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호

‘루너 임팩터’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 성공시 미소 이어 세계 3번째 도전

2016년 한국 달 탐사 가능할 수도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12-02-22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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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너 임팩터’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 성공시 미소 이어 세계 3번째 도전

    ‘루너 임팩터’ 상상도

    “10년 안에 사람을 달에 착륙시킨 뒤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시키겠다.”

    1961년 5월 25일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약속했다. 이렇게 시작된 미국의 ‘아폴로 계획’은 1969년 7월 21일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해 첫발을 내디디면서 성공한 듯했다. 하지만 아폴로 11호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달에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우주 개발에서 달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식었다.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달 탐사가 2000년대 들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04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2년 동안 중단됐던 미국의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하고 달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는 내용의 우주개발 로드맵을 발표한 게 계기가 됐다. 일본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달 탐사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3년 달에 궤도선을 보내고 2025년에는 달에 착륙할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러브콜’로 이 계획이 확 앞당겨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르면 2016년경, 달 상공에서 초소형 위성(큐브샛·CubeSat)을 떨어뜨려 달 표면에 충돌시키는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인 ‘루너 임팩터(Lunar Impactor)’ 계획이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루너 임팩터는 지난해 초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을 눈여겨본 NASA의 적극적인 ‘대시’로 시작됐다. 처음 NASA의 제안은 자신들이 개발한 큐브샛을 한국의 인공위성에 실어 발사해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의 ‘No’에도 NASA의 적극적 러브콜

    한국의 NASA 격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미래비행체연구팀장인 주광혁 박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나라는 우주개발기본진흥계획에 맞춰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있어 NASA의 제안을 수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우주개발기본진흥계획은 우주개발진흥법에 따라 5년마다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올해부터 제2차 우주개발기본진흥계획이 시행 중이다.

    주 박사는 KARI에서 오랫동안 달 탐사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달 탐사에 관해서는 KARI에서 실무 총괄을 맡고 있다. ‘달 전도사’로 불릴 만큼 달 탐사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한국이 한 번 ‘NO’ 했지만 NASA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이야기는 NASA와 KARI가 공동으로 큐브샛을 개발해 쏘아 올리는 쪽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4월 양측이 한국에서 만나 회의를 하며 처음 이런 의사를 타진했다. 양측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면서 주 박사는 지난해 11월 NASA 에임스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를 찾아 두 번째 회의를 했다. 이 출장에는 정부 관계자도 동행했다. 에임스연구센터는 NASA의 여러 센터 가운데 달 탐사를 총괄 진행하는 곳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퍼필드에 있다.

    양측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올해 1월 기자가 에임스연구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NASA는 한국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에임스연구센터의 벨가켐 자룩스 박사는 “지난 1년간 KARI와 협의를 해왔다”며 “올해 루너 임팩터 기초 연구를 진행한 뒤 내년에 한국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룩스 박사는 미 서부의 명문대인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으로 에임스연구센터에서 임무설계 부서(Mission Design Division)의 책임자(Chief)다.

    자룩스 박사는 “왜 한국을 파트너로 정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달 탐사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과 인재들을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이 지금껏 자국 위성을 3기나 쏘아올린 만큼 인공위성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며 기술적인 수준에서도 NASA의 훌륭한 파트너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아리랑(다목적실용위성) 1호’에 이어 2006년 ‘아리랑 2호’, 2010년 정지궤도복합위성인 ‘천리안’을 쏘아 올린 바 있으며 이 가운데 아리랑 2호와 천리안이 활동 중이다.

    사실 루너 임팩터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먼저 눈독을 들였다. 에임스연구센터가 루너 임팩터를 구상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예산을 전액 지원하겠다며 NASA에 적극적으로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NASA는 사우디아라비아 대신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

    자룩스 박사는 “초소형 위성이 크기는 작지만 대형 위성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작은 위성 안에 고성능 탑재체를 넣어야 하는 만큼 정교한 엔지니어링 실력이 필요하며 이런 점에서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며 “1980년대만 해도 현대자동차가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엔지니어링 실력은 최고”라고 극찬했다.

    달 재착륙 계획 백지화하며 저렴한 큐브샛 선택

    루너 임팩터는 우주선에 가로 세로 각각 10㎝, 높이는 30㎝이며 무게는 1~3㎏ 정도인 큐브샛 2, 3기를 실어 달 상공에 보낸 뒤 큐브샛을 달 표면에 떨어뜨리는 게 목표다. ‘임팩터’라는 이름도 위성을 달에 충돌시킨다는 뜻에서 붙였다. 큐브샛은 달 표면에 부딪히기 전까지 13.5초라는 짧은 시간을 비행하면서 달의 자기장을 측정해 지구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큐브샛은 달 표면에 부딪힌 뒤에는 파괴되면서 수명이 다한다.

    2009년 NASA는 2.4t급 대형 충돌체를 달에 떨어뜨려 달 표면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엘크로스(LCROSS)’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지금까지 NASA가 달에 보낸 위성들은 하나같이 엘크로스처럼 1t 이상의 큰 위성이었다. 큐브샛처럼 작은 초소형 위성을 달 충돌 실험에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NASA의 이런 변화는 부시 정권에서 오바마 정권으로 넘어오면서 미국의 달 탐사 정책이 변화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4년 달 재착륙 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 NASA는 30여 년간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우주왕복선을 보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우주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부시 전 대통령의 발표 이후 NASA는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하고 달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는 내용의 우주개발 로드맵을 짰다. 여기에는 2020년 달에 우주인을 4명 보내 약 7일간 체류하게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달에 착륙해 2024년에는 사람이 6개월간 살 수 있는 기지를 만들겠다는 복안도 짰다.

    ‘루너 임팩터’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 성공시 미소 이어 세계 3번째 도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미래비행체연구팀장인 주광혁 박사.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다 2010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포기를 선언하며 달 재착륙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화성 탐사 플랜을 내놨다. 2030년대 중반 화성에 궤도선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달 탐사를 주관하는 에임스연구센터로서는 달가울 리 없는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달 탐사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 중국과 일본, 인도를 중심으로 아시아 신흥 우주 강국들이 달 탐사에 뛰어들며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임스연구센터가 내놓은 대안은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과학적으로는 효과가 큰 위성, 즉 큐브샛을 달에 보내는 것이었다. 에임스연구센터는 ‘소형 인공위성 임무(Small Satellite Mission)’를 센터가 추진할 임무의 한 축으로 내세우며 무게가 1∼200㎏인 작은 위성을 쏘아 올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에임스연구센터는 2009년 ‘파마샛(PharmaSat)’과 2010년 ‘오레오스(O/OREOS)’라는 큐브샛을 잇달아 쏘아 올려 우주에서 생물의 생존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하면서 이미 큐브샛의 무한한 잠재 가능성을 타진한 상태다.

    루너 임팩터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엘크로스만 해도 7800만 달러(약 870억 원)가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루너 임팩터는 총 5000만 달러(약 558억 원)면 충분할 것이라는 게 NASA의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싼 비용으로 중요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루너 임팩터인 셈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루너 임팩터가 한국의 달 탐사 계획을 10년 가까이 앞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이 2008년부터 추진하던 ‘국제달네트워크(ILN·International Lunar Network)’ 참여는 미국의 계획이 변경되면서 불투명해졌다. ILN은 미국의 주도하에 한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인도가 참여해 2013~2014년, 2016~2017년 착륙선을 2기씩 달 표면에 내려 보내려는 계획이었다. 착륙선은 달에 도착한 뒤 달에 매장된 자원을 탐사하고 달의 환경을 연구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한국 달 탐사 10년 앞당겨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4월 한국 첫 우주인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던 이소연 박사와 통화하면서 “한국의 달 탐사 계획을 앞당기는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하는 등 달 탐사 의지를 거듭 표현했다. ILN은 이런 이 대통령의 달 탐사 의지가 반영된 첫 번째 프로젝트이자 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2008년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한미 달 탐사 협력을 선언하면서 그해 7월 24일 정부(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가 에임스연구센터를 방문해 ILN에 참여하기로 사업참여의향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이 프로젝트가 언제 시작할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루너 임팩터가 내년 가동을 시작하면 한국이 우주 개발에서 공식적으로 미국과 협력하는 첫 사례가 된다. 또한 이 대통령이 2008년 부시 당시 대통령과 우주개발 협력에 처음 합의한 이후 현 오바마 행정부까지 이어진 한미 양국의 우주개발 협력에서 가시적으로 일궈낸 첫 성과라는 의미도 있다. 주 박사는 “루너 임팩터는 NASA와의 국제협력에 초석을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한국의 달 탐사에 첫 단추를 끼운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NASA의 정책이 기술이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만큼 직접적으로 고급 우주기술을 배우기는 어렵지만 협력 과정에서 정보를 공유하거나 운영 노하우를 배우는 등 간접적인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한국으로선 끌리는 부분이다. 한국 첫 발사체인 ‘나로호(KSLV-I)’의 1단은 러시아가, 2단은 한국이 각각 개발했지만 나로호 발사 운영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한국이 러시아의 오랜 발사 노하우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2020년대 본격적으로 달 탐사를 진행할 계획인 한국으로서는 루너 임팩터로 NASA와의 협력을 통해 선행 달 탐사 경험을 쌓고 노하우도 배울 수 있는 셈이다. 주 박사는 “루너 임팩터가 세계에 한국의 달 탐사 의지와 기술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루너 임팩터를 완성할 2016년경에는 중국과 일본, 인도의 ‘달 전쟁’ 2라운드가 펼쳐질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달 탐사에 잠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중국, 일본, 인도 등 우주 개발 후진국들은 달을 둘러싼 우주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고 2000년대 들어 이들은 신흥 우주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중국, 일본, 인도 올해 말 달 탐사선 발사

    2007년 9월 일본은 달 탐사선 ‘가구야’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달 전쟁 1라운드의 포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0월 중국은 중국 최초의 달 탐사 위성 ‘창어(嫦娥) 1호’를 달에 보냈고, 1년 뒤인 2008년 10월 인도는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올려 보냈다.

    올해 말부터는 달 전쟁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0년 발사한 달 탐사위성 ‘창어 2호’가 달 상공 100㎞에서 달 표면을 관측하는 등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면서 달 탐사에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르면 올해 말 ‘창어 3호’를 달에 보내 여러 가지 과학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2017년 ‘창어 5호’는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2025년경에는 달에 인간을 보낼 계획도 있다.

    인도는 2013년 찬드라얀 1호 후속 모델인 ‘찬드라얀 2호’를 달에 보낸다. 인도 정부는 우주 개발 관련 예산을 35%나 늘리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07년 첫 달 탐사 위성인 가구야를 보내 달 기지로 적합한 후보지를 물색하는 등 성공적인 탐사를 해낸 일본은 2015년 이전에 ‘가구야 2호’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가구야 2호는 가구야의 임무를 이어받아 2020년대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달 환경을 조사할 예정이다. 가구야는 달과 관련한 일본 전래동화에 나오는 공주 이름으로 가구야의 정식 명칭은 ‘셀레네(SELENE)’다.

    달 탐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과 일본을 이웃나라로 둔 한국으로서는 최근 이들의 ‘문 러시(Moon Rush)’가 2016년 루너 임팩터를 가동해야 할 또 다른 이유라는 시각도 있다.

    국력 과시, 헬륨-3 확보 위해 달 선점

    ‘루너 임팩터’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 성공시 미소 이어 세계 3번째 도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를 총괄하는 에임스연구센터 임무설계 책임자인 벨가켐 자룩스 박사는 “한국은 뛰어난 인공위성 기술과 훌륭한 인력을 갖추고 있어 NASA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달을 선점하려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달 탐사는 자국의 우주기술 수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에 좋다. 달에 탐사선을 보내 국력을 과시하고 자존심도 세우는 것이다. 이는 1960년대 미국과 옛 소련 간 달 탐사 경쟁이 첨단 과학기술을 내세워 체제 우위를 선전하려는 군사외교전이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최근엔 여기에 달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탐사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일본, 인도가 합류한 달 탐사 경쟁이 특히 그렇다. 달에 각종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이 이들의 달 탐사를 부추기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광물은 헬륨-3. 헬륨-3은 핵융합발전 연료로 달에 최소 100만t 정도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지구가 1만 년 동안 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2007년 중국은 창어 1호를 달에 보내 광물 원소 14종을 찾게 했고, 2008년 인도는 찬드라얀 1호를 쏘아 헬륨-3을 찾아 나섰다.

    달에 기지를 먼저 짓겠다는 욕심도 있다.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작아 달에서 로켓이나 우주선을 발사하면 연료도 덜 들고 멀리 보낼 수 있다. 2008년 달로 날아간 인도의 찬드라얀 1호는 이듬해 달의 극지에 얼음 형태의 물이 대량 저장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달 기지의 실현 가능성에 한층 무게를 실었다. 달에 물이 있으면 분해해 달에서 바로 산소도 만들고 로켓의 연료도 제조할 수 있다.

    달 자체가 과학적인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달은 인류가 직접 탐사해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태양계에서는 특별한 행성이다. 달을 연구해 태양계와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

    루너 임팩터의 임무도 달의 미스터리를 푸는 과학적인 성격이 강하다. 달에 있는 물(얼음)이 어떻게 생성됐는지 단서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동안 달은 건조하고 메마른 땅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2008년 인도가 쏘아 올린 찬드라얀 1호가 달에 얼음 형태의 물이 자그마치 6억t이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문가들은 달에 얼음이 묻혀 있는 지역이 분화구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찬드라얀 1호는 달 북극에 있는 지름 2∼9㎞의 분화구 40여 군데에서 얼음을 발견했다. NASA도 달 남극의 20∼30m 크기 분화구에서 최소 95L의 얼음을 발견했다.

    달 표면 자기장 최초 관측 임무

    그런데 달의 분화구 중에는 유독 주변에 비해 자기장이 센 곳이 있다. 달은 지구와 달리 자기장이 매우 약하다. 지구가 북극(N)과 남극(S)을 가진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어서 자기장이 일정하게 분포하는 반면 달은 분화구를 중심으로 군데군데 자기장의 세기가 다르다.

    1998년 에임스연구센터는 ‘루너 프로스펙터(Lunar Prospector)’라는 탐사선을 보내 달 상공 약 100㎞에서 자기장을 측정했다. 달의 자기장 분포가 지구와 달리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밝혀졌다.

    달의 자기장 연구에서 세계적인 전문가인 이언 개릭베셀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UC샌타크루즈)대 교수는 달의 이상한 자기장 분포가 얼음(물)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32세의 젊은 교수지만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부터 달의 자기장 연구로 ‘네이처’ ‘사이언스’ 등 유명 저널에 여러 편의 논문을 실으며 이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개릭베셀 교수는 루너 임팩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다.

    루너 임팩터의 임무는 루너 프로스펙터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루너 프로스펙터는 달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달 상공에서만 자기장을 측정했다. 루너 임팩터는 큐브샛이 우주선에서 낙하해 달 표면에 떨어질 때까지 고도에 따라 달의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다. 개릭베셀 교수는 루너 임팩터의 큐브샛이 보내온 달의 자기장 데이터를 분석할 계획이다.

    UC샌타크루즈에서 기자와 직접 만난 개릭베셀 교수는 “루너 임팩터는 세계 최초로 달 표면 근처의 자기장을 찍게 될 것”이라면서 “달에 왜 물(얼음)이 생겼는지, 달의 자기장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릭베셀 교수는 40여 년 전 아폴로 11호와 17호가 지구로 가져온 월석(月石) 6g을 NASA에서 받아 현재 달의 자기장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폴로 우주선이 가져온 달 암석은 모두 269개이지만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세계 130개국에 선물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분실되거나 도둑맞은 달암석이 많아 현재는 수십 개만 남아 있다. 개릭베셀 교수가 받은 6g도 값으로 따지면 매우 비싸다. NASA는 연구용 월석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무상으로 제공한다.

    한미 양국 정권 교체는 프로젝트 변수

    루너 임팩터가 한국에 가져올 수많은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가 가동되려면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을 따내는 일이다. NASA나 KARI 모두 루너 임팩터에 투입될 비용은 한미 양국이 분담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은 큐브샛 개발과 큐브샛이 실릴 우주선의 일부를 제작하고 NASA는 우주선 제작 총괄과 발사 등을 맡고 이에 필요한 예산을 각자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올해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가동하기에 불리한 상황이다. 미국도 올해 대통령선거가 열리며 다음 정권의 우주 개발 기조가 루너 임팩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 박사는 “우리나라가 2020년대 달 탐사에 성공하려면 루너 임팩터를 디딤돌로 활용해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거대과학 프로젝트도 많은데 수백억 원을 투입해 한국산 인공위성을 달에 보낸다는 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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