역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이 밑바탕이 됐다. 현대차그룹의 눈부신 성장의 배경에는 중소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동반성장 정책의 핵심은 R·D 기술지원과 육성으로 압축된다. 섀시, 의장, 차체, 전자, 파워트레인 등 각 분야 10년 이상 경력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R·D 기술지원단은 중소업체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설계·해석 시험과 평가를 도와주고 기술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노하우를 전수해 협력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수직적인 기존의 관계 구조를 타파하고 협력사에 직접 모든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장기적인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자구적 노력의 결과물인 셈. 협력사에 파견된 R·D 기술지원단은 지난해 9월까지 4000여 건 이상의 기술지원 성과를 거뒀으며, 올해는 그 성장 노하우를 2·3차 협력사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런 상생협력의 성과는 신차개발 업무를 공유하는 게스트엔지니어 제도로 이어졌다. 신차 설계 단계부터 협력사들이 참여함으로써 차량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고, 새로운 부품의 품질을 높이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R·D 기술력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협력사들은 “이 제도의 도입으로 협력사의 생산기술과 설비조건이 설계 단계부터 반영되다 보니 더욱 폭넓은 협업관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반긴다. 현대차그룹은 협업사에서 찾아온 게스트엔지니어들을 위해 2300㎡(약 750평)의 사무실과 회의실, 샘플실, 휴게실 등 부대시설을 제공하고 설계장비와 개인 PC, 전화기 등 사무기기와 통근버스를 지원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협력사에 제공하는 기술문제 해결 프로세스의 효과는 엄청나다. 외부 용역기관 분석에 따르면, 주요 26개 부품에 대한 문제 해결 지원을 통해 시험기간 비용, 부품교체비, 재료비, 시험비 등 연간 944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성 회복으로 3000억 원이 넘는 효과를 얻는 등 총 4000억 원의 경제적 개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2200억 원은 협력사로, 1000억 원은 고객에게 돌아가지만 현대차그룹으로 가는 몫은 약 700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인심 쓰듯 베푸는 1회성 지원으로는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상생과 협력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미래 사업가들을 꾸준히 지원하며,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쉴 틈 없이 모색해야 한다. 올바른 동반성장은 고용을 창출하고 기회를 제공해 상생의 폭을 넓혀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은 칭찬받아 마땅한 우리 시대의 고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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