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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자력, 일본을 지원하다

제3장 전원 복구로 사고 수습에 성공하다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한국 원자력, 일본을 지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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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도 추적하는 WC-135

WC-135기는 네브래스카 주의 오풋(Offutt) 공군기지에 있는 45정찰비행단 소속이다. WC-135 대기관측기는 잘 공개되지 않는데, 한반도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은 가끔 이 정찰기 이름을 접할 수 있다. 2009년 초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 공군은 일본 오키나와의 가네다(嘉手納) 공군기지에 WC-135의 사촌쯤 되는 RC-135 정찰기를 배치해 북한 전역을 정찰했다. RC-135 정찰기에 부착된 센서는 발사된 탄도미사일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포착해 발사 지점은 물론이고 탄도와 탄착 위치도 계산해낸다.

2009년 10월 북한은 2차 핵실험을 시도하는데, 이때 언론은 WC-135가 가네다 기지에 배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미군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기 1년 전인 2005년부터 WC-135와 RC-135를 가네다 기지에 배치해놓고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를 추적해왔다. 또 WC-135를 오키나와에 배치해놓고 북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 추적과 함께 북한의 핵실험을 상시적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가 일어나자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에 WC-135기를 후쿠시마 상공으로 출격시켜 방사능물질이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방사선의 세기는 얼마인지를 측정해달라고 했다. 일본은 그만큼 급했던 것이다.

한국 원자력, 일본을 지원하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 수습에 필요한 붕소(왼쪽)와 마스크 등의 지원을 한국에 요청했다. 일본의 사정이 워낙 급했기에 WANO 아시아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수원 사장은 국내 재고를 모두 제공하고 이어 국내 비축품을 구입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일본은 한국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아시아 최대의 원전 회사



일본은 한국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이 있기 전 한국은 제일 먼저 119 중앙 구조대를 파견해 쓰나미 피해 구조 작전을 벌였다. 쓰나미 희생자 구조 작전이 끝나갈 무렵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본은 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

한국은 미국, 프랑스와 더불어 일본과 견줄 수 있는 원전 강국이다. 2009년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을 확정지음으로써 미국, 영국(지금은 수출 중단), 러시아, 프랑스, 캐나다, 일본에 이어 원전을 수출한 국가 반열에 올라섰기에 일본의 요청에 대응할 수 있었다.

일본의 전력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원전을 운영하는 것은 17기를 운영해온 도쿄전력이다. 도쿄전력은 오랫동안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운영하는 지위도 누렸다. 그러나 한국의 원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능력은 도쿄전력을 앞서 있었다.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겪은 후 세계의 모든 원전업체는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1989년 원전 사업자 모임인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World Association of Nuclear Operators)를 만들었다. WANO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에 지역센터를 두고 원전업체들은 이 중 한 센터에 가입하도록 했다. 아시아센터는 도쿄에 두었기에 도쿄센터로 불리는데, 이 센터에는 일본, 한국, 중국, 파키스탄, 인도, 대만,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전업체가 가입해 있다.

WANO 설립 후 아시아센터 이사장은 항상 도쿄전력 사장이 맡았다. 2003년 한국은 영광 6호기를 가동함으로써 상업원전 18기를 보유하게 돼 도쿄전력을 앞서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울진 5호기, 2006년엔 울진 6호기, 2011년에는 신고리 1호기를 준공해 21기를 갖춰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의 원전 사업자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2010년 4월 14일 한국수력원자력㈜의 김종신 사장이 임기 2년의 WANO 아시아센터 이사장에 선출됐다.

김종신 사장이 WANO 아시아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을 때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발전소가 경천동지할 사고를 당한 것이다. 4월 8일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한국의 원전 중대사고 및 원전 방재(防災) 대책 분야의 전문가 2명을 대동하고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에서 그는 WANO 아시아센터 이사장 자격으로 도쿄전력 주요 간부와 일본원자력기술협회(JANTI) 회장, WANO 도쿄센터 사무국장 등을 만나 후쿠시마 지원 방안을 협의했다.

김 사장의 방일은 일본의 도움 요청이 한 역할을 했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 정부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붕소 52.6t의 지원을 요청했다. 녹아내리는 원자로의 핵분열을 멈추게 하려면 붕소를 섞은 붕산수를 원자로에 넣어야 하는데, 붕소 재고가 달렸던 것이다. 3월 16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대한 신속히 지원하겠다는 말로 붕소 52.6t의 지원을 약속했다.

도쿄전력은 사고 현장에서 작업하는 요원들이 써야 하는 마스크와 필터가 부족했기에 한국수력원자력에 도움을 요청했다. 3월 20일 한국수력원자력은 방사선 작업용 전면 마스크와 필터 각 200개(4000만 원 상당)를 항공편으로 도쿄전력에 전달했다.

한국 업체와 스와핑하는 일본 업체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원전 4기가 사라졌으니 일본은 여타 원전과 화전(火電)도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려고 가동을 정지했다. 그러다 보니 전력이 심각하게 부족해졌다. 전기 소비는 계절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에 원전과 화전으로는 평상시 전력인 기저(基底)부하를 생산케 하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타임 때는 가스발전소를 돌려 늘어난 수요에 대응케 한다.

가스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적을 때는 돌리지 않고 여름처럼 전기 수요가 급증할 때만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발전회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는 업체와 연간 계약을 맺어 가스를 도입한다. 가스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많이 소비한다(한국의 경우 여름철과 겨울철의 가스 소비 비율은 약 45대 55다). 이유는 난방용으로 소비되는 가스가 더 많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겨울에서 여름으로 절기가 바뀌고 있었기에 가스 소비에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대지진으로 많은 원전과 화전이 안전검사를 위해 가동을 중지한 상태여서 가스발전소를 돌려야 했다. 그런데 연간 계약으로 가스를 도입하다 보니 양이 적었다.

이 때문에 도쿄전력은 3월 16일 한국가스공사에 화력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스와프(SWAP) 요청이었다. 연간 계약 때문에 도쿄전력은 당장 필요한 가스를 확보할 수 없지만 한국가스공사는 계절적 요인으로 가스 소비에 여유가 있으니, 선박에 실려 한국으로 오는 LNG를 도쿄전력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일본으로 향하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대신 위기가 풀리면 도쿄전력은 같은 양의 가스를 한국도시가스공사에 돌려준다. 한국가스공사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4월 초까지 LNG 50만t을 도쿄전력으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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