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호

총선 참패하면 안철수 연대로 돌파구 모색?

백척간두 박근혜, 총선 이후 대권 시나리오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2-02-22 11: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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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석 미만 확보 때엔 대권 출마 불투명
    • 안철수, 문재인, 손학규, 한명숙… 1대 4의 힘겨운 싸움
    • 새누리당 내부 알력 진화 여부도 관건
    • 친박계 대선 공헌 가능성에 따라 총선 공천?
    총선 참패하면 안철수 연대로 돌파구 모색?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9월 정치권을 강타한 ‘안철수 바람’으로 대세론이 크게 흔들린 데 이어 4·11 총선 국면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다시 돌풍을 일으키면서 연말 대선구도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번 19대 총선 결과에 따라 박 위원장의 대권 플랜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혹한 패배를 당할 경우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박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대선 출마 자체가 불투명해질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백척간두에 선 박근혜, 돌파구는 어디일까.

    ‘박근혜 위기론’은 19대 총선에서의 ‘새누리당 필패론’과 연결돼 있다.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 나타난 민심이반 현상이 12·19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격인 4·11 총선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불과 8개월 후에 실시되는 대선 승패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 첫 번째 분수령은 19대 국회가 지금처럼 여대야소 구도로 유지되느냐, 아니면 여소야대로 바뀔 것이냐가 될 것이다. 만일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다시 차지하면 박근혜 위기론은 상당 부분 소멸될 것이다. 나아가 야권통합에 맞선 보수대연합을 추진하면서 대세론을 재점화시킬 기회도 생긴다. 문제는 과반 의석 확보가 여권의 기대에 그칠 소지가 크다는 데 있다.

    새누리당 낙동강 전선 흔들린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디도스 파문’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같은 악재가 겹쳐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측근들의 비리혐의가 잇달아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이 다시 합쳐 한명숙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여세를 몰아 선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물론 역동성이 큰 우리나라 정치 행태,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돌발 쟁점이 부각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선거 결과를 섣불리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변수를 대입하더라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전체 국회의원 의석 299석(비례대표 포함) 가운데 과반을 훨씬 넘는 174석을 갖고 있다. 19대 총선의 목표는 과반 의석(150석) 확보다. 하지만 이 역시 희망적 목표치에 불과하다. 당내에서조차 전국 245개 지역구에서 100석 안팎을 얻고, 여기에 비례대표 20여 석을 합쳐 120석 정도를 확보한다면 그나마 선방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새누리당)이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박근혜 당시 대표가 천막당사에 들어가는 결기로 얻은 121석을 의식한 수치다.

    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헌법개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는 개헌 저지선인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석(비례대표 포함)도 못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상돈 비대위원조차 “최악의 경우 비례대표까지 합쳐도 100석이 안 될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여권(한나라당과 친박연합, 친박 무소속 포함)은 111석이 걸린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인기가 바닥세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3분의 1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전체 의석에서 개헌 저지선 확보가 어려워진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범야권 선거연대가 성공하면 파괴력은 더 커진다.

    총선 참패하면 안철수 연대로 돌파구 모색?

    1월 6일 안철수재단(가칭) 설립 기자회견에 참가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왼쪽). 같은 날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공천심사에 참석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새누리당 최후의 보루인 ‘낙동강 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경남 일부 지역에서 새누리당 주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부산 사상구)과 문성근 최고위원(부산 북-강서을),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경남 김해을) 등이 각각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에 앞서고 있다. 심지어 ‘중앙일보’의 2월 13일자 조사에서는 김경수 본부장이 여당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을 40.9% 대 34.0%로 넉넉하게 제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부산에서 형성된 남동풍의 영향권에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최고위원이 지역구도 타파를 기치로 출마한 대구의 ‘신정치 1번지’ 수성갑의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총선을 꼭 두 달 남겨둔 2월 11일 실시된 지역지 ‘영남일보’의 긴급 여론조사에서 김 최고위원은 22.1%(인지도 46.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지역의 현역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측근임을 자처하는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 지지율은 34.8%(인지도 82.3%)였다.

    김 최고위원은 “역대 민주당 후보들이 대단히 낮은 수치에서 출발했다는 전례를 감안했을 때 대단히 높은 수준”이라며 “50% 수준의 인지도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선거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호감도와 결합돼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최고위원의 인지도 대비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역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대구·경북의 다른 선거구에선 지역정서상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다만 민주통합당이 아니더라도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하면 새누리당의 의석 목표치 달성을 무산시키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 유력 예비후보들이 줄줄이 무소속 출마로 선회했다.

    결국 최악의 경우를 가상했을 때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하고 충청권(24석)에서 반타작만 한 채로 영남권, 특히 41석이 걸린 부산·울산·경남에서 10석 정도를 내줄 경우 비례대표 할당도 줄어들어 모두 합쳐도 100석 이하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기우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게 된다.

    ‘안-박 연대론’ Why not?

    반면 민주통합당의 목표는 과반 의석 확보다.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이 당 밖의 친박 세력을 제외하고 얻은 의석(153석) 정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의 자유선진당이나 영남권의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과반 의석은 아니더라도 원내 다수당이 되는 것을 선거 승리의 기준점으로 삼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원내 제1당이 되기 위한 의석은 135~140석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구 115~120석에 비례대표 20석을 합친 수치다.

    민주통합당은 특히 수도권 선거에 총력을 쏟을 방침이다. 텃밭인 호남의 의석수가 모두 31석으로 새누리당의 아성인 영남(68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111석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최대 승부처로 삼아 전력을 쏟겠다는 각오다. 특히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박원순 시장이 압승을 거둔 서울지역의 48개 선거구 가운데 일부 강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싹쓸이 수준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만일 새누리당이 참패하면 박 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뭔가 반전의 카드를 마련해야 된다. 그냥 넘어가려 하면 당내 비박(非朴), 반박(反朴) 세력에서 당장 ‘대권주자 대안론’을 들고 나올 수 있는 까닭이다. 박 위원장의 반전 카드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선 박 위원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대선을 바라볼 것이란 관측이 있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자신의 위상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이 경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여권주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의 권력의지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총선 결과 자신이 대선에 나가선 보수세력의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현재 정치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 위원장의 대선 연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안 원장이 정치를 하게 되면 현재의 야권, 즉 진보세력과 함께 갈 것이란 게 일반론이었다. 하지만 안 원장의 캐릭터가 이념의 정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공천개혁 등 총선과정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면 함께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원은 “정치는 상상력의 싸움이며 가능성의 예술”이라며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세 사람은 4월 11일 총선을 거치며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아가 “안 원장은 박영숙 안철수재단 이사장이 표현한 대로 ‘그 나이에 이토록 순수한 사람’이다. 세상을 이념의 잣대가 아닌 상식의 눈으로 본다. 그렇다면 박근혜 위원장과 안철수 원장이 한 배에 타고 조타수와 항해사의 역할을 함께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안철수 정치참여 방정식

    친박계 핵심 의원도 “박 위원장과 안 원장의 생각을 비교해보면 공통점이 많지 않으냐. 특히 추구하는 바가 같다. 서로 대척점에 있다고 미리 규정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안 원장 측은 ‘안-박 연대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안철수재단의 강인철 변호사는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시나리오야 이것저것 그려볼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웃어넘겼다.

    다만 안 원장의 다른 측근은 “사실 안 원장은 탈(脫)이념, 소통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민주통합당 의원들과만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통합당 김효석 의원이 자신의 저서에서 주장한 안 원장과의 교감설 등에 대해 “그런 관계가 아니다, 자기 선거에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이 만일 정치를 하게 된다면 보다 유연한 자세로 뜻을 같이하는 세력과 폭넓게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아직은 ‘안-박 연대론’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먼저 안 원장의 정치참여 자체가 불투명한데다, 안 원장이 그동안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자주 피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면 어떤 방향으로든 정계개편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6월 원 구성 이전 단계에서부터 대선을 겨냥한 이합집산이 벌어지게 되면 다이내믹한 한국 정치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태의 대권 경쟁 구도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안 원장의 정치 참여, 구체적으로는 대권 도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안 원장과 가까운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 클리닉 원장은 “나도 뭐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원장의 말이다.

    “안 원장은 내가 보기에도 참 특이한 사람이다. 기성 정치권이 제대로 하면 본인이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실제로 자신이 참여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안 원장이 하는 말에는 절대로 어떤 계산이 없다. 말 하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기존 정치인의 시각에서 볼 때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그것이 안 원장의 진심이다.”

    안 원장은 1월 21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보니까 민주당도 통합 작업을 잘 진행하고 한나라당(새누리당)도 여러 가지 강한 개혁의지를 갖추고 있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하게 됐다. 이렇게 간다면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정치를 해야 하느냐는)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 대해 호평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그러나 2월 6일 안철수재단 창립 기자회견에서는 “우리 사회의 발전적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으며, 물론 정치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정치 참여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총선 참패하면 안철수 연대로 돌파구 모색?

    2011년 9월 6일 ‘혁신과 통합’ 발족식에 참가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왼쪽)와 손학규 전 대표(가운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후 19대 총선을 의식한 ‘안철수 마케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스타트는 ‘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나철수)이라는 모임이었다. ‘나철수’는 2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출범식을 열고 안 원장의 팬클럽을 자처했다. 그러나 멤버 중에 상당수가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이었고, 안 원장 측이 “우리와 관련 없는 단체”라고 분명히 선을 긋는 바람에 1주일도 되지 않아 정해훈·이장희 공동대표가 사퇴하며 사실상 해체했다. 정해훈 공동대표는 출범식에서 정치세력화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문재인을 어이 할꼬…

    나철수가 출범한 지 사흘 만인 2월 12일에는 안 원장과의 인연을 내세운 ‘청년희망플랜(가칭)’이 발족했다. 안 원장이 참여한 ‘청춘콘서트’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다. 이들도 총선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서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켰던 청춘콘서트의 경험과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의 강연재 대변인은 “안 원장과 직접적인 교류는 없지만 청년 문제에 대한 고민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철 변호사는 이런 모임들에 대해 “최근 안철수 원장의 팬클럽 등 각종 자발적 조직은 안 원장은 물론 재단과도 전혀 무관하다”며 “혹시 이 같은 조직에 대한 오해로 선의를 갖고 (재단에) 참여하는 개인이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철수와 청년희망플랜 외에도 총선국면에서 ‘안철수 마케팅’을 노리고 정치세력화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노골적으로 안 원장이 자신을 지원하고 있고, 총선이 끝나면 함께 정권을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같은 기류가 확산되면 안 원장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상황 진전에 따라선 ‘안-박 연대’가 모색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안 원장 측에선 여전히 정치를 할 것인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숙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를 할 경우 이번 총선을 건너뛰고 대선에 직행할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총선에 관여해 대선국면에서 잠재적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안 원장의 한 측근은 “만일 정치참여를 결심하더라도 기존의 정치인처럼 조직을 만들어 세몰이를 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라며 “아마도 ‘나홀로 행보’를 하면서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만일 새누리당이 대권주자 대안론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박 위원장의 대권가도는 더 이상 탄탄대로가 아니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원장뿐 아니라 야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문재인 이사장도 박 위원장을 위협하고 있다. 안 원장이 현재의 야권 세력과 함께한다고 가정했을 때 문 이사장과 야권의 대표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는 형국이다. 그동안은 안 원장이 박 위원장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지만 정치와 거리를 두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지율이 조금씩 빠지는 사이에 민주통합당을 등에 업은 문 이사장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 전체적으로 3강(强)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SBS와 TNS 코리아가 2월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양자 대결에서 문 이사장은 36.4%를 얻어 46.6%를 기록한 박 위원장에 10.2%가량 뒤졌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에선 양자대결 구도에서 문 이사장이 이미 박 위원장을 제쳤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SBS 조사에서 안 원장이 47.4%로 박 위원장(38.3%)에 9.1% 앞섰다. 또 다자 대결에선 박 위원장이 30.6%로 여전히 1위를 지켰고 안 원장이 20.3%, 문 이사장은 14.3%로 3위를 기록했다. 문 이사장은 1월에 실시했던 여론조사(5.4%)에 비해 지지율이 8.9%포인트나 상승해 3자 구도가 정착된 모습을 보였다.

    내외 견제 시달리는 박근혜

    4·11 총선을 거치면서 문재인 바람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 이사장이 새누리당 후보를 꺾을 경우 정치적 주가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2월 7~10일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42.3%의 지지를 받아 새누리당 후보로 유력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37.4%)보다 앞섰다.

    문 이사장은 사실상 PK(부산·경남) 지역의 ‘낙동강 전투’를 총괄지휘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당선은 물론 PK에서 의미 있는 의석수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문 이사장은 낙동강변에 접한 지역구를 낙동강 벨트로 묶고 ‘바람이 다르다’는 선거 카피를 만들어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문 이사장 측은 “낙동강 벨트는 좁게 보면 낙동강 인근의 10여 개 지역구를 뜻하지만 PK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선거전략과 정책공약 등에서도 보조를 맞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을 위기로 내모는 사람은 안 원장과 문 이사장뿐만 아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 대표는 당권과 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대권주자에서 일단 제외됐지만, 손 전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세력을 확보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일도 다 하겠다. 제한과 제약 없이 온몸을 던져 뛰고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인 경기도 성남 분당을에 다시 출마해 승리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대권 주자로서 다른 의원들의 당선을 위해 전국을 누비는 게 효과적이란 판단을 한 듯하다. 한 대표는 자신이 직접 참신한 인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당 인재영입추진위원장을 겸한 한 대표는 참모들을 대동하지 않고 홀로 영입 대상을 접촉하며 새로운 인물 수혈에 나섰다.

    박 위원장으로선 차기 대선의 전초전인 총선에서 1대 4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은 여권에서 박 위원장의 페이스메이커를 할 만한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낮아 대선까지 홀로 고군분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야권 주자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하면서 붐을 일으켜 막판에 후보단일화를 시도하면 엄청난 파괴력이 생긴다.

    박 위원장을 견제하는 세력은 새누리당 내부에도 여전히 있다. 박 위원장이 야심 차게 출범시킨 비대위나 공천위 위원들의 면면을 놓고 알력이 있었고, ‘MB정부 핵심 퇴진론’‘친박 중진 용퇴론’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지금은 소멸되다시피 한 옛 친이계 세력이 은근히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경우 선거를 이끈 박 위원장에게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흔들기를 하고, 나아가 ‘제3의 여권 대선후보론’을 들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권 대선에 이용?

    박 위원장에게도 대응책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친박계가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해 역할을 분담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당의 공식 공천심사기구는 외부 인사가 주축이 된 공천위지만 이와 별개로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선거에 내세울 인물들을 물색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유정복 의원과 유승민 의원, 최경환 의원을 지목하면서 ‘막후 공천 3인방’이라고 불렀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권영세 사무총장이 실무책임을 진 공천위도 심사과정에서 당선 가능성과 함께 대선 공헌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공천심사서류를 제출한 많은 예비후보가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당선되면 지역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선 득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적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내부의 안티 세력을 무마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친박계 최다선(6선) 홍사덕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일방적인 친이계 배제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내가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특히 ‘친이계의 군기반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에 대해 “박근혜 위원장과 당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구냐고 꼽으라면 이재오 전 장관”이라고도 했다.

    독보적인 차기 권력으로서 3년 이상 대세론을 구가하던 박 위원장이 자칫 대선 출마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최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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