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호

“대선 출마요? 제가 좀 잴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김두관 경남도지사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입력2012-02-22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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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발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으니 구원투수는…
    • 안철수 원장에게 마이크 들이대고 정치 강요하는 건 예의 아냐
    • 신동아 외판원 시절은 내 인생 규정 지은 시기
    • 공주 vs 이장? “공주는 특권층 대변하니 내가 유리하지 않겠나”
    • ‘리틀 노무현’은 정치적 경호실장이 많이 가져갔죠
    • 현 정부 실정에 “국민이 화염병, 최루탄 들고 가겠어요?”
    “대선 출마요? 제가 좀 잴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오전 9시, 우산을 받쳐 들고 창원중앙역을 나서니 싸라기눈이 ‘타닥타닥’ 우산을 친다. 빗방울이 갑자기 불어닥친 찬바람을 만나 단단해졌다. 서울에서 새벽걸음을 한 기자를 맞아주는 작은 폭죽이라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2시간 뒤 만날 인터뷰이도 어쩌면 싸라기눈을 닮았다. 찬바람에 단단해진 빗방울, 싸라기눈과 우박.

    “밖을 한번 보세요. 눈이 많이 옵니다. 우리(여기)는 눈이 잘 오지 않거든요. 1년에 한두 번밖에 안 오는데, 기자님이 눈을 이렇게 몰고 오시네.”

    2월 13일 오전 11시, 도지사실에 앉아 질문 보따리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김두관(53) 경남도지사는 ‘창밖을 보라’며 뭉툭한 턱을 들어 올렸다. 싸라기눈은 함박눈이 되어 넓은 도청 주차장을 소리 없이 덮고 있었다. 기자의 명함을 보던 그가 ‘신동아’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제가 1985~86년에 1년간 서울에서 신동아 외판원 생활을 했어요. 군대 제대하고 바로 복학해야 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웠거든요. 서울에서 생활하며 공부도 하고 싶었고요. 신동아 영업사원을 모집하기에 지원했더니 합격시켜주더라고요. 의지만 있으면 됐으니까요. 서울역 앞 대우빌딩(서울 스퀘어 빌딩)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까지 가요. 거기서 1층까지 내려오면서 사무실 곳곳을 돌면 정기구독자 두세 명은 건졌죠. 버스를 타고 연신내로 가서 광화문 방향으로 걸어오면서 책을 팔기도 했어요.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벌었나.”

    한 달 100만 원 벌던 신동아 외판원



    ▼ 당시로는 꽤 큰 금액이었네요.

    “돈 씀씀이가 좀 헤픈 스타일이라 그래도 항상 모자랐어요. 막걸리도 마셔야 했고요(웃음).”

    ▼ 서울에서 어떤 공부를 했나요?

    “낮엔 신동아 외판원, 저녁엔 민통련(민족통일민중운동연합)이 운영하는 ‘민족학교’에 다녔죠. 민족학교에서 김근태, 문익환 선생 등 여러분을 만났어요. 당시 수유리 자취방에 살았는데, 이웃에 사는 이소선 어머니(전태일 열사의 어머니)가 우리에게 김치도 해주셨어요. 장기표 선생의 사모님과도 자주 만났어요. 1년간의 서울 생활은 제 삶을 결정짓는 시기였어요.”

    김 지사는 고려대 학생이던 동생 김두수(민주통합당 전 사무총장)의 권유로 민통련에 가입해 간사 활동을 했다. 개헌추진본부 충북지부 결성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신동아 외판원 생활을 마감했다. 그가 ‘서울 생활’을 말할 때 기자는 ‘김두관이 그림이 되는 이유’를 떠올렸다.

    남해군 이어리에서 5남1녀 중 다섯째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중학생 때는 수학여행비가 없어 부산 구경을 못한 3명 중 1명. 고3이 되어서야 처음 뭍 구경을 한 ‘촌놈’이 2년간 마늘농사를 짓다가 쌓이는 빚에 대학 진학을 결심한 사연. 이후 이어리 이장과 두 차례의 남해군수, 장관 자리에 오른, 정치판에서 흥행요소를 다 갖춘 그 ‘스토리’ 말이다. 찬바람에 단단해진 빗방울, 싸라기눈. 그런 그가 야권 단일화를 통해 경남도지사가 됐고, 야권 통합을 이끌면서 지금은 진보진영의 ‘필승 롤 모델’로 불린다. 선거를 앞두고 그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제를 바꿨다.

    ▼ 1년 반 넘었죠? 도지사 생활은 어떻습니까?

    “1년 8개월 됐죠. 쉽지 않아요. 도민들이 새로운 야권 도지사를 선택한 자체가 변화를 담고 있는 거잖아요. 민선 5기가 되면서 도민들의 기대수준도 매우 높아져 새로운 도정을 요구하니 쉽지 않죠.”

    ▼ 그렇군요.

    “자평을 한다면 50점 정도 될까요? 하여튼 ‘종합 행정’ 도정이 어렵기도 하고, 도가 갖고 있는 권한이나 재정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 올해 신년사를 보니 도정 기본방향이 ‘성장동력 확충과 복지 증진’이더군요.

    “네. 유럽 재정위기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물가는 치솟아 서민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잖아요? 경남 주력산업인 조선과 항공, 기계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집중 육성해 파이를 키우고, ‘어르신 틀니 보급 사업’과 ‘보호자 없는 병원’ 같은 서민 복지정책을 확대해야죠. 1년 8개월간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조금씩 기반을 닦아왔고요.”

    ▼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이 흥미롭네요.

    “치아가 나빠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하는 어르신이 꽤 많아요. 2014년까지 총 293억 원을 들여 1만3800명에게 틀니를 보급할 계획입니다.”

    경남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약 37만 명. 이 중 2494명이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시술받았다. 올해는 예산 98억 원을 들여 4000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생계가 어려운 노인이 우선 지원대상이다.

    “틀니 보급사업 잘되면 재선 무난”

    ▼ 어르신들은 식사 하실 때마다 김 지사를 떠올리겠군요. 가족들도 고마워할 거고요.

    “이거 잘되면 도지사 재선은 무난합니다(웃음). 인기가 좋으니까 새누리당에서 반대한다, 이런 농담도 있는데 그럴 리 있겠습니까.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좀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 싶어요.”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과 함께 전액 도비(10억4900만 원)를 들여 간병인을 무료 지원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마산·진주의료원)은 ‘김두관표 복지 아이콘’인 듯했다. 임기가 끝나는 2014년까지 초·중학생 전원 무상급식 공약 역시 시·군의 식품비 분담률(경남도와 교육청 각 30%, 시·군 40%)을 놓고 시·군과 갈등이 있었지만, 최근 창원시가 이를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경남지역 17명의 국회의원 중 14명이, 18개 시·군 단체장 중 13명이, 도의원 59명 중 37명이 새누리당 소속인 경남의 정치지형은 그에게 녹록지 않다.

    ▼ 경남의 정치지형을 고려하면 매번 정치력을 검증받겠습니다.

    “그럼요(웃음). 저는 지방자치의 양축은 집행부와 의회라고 생각해요. 약간의 긴장과 갈등도 있었지만, 도의회나 도 집행부 모두 도민을 위하는 행정이잖아요. 상임위나 예결위에 참석해 충분히 설명하고 도와달라고 해야죠.”

    기자는 김 지사와 만나기 전 도청 공무원과 도의원, 창원시민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김두관 도정’에 대해 애벌 취재했다. 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김 지사의 도의회 출석률은 100%다. 새누리당 의원들과도 사석에선 ‘형님 동생’하며 잘 지낸다고” 귀띔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한 도의원은 “자문기관인 민주도정협의회를 만들어 조례도 없이 예산을 지원하려 하고, 선거를 도운 인사를 남해도립대와 경남신용보증재단에 앉히는 등 실망이 크다”고 했다. 한 공무원은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시기가 ‘차기냐, 차차기냐’를 놓고 공무원들끼리 내기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쯤에서 기자는 본격적인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에 들어갔다. “정치 얘기를 해보자”고 운을 띄우자 김 지사는 “그게 더 궁금하시겠죠”라며 웃었다. ‘도정이 궁금해 창원에 왔겠느냐’하는 표정이었다.

    ▼ 4·11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네요.

    “선거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에 대한 평가 성격이 강하잖아요? 그런데 요즘 국정운영에 대해 좋게 평가하지 않는 걸 보면 야권이 더 좋은 성적을 낼 거 같아요.”

    ▼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수도권과 PK지역이겠죠.

    “부산·울산·경남 42석 중 (야권 후보가) 두 자릿수 이상 당선되는, 의미 있는 숫자를 만들어낼 거라고 봅니다. 기대하고 있고요. 뭐, 사실 도지사는 후보 사무실도 방문할 수 없고, (선거지원 활동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도울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요.”

    ▼ 야권이 부산, 경남에서 각각 5, 6석 승리를 예상했는데요. 근거는….

    “아, 아뇨. 들은 얘기를 전했어요. 후보를 국한해 말씀드릴 수 없고요, 여러 곳에서 해볼 만한 거 같아요.”

    “대선 출마 의사 비친 적 없습니다”

    ▼ 최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했습니다.

    “유력한 대선 주자이고, 기존 정치를 불신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겠죠. 현재 문 이사장(부산 사상)은 당선이 유력하죠? 그렇게 되면 연말 대선까지 (지지율을) 이어가고, 전체적으로 (대선 승리로) 좋게 갈 수 있죠.”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은 하락세인데요.

    “그렇죠. 최근 그랬죠.”

    ▼ 지난해 말에 ‘안 원장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죠?

    “안 원장은 현재 좋은 구상(기부재단 설립)을 하고 있어 민주진보진영에서도 잘 모셔와야 하는 분입니다. 직접 정치를 선언하지 않았으니 현재는 재단 설립을 응원할 수밖에요.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모셔오는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런데요, 기회만 생기면 마이크 들이대고 기존 정치판에 들어오라 마라며 강요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봐요.”

    ▼ 문 이사장은 ‘당장이라도 영입해야 한다’는 쪽인데, 김 지사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하니 약간의 시각차가 느껴지네요. 대선 출마 의지를 보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랄까요.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친 적) 없습니다.”

    ▼ 사석에서 ‘정치인이 그런 꿈(대통령 출마) 없으면 정치하겠느냐’고 하셨지 않나요?

    “어디서 뽑아봤습니까? 참, 비밀이 없네(웃음). 저는 뭐, 개인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PK지역에서 두 자릿수 정도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겁니다. 제가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로 야권 대통합을 주장했고, 제 제안으로 많은 사람이 합류한 만큼 책임지는 차원에서 입당하는 겁니다.”

    김 지사의 민주통합당 입당 관련 생각은 잠시 후 들어보기로 하자.

    ▼ 그동안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했다가 최근엔 ‘그런 상황(야권의 대선후보로 출마하는 상황)이 안 오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가능성을 조금 더 열어뒀네요.

    “그 정도밖에 답을 못 드릴 거 같아요.”

    ▼ 현재로서는?

    “예. 독자들이 보기 좋게 써주세요.”

    기자의 질문에 김 지사는 소파에 앉은 채 엉덩이를 뒤로 빼고 양손으로 두 발목을 잡는, 일종의 스트레칭을 했다. 이후 곤란한 질문을 할 때면 그는 ‘김두관식 스트레칭’을 했다. ‘다른 질문을 해달라’는 몸짓 같았지만, 기자는 질문을 이어갔다.

    ▼ ‘보기 좋게’라면, 지금 말하기 곤란하지만 ‘총선 후 기회가 오고 분위기를 타면 대선 출마하겠다’ 이런 의미입니까?

    “(스트레칭을 하며) 우리 안 특보, 좀 정리한 거 없어요?”

    인터뷰에 배석한 안관수 정책특보가 답변을 대신했다. 그 역시 ‘스트레칭’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상황이 모호한데 말씀을 분명히 하라니까 말씀 못하시는 거죠. 사실이 그렇고 상황이 그렇습니다.”

    2008년 10월 공무원의 쌀 직불금 부정수급 문제를 취재하던 기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장을 찾았다.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부정수급 공무원 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정형근 이사장에게 “언제부터 천하의 정형근이 이렇게 비겁한 정치인이 됐나”하고 쏘아붙였다. 당시 백 의원의 말이 가슴을 쳤다.

    ‘김두관식 스트레칭’

    ▼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면서 선이 굵은 소신 정치로 호평받았는데, 이런 답변은 김 지사답지 않은데요.

    “그건 맞아요.”

    ▼ 분위기를 보고 재는 거 같은 느낌입니다.

    “지금 저는 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안 특보가 “현직 도지사로서 대선 출마에 대해 얘기하는 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거들자 김 지사가 제지했다.

    “(모호하게 얘기하는 게) 사실, 제 체질에 안 맞아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 자체가 그렇게 유동적인 상황이고, 제가 뭐 이렇게 결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도정에 더 전념해라’는 도민의 요구도 있고요. 그래서 도정에 전념해야 하고. ‘그런 상황이 안 오길 기대한다’는 말은 진심입니다.”

    “제가 박근혜보다 엄청 유리하네요”

    ▼ 차기, 차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어떻습니까(김 지사는 차기 대선후보로는 1%대, 차차기로는 6~9%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대선후보에 이름 넣어주는 언론사는 훌륭한 언론사죠(웃음). 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자기 도지사가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지, 아니면 ‘도정이나 열심히 하지’하고 생각하는지.”

    ▼ 이번 대선에서 ‘공주 vs 머슴’ 대결을 예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권력의지가 있는 김 지사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1대 1 구도를….

    “‘공주 vs 이장’이 아니고요?”

    ▼ 비슷하죠.

    “‘공주와 머슴’이라. 아마도 싸움을 붙이려고 그렇게 말씀하시겠죠.”

    ▼ 두 사람의 경력이 대비되는 선거구도를 말하는 거죠.

    “공주는 기득권이나 특권층을 대변하니…. 요즘 ‘1%의 탐욕’에 대해 말이 많은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99%의 서민이 행복한 나라를 바라잖아요? 그럼 제가 박 비대위원장보다 엄청 유리하네요. 99%를 대변하니까(웃음).”

    웃음을 참으려는 듯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김 지사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생각났다는 듯 빠르게 말을 이었다.

    “선거는 공학적으로 보면 구도가 좋으면 좋긴 하죠. 구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국민 입장에서 보면 정책이나 가치, 후보의 인생철학, 이런 게 더 (투표에) 반영되지 않습니까?”

    기자는 총선 이후 자신의 출마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때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도전 가능성은 열어둔다는 뜻으로 정리했다. 경남을 ‘대한민국 번영 1번지’로 만들겠다던 그가 도정의 밑그림이 채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는 게 부담일 수 있다. 실제 경남신문이 올해 초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도민의 51.7%가 ‘대권에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고 답했다. ‘도전하는 게 좋다’는 답변은 24.5%, ‘잘 모르겠다’는 23.8%였다.

    ▼ ‘그런 상황이 안 오길 기대한다’는 말은 야권 후보들이 잘하고 있다는 뜻이죠? 야권 ‘선발투수’들이 완투승을 해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상황이 안 왔으면 하는….

    “구원투수?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선발들이 잘하고 있으니까 쭉 가면 되죠.”

    ▼ 여야 선발투수들의 장단점은 뭐라고 보시나요?

    “글쎄요, 제가 뭐 자세히 몰라서….”

    ▼ 민주통합당에 입당하시죠?

    “네. 17일 전에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도민 의견은 어떻든가요?

    “최근 지역 신문 여론조사를 보니 입당 찬성이 30.7%, 반대가 35.3%였어요. 30.4%는 입장유보. 좋게 해석하면 65% 가량이 ‘입당해도 무방’이라고 생각한 거죠. 행정은 무소속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야권 도지사라는 걸 양해해주신 거 같기도 하고. 저는 민중의 당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대의정치의 핵심은 정당정치라고 보는 사람입니다. 정당이 정책도 생산하고 선거 후보도 내야죠.”

    ‘요령 없이’ 얘기한 게 화근

    그의 민주통합당 입당은 대선 행로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남이라는 ‘지역’에서 중앙정치로 보폭을 넓히는 계기라는 해석이다. 경남의 한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이 불면 김 지사라도 버텨줘야 막을 수 있지 않겠나. 부산의 문 이사장처럼. 그래서 야당 출마자들이 입당을 요청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에는 당적이 없었는데요?

    “네. 없었죠. 그때 민주당에 복귀할 이유도 없었고, 시민사회에 문의하니까 굳이 입당하지 말고 ‘무소속으로 단일화하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당시 야당에선 유력 도지사 후보가 없었고, 저는 무소속이지만 유력 후보여서 단일화가 된 거죠. 그 때 ‘내가 도정을 맡는 한 당적을 갖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요령 없이’ 이야기한 게 현재 화근이 됐죠. 배신한 걸로 볼 수도 있어요. 이 점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사과했고, 또 사과하라면 하겠습니다.”

    그가 정치현안에 대한 답변이 조심스러운 이유도 ‘요령 없이 얘기해 화근을 만들지 않겠다’는 학습효과일 수 있겠다고 기자는 생각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김 지사는 2008년 2월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남해·하동)했다. 당시 그는 “지역주민들과 지지자들의 요청 때문에 탈당했다”고 말한 바 있다.

    ▼ 민주당 지지율이 낮을 때는 탈당하고, 요즘처럼 좋을 때 입당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건, 나쁘게 보면 그렇게 볼 수가 있겠죠.”

    ▼ 야권은 김 지사를 두고 ‘진보진영의 롤 모델’ ‘4·11 총선 필승 방정식’이라고 합니다.

    “송구스럽네요. 우리가 이제 민주도정협의회를 만들어 낮은 단계지만 공동 지방정부를 운영하니 좋게 평가하는 거 같아요. 정치라는 게 대의명분과 약속이 중요하잖아요. 부지사와 보좌관 등 야당과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도정에 참여시켰어요. 아,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시장, 국회의원에 여러 차례 출마했잖아요? 그런 분들이 이룬 성과가 축적되어서 임계점이랄까, 그걸 제가 넘어선 거 같아요. 세 번째 도전하니까 도민들은 ‘저렇게 기를 쓰고 나오는데 이유가 있겠지. 맡겨볼까’하고 생각한 거 같아요. 작년에 ‘힘들다’고 말하니까 누가 그럽디다. ‘힘든 거 누가 하라고 했나. 세 번씩이나 하고 싶다 해서 뽑아줬더니 힘들어? 그럼 관둬. 할 사람 천지니까’.”

    “김태호 지사 출마했다면 이기기 어려웠을 것”

    ▼ 당시 김태호 지사가 출마했다면 어땠을까요.(당시 한나라당은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출마시켰다. 그는 최근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내가 이기기 어려웠겠죠(웃음). 그보다 이번 총선도 그렇지만, 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집권하고, 또 집권 4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이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그래요. 이 문제는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해 법 개정으로 풀어야 해요. 집권하면 내 편만 챙기고 뭐 ‘고소영 내각’ 이런 건 안 된다는 거죠.”

    그의 말처럼 현재 이명박 정부는 5년 전 노무현 정부(참여정부)의 모습과 흡사하다. 한국선거학회가 2007년 12월 대선 당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71.9%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노무현 찍고 이민 간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하던 때였다. 안희정 당시 참여정부 평가포럼위원장(현 충남도지사)은 “친노라고 표현된 우리는 폐족(廢族·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에 오르지 못하는 일족)이다.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지사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정치적 스승이자 동지죠. 불굴의 의지를 가르쳐준 바보이기도 했고요. 2006년 2월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남도지사에 출마하라고 했어요. 중앙정치 무대를 아쉽게 접고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떨어졌어요. 그땐 후회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 ‘리틀 노무현’인데요.

    “요즈음은 뭐, 유시민(통합진보당 공동) 대표가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해 많이 가져가서 저는 좀 (친노 색깔이) 엷어지긴 했죠. 그래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야죠.”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떻습니까. 참여정부 때 체결한 기조를 이어가나요?

    “그건 생각해봐야죠. 한미 FTA 중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는 독소 조항도 있고, 민주통합당 당론을 들어보니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재협상을 하겠다, 이런 입장이더라고요.”

    ▼ 총선, 대선 전략 차원인가요?

    “이번 선거를 아마 그렇게 (한미 FTA 찬반으로) ‘갈라야 한다’는 지도부의 고민에서 나온 거 같은데, 입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 당론에 대해 말할 수도 없고…. 독소 조항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재협상해야겠죠.”

    ▼ 민주당이 한미 FTA에 대해 문제삼는 10가지 중 9가지는 참여정부 때 체결한 내용이던데요.(민주당이 2월 8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 상하원 의장에게 발송한 서한문에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 등 10가지 항목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제가 알기로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한미 FTA 협상 당시 상황과 지금은 엄청나게 달라진 거 같아요.”

    한미 FTA 贊反 가르는 전략

    ▼ 어떤 상황이?

    “미국 금융위기도 있었고, 유로존 위기도 있었고요. 여러 가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단순히 참여정부에서 추진했고, 그중 하나만 현 정부에서 체결했다고 해서 바꿀 수 없다는 건 동의하기 어려워요. 우리 사회가 그걸 뛰어넘을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식 자본주의의 모순이랄까? 이걸 뛰어넘어야 된다고 국민이 보는 거잖아요.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어요.”

    ▼ 한중 FTA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는 3월 내에 협상을 개시한다고 밝혔는데요.

    “한중 FTA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중 FTA는 한미 FTA보다 더 중요하거든요. 우리나라 교역 대상국 1위가 중국이잖아요? 미국과 일본 전체 교역량을 합쳐도 중국을 따라가지 못해요. 경남은 농촌지역도 많이 있는데, 한중 FTA를 체결하면 첨단 유기농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측면도 있어요. 물론 값싼 농산물로 농업이 붕괴될 우려도 있죠. 한미 FTA 협상 경험을 살려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맺어야죠.”

    기자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양국 간 무역규모나 경제구조에 비춰 한중 FTA는 한미 FTA보다 더 강력한 경제적 파급력을 갖는 만큼 전문가들은 “저가 상품이 관세 없이 들어오면 농수축산업과 영세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한미 FTA 때보다 더욱 커진다”고 우려한다. 우리와 경제체제가 다르고 예측 가능성이 낮은 중국과의 FTA는 험난한 도전이다.

    ▼ 요즘 ‘나꼼수’ 듣습니까?

    “거의 못 들었어요. 초창기 한 네 번 그 정도. 최근엔 전혀 못 듣고….”

    ▼ ‘나꼼수’ 현상과 ‘정봉주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신자유주의 속에서 덕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서민들은 어렵잖아요. 권력 사유화 문제라든지 SNS 규제, 반값 등록금, 청년실업 등으로 ‘나꼼수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현상도 그렇고요. (외교통상부가 2차례 보도자료를 내고 민간기업 주가를 올린) CNK 사건도 그래요. 역대 정부 중에서 이렇게 권력을 사유화한 정부가 있습니까? 그렇다고 국민이 최루탄을 들고 가겠어요, 화염병을 들고 가겠어요? 섭섭함은 선거를 통해 표현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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