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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원자력 경쟁은 이제부터다

제4장 그래도 원자력이다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한일 원자력 경쟁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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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에 감리 인원도 수출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공사를 하면 그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감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UAE는 감리 요원도 한국에서 뽑아간다. UAE에서 봉급을 받고 한국 컨소시엄이 원전을 제대로 지었는지 감리하고 제대로 가동할 것인지 감독하기로 한 것이다. UAE에 고용돼 한국이 건설하는 원전을 감리·감독할 분야까지 따진다면 UAE 원전사업은 단순한 프로젝트 수출이 아니라 한류를 수출하는 것이 된다.

UAE 원전사업에 의한 신규 고용 효과는 10년간 약 11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로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 등은 심각한 인사적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에서 뜻을 펴지 못한 인재들이 UAE의 원자력 관련 기관이나 기업으로 옮겨갈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UAE는 자국을 위해 일할 한국 엔지니어들을 흡수하고 있어 한국의 원자력계는 핵심 인력 유출을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원전은 거대한 토목공사다. 이 공사에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이 참여한다. UAE 원전 공사는 건설회사들이 오랜만에 중동으로 진출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UAE에 짓는 APR-1400 원자로는 복수기에 쓰일 해수를 먼바다에서 취수하고 먼바다로 빼는 심층 취배수 시스템을 채택한다. 이는 수심 30~40m인 먼바다까지 트럭이 지날 수 있는 거대한 해저터널을 건설하는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단순한 토목공사를 주로 했지만 지금은 고난도의 공사를 한다.

원자력 엔지니어가 모자란다



UAE에 짓기로 한 APR-1400 원자로는 2013년 완공되는 신고리-3호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런 점에서 APR-1400은 UAE 원전을 위한 시제(試製) 원자로 성격을 갖는다. UAE는 한국을 믿고 한국에 건설하는 것과 똑같은 원자로를 지어달라고 했으니 2013년 완성하는 신고리-3호기를 한국은 성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한국은 100만 kW인 OPR-1000에 이어 이 원자로를 개발했다. OPR-1000은 2세대, APR-1400은 3세대 원자로로 분류되는데 두 원자로의 특징은 과 같다.

APR-1400의 최대 장점은 3세대 원자로 가운데에서는 kW당 건설단가가 가장 낮다는 점이다. APR-14000의 kW당 건설단가는 2300달러 수준이고, 프랑스 아레바 사의 EPR-1600은 2900달러, 일본 히타치 사의 ABWR은 2900달러,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은 358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APR-1400은 복합 안전계통(Hybrid Safety System)을 채택하고 있어 안전성 면에서도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의 EPR-1600은 능동형 안전계통, 미국의 AP-1000은 피동형 안전계통만 갖추고 있다.

한국은 신고리 3·4호기로 APR-1400을 건설하고, 이어 보다 개량한 APR-1400을 신울진 1·2호기로 제작한다. 개량된 APR-1400은 프랑스가 장악하고 있는 유럽, 웨스팅하우스와 GE가 포진한 미국 원자력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UAE원전사업은 한전이 주계약자로 전체사업을 총괄한다. 한전이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국내외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계약하는 단일 사업구조를 띠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전문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핵연료 공급은 한국원전연료가 맡고, 종합적인 설계는 한국전력기술이, 원자로 설계와 제작은 두산중공업이 웨스팅하우스를 파트너로 삼아 주도한다. 두산중공업은 일본의 도시바를 파트너로 삼아 터빈과 발전기도 제작한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토목공사를 담당한다.

여러 회사가 참여하지만 이 사업은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하는 단일 구조로 움직인다. 비유해서 말하면 한전과 한수원이 감독과 코치를 맡아 한국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2011년 3월 14일 양국 정상이 참여한 가운데 UAE 원전 기공식이 열렸다. 5월부터는 부지 앞바다를 준설하는 해상공사를 에 들어갔고, 올해 10월에는 본관 기초굴삭을 시작으로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한다. 2013년쯤이면 원자로 건물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목하 한국의 고민은 UAE 다음 사업을 잡지 못하는 데 있다. 한국이 포스트 UAE 사업을 잡지 못하는 데는 여러 사정이 있다. 첫째 이유로는 UAE에서 워낙 큰 사업을 따내 다른 사업을 할 여력이 없는 것이 거론된다. 한국은 국내에도 여러 원전을 짓고 있어 엔지니어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내 여섯 개 대학의 원자력공학과로는 필요한 인원을 다 확보하지 못한다.

둘째로는 베트남과 터키에 대한 일본의 수출 사례에서 보듯 경쟁국들의 헐값 도전이 부담이 되고 있다. kW당 건설단가는 APR-1400을 따라올 기종이 없는데도 경쟁국들이 선전하는 데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 일본은 ODA 자금으로 항만이나 도로를 건설해주는 조건으로 원전 수출을 추진한다. 한국은 가격 경쟁력이 있음에도 정부 지원에서 달려 UAE 이후 추가 원전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원자력 경쟁은 이제부터다
한일 경쟁은 지금부터

원전을 수출한 나라가 여섯 나라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원전을 수출한 나라만이 진정한 기술강국이라는 뜻이다. 원전 제작은 항공기 수출, 우주발사체 제작과 더불어 강국만이 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중 원전 수출과 항공기 수출(인도네시아에 대한 T-50 고등훈련기 수출)을 이뤄냈다.

그러나 일본은 2000년대 초 대만에 3세대 원전인 ABWR을 수출했다. 이러한 일본이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로 주춤하기 직전 한국이 UAE 원전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일본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과 전자 자동차 제철에 이어 원자력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축구와 야구에서만 이길 것이 아니라 산업 경쟁에서 일본을 이겨야 한다. 한국과 일본의 원자력 경쟁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신동아 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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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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