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호

타니CC

명문골프장 탐방

  • 글|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donga.com

    입력2012-02-23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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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을 가르는 공 소리에 놀란 청둥오리 떼가 일제히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인근 사천비행장의 공군 훈련기들이 하늘에 가파른 길을 내고 사라진다. 새하얀 비치벙커는 젊은 날의 꿈처럼 눈부시고 앙상한 나무들은 중년의 영혼처럼 허허롭다. 방향 잃은 형형색색의 공들이 살얼음 낀 연못에서 미끄럼을 탄다. 사천만의 바람과 안개가 맥없이 스러지는 곳. 그 신비의 평원에서 타니(훏),‘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향연이 시작된다.
    타니CC
    ● 경남 사천 타니CC의 상징은 고려시대 궁궐을 본뜬 거대한 클럽하우스다. 지난해 경상남도 건축대상제에서 동상을 받기도 한 이 건물의 총 길이는 150m로 국내 한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럽하우스를 기준으로 풍수지리에 따라 36홀(회원제 27홀, 퍼블릭 9홀)의 이름을 청룡(동), 백호(서), 주작(남), 현무(북)로 지었다. 타니CC는 해발 60m의 분지에 자리 잡고 있다. 사천만의 바닷물과 진양호가 멀리 에두르고 있지만, 나지막한 산이 가로막아선지 눈비가 적고 안개가 끼지 않는다. 겨울에도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 취재진이 방문한 2월 초, 전국이 영하 10~15도의 맹추위로 얼어붙었건만 타니CC의 온도계는 영상을 유지했다. 접근성이 뛰어난 것도 강점.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연결된 남해고속도로 축동IC에서 5분 거리. 항공편으로는 사천공항에서 15분, 여수공항에서 50분이면 닿는다.

    타니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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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니CC
    ● 타니CC의 코스 지형은 한마디로 위협적이다. 페어웨이가 좁고 기복이 심하고 그린 난도도 높은 편. 코스 왼쪽과 오른쪽의 경사 차이가 큰 홀이 많아 이른바 벽치기가 효과적인 공략수단이다. 벙커와 연못이 많은 것도 특징. 청룡(와룡산) 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5번홀(파5, 518m). 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개천이 도사리고 있어 세컨드 샷을 할 때 우드로 넘길지 아이언으로 끊어칠지를 확실히 결정해야 한다. 백호(이구산) 코스 4번홀(파5, 480m)은 꼭 장애물경주 하는 느낌을 준다. 그린에 이르기까지 연못 3개를 뛰어넘어야 한다. 세컨드 샷을 할 때는 왼쪽 연못 주변의 거대한 벙커가 위압감을 준다. 9번홀(파4, 355m) 티박스에선 드라이버를 안 잡는 게 안전하다. 4번홀에서부터 9번홀까지 6연속 보기를 기록하다. 2% 부족의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게 골프의 묘미일지도 모르고.

    타니CC
    ● 장두원 타니CC 대표는 시공사인 삼부토건 임원 출신이다. “여러 골프장을 돌아봤지만 여기만큼 어려운 데가 없다”며 쑥스럽게 웃는다. 설립 초기 코스 난도 문제를 놓고 외국인 설계자와 다투기까지 했다고 한다. 장 대표가 골프장을 운영하며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도우미(캐디)에 대한 배려다. 수시로 간식을 챙겨주고 틈나는 대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파격적인 보상제도도 실시한다. 고객평가와 자체평가를 토대로 성적 좋은 도우미를 선발해 피부 치료와 성형수술 비용을 지원한다. 햇볕에 상한 피부를 되살려주고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란다. 지난해 하반기 선발된 우수 도우미에게 약 200만 원의 시술비를 대줬다. 골프장 홍보자료에 ‘경남 최고의 미녀와 친절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라는 문구가 있기에 사실이냐고 묻자 씩 웃기만 한다. 그는 ‘골프 꿈나무’ 육성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제주도나 동남아 등지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중고생 유망주를 유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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