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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독배를 마실 수는 없다!

제2장 연이은 수소폭발 세계를 긴장시키다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혼자서 독배를 마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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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독배를 마실 수는 없다!

한국형 경수로에 장전되는 핵연료(다발). 핵연료는 길이 3m쯤 되는 핵연료봉 289개를 묶은 것이다.

핵폭탄은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의 비율을 90% 이상으로 올린 것이다. 따라서 임계(臨界) 질량이라고 하는 일정한 무게 이상으로 모아놓으면, 중성자를 쏴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리고 순식간에 핵분열을 일으킨다.

핵연료는 우라늄 235와 플루토늄의 비율을 3~5%(경수로 기준) 정도로 농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인위적으로 중성자를 쏴주지 않으면 핵분열을 하지 못한다. 중성자가 많아지면 핵분열 속도가 빨라지지만, 핵폭탄이 터질 때처럼 빨라지지 못한다.

이러한 핵연료가 물에 잠겨 있지 못해 녹아내리는 것은 핵분열 속도와 무관하다. 자동정지한 다음의 핵연료는 중성자가 사라졌기에 핵분열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녹아내리는 것은 자체 열 때문이다. 자체 열을 식히려면 물이 있어야 하는데 물이 없으니 냉각을 하지 못해 녹아내린다. 자동정지한 상태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것은 핵분열과는 무관함을 분명히 알고 넘어가자.

핵연료는 담배필터만한 크기로 만든다. 이러한 핵연료를 금속으로 만든 긴 봉(棒) 속에 차곡차곡 넣는데, 핵연료를 집어넣은 봉을 ‘핵연료 봉’이라고 한다. 이러한 핵연료 봉을 격자 모양의 틀에 넣어 다발로 만든 것을 ‘핵연료 다발’이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핵연료가 바로 핵연료 다발이다.

녹은 지르코늄관이 산소와 결합해 수소 발생



핵연료 다발은 원자로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른데, 한국형 원자로의 핵연료 다발은 핵연료봉을 17×17(289)개로 묶은 것이다. 289개 핵연료봉 중 몇 개에는 핵연료가 없고 중성자를 잡는 붕소가 들어 있다. 붕소가 들어 있는 연료봉을 가연성 독봉(可燃性 毒棒, Burnable Rod)이라고 한다. 가연성 독봉은 핵분열로 늘어나는 중성자를 잡는 역할을 한다.

원자로 크기에 따라 핵연료 다발을 수백 개씩 집어넣고 핵분열을 시킨다. 원자로 안에 들어간 핵연료 다발은 3년동안 타고 나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로 옮겨진다.

그렇다고 해서 원전회사들이 3년에 한 번꼴로 모든 핵연료를 교체하는 것은 아니다. 1년에 한 번씩 3분의 1을 교체한다. 원자로 안에는 금방 넣은 것, 1년간 탄 것, 2년간 탄 것이 3분의 1씩 들어가 핵분열을 한다. 그리고 1년이 지나면 3년간 탄 것을 꺼내 사용후핵연료 수조로 보내고 새로운 핵연료 다발을 넣는 것이 핵연료 교체다.

노심 용융이 일어난 원자로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는 이유는 핵연료를 담고 있는 봉의 재료에서 찾아야 한다. 핵연료를 감싸는 봉은 ‘지르코늄(Zirconium)’이라는 금속으로 만든다. 지르코늄은 지르콘(Zircon)이라는 광물로 만든다. 지르콘은 화성암과 변성암 퇴적암 등에 널리 분포돼 있으며 다이아몬드에 가까운 광채를 띠는 특징이 있다.

원자로는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특수강으로 만든 거대한 물통이다. 따라서 원자로 안에 들어갈 물질은 고온(高溫)의 물에 오래 담겨 있어도 부식되지 않아야 한다. 지르코늄은 물에 잘 부식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

핵연료를 핵분열시키려면 인위적으로 중성자를 쏴줘야 한다. 따라서 핵연료를 감싸고 있는 물질은 외부에서 쏴준 중성자를 잘 통과시켜야 한다. 지르코늄은 중성자를 잘 통과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많은 중성자를 통과시키다 보면 재질이 약해질 수 있는데, 지르코늄은 ‘중성자 포격(砲擊)’을 받아도 애초의 강도를 유지하는 성질이 있다.

핵분열 중인 핵연료는 상당히 뜨거워지므로, 핵연료를 감싸고 있는 물질은 높은 온도에서도 물성(物性) 변화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지르코늄은 높은 온도에서도 강도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핵분열을 하는 핵연료에서는 강한 방사선이 나오는데 지르코늄은 방사선을 쬐어도 끄떡하지 않는다. 방사선을 쪼인 물질 가운데 일부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성하는데, 지르코늄은 그런 기능도 하지 않는다. 핵연료를 담는 재료로는 최고인 것이다.

수소의 강력한 힘

이런 이유로 핵연료봉을 지르코늄으로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지르코늄에도 한계가 있다. 핵분열하는 핵연료가 들어 있는 원자로 안의 물이 줄어들어, 핵연료가 물 밖으로 드러나 과열됐을 때 내는 열에는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지르코늄은 물에 잠긴 상태에서만 핵연료에서 나오는 열을 견뎌낸다. 물이 줄어들어 물 밖으로 드러난 핵연료 상단이 과열돼 내는 열에는 함께 녹아버린다.

물이 공급되지 않는 원자로에서는 줄어든 물이 증기로 변하므로 원자로 안은 증기로 자욱해진다. 이러한 수증기가 녹아내린 지르코늄을 만나면 이산화지르코늄을 생성하면서 수소를 발생시킨다. 이를 화학식으로 정리하면 Zr(지르코늄)+2H₂O(물) ⇒ ZrO₂(이산화지르코늄)+2H₂(수소)가 된다.

지르코늄이 이산화지르코늄이 되는 과정은 발열(發熱)반응이다. 열이 나면 반응 속도가 빨라지니 지르코늄은 이산화지르코늄으로 더 빨리 변한다. 따라서 발생하는 수소의 양도 급증한다. 수소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이기 때문에 발생한 수소는 바로 격납용기 안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떠오른다.

수소의 농도가 4%를 넘으면, 주변에 있는 산소와 결합해 연소할 수 있다. 수소의 농도가 10%를 넘기면 연소가 아니라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수소 폭발).

수소가 산소와 결합했을 때 일으키는 폭발력은 상당히 강하다. 요즘 과학계는 강력한 힘을 내는 수소폭발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소 에너지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로켓으로 만드는 우주발사체를 들 수 있다.

현재 지구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려놓은 나라는 10개국이다. 이 가운데 수소(액체수소)와 산소(액체산소)를 섞어 태워 수소폭발을 시키는 수소엔진으로 우주발사체를 만드는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세 나라뿐이다. 러시아와 중국 등 여섯 나라는 산소(액체산소)에 등유(캐로신) 등을 섞어 태우는 엔진으로 인공위성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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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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