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양반탈

  • 나석중

    입력2012-03-20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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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탈

    일러스트·박용인

    누워서 웃고 있다

    웃음 가득 주름살을 지으며

    판박이로 고집 세게 웃고 있다

    누가 양반을 버렸나

    어떤 죄라도 품어주겠다는 듯



    조용히 웃는 저 얼굴을 버렸나

    모든 말들을 생략하고도

    모든 말들을 요약한 웃음 같다



    흰 도포를 입고

    정자관을 쓰고

    부채를 들고



    위엄을 부리던 춤은 어디로

    사라지고 턱주가리는 떨어져

    왜 끈으로 이었는지 떨어진 턱이

    하나도 애처롭지 않은

    오히려 웃기는 웃음을

    퍽이나 평화롭게 웃고 있다

    쓰레기더미 위에 버려진 웃음이

    멀쩡하게 웃고 있다

    한가로이 웃고 있다

    나석중

    ● 1938년 전북 김제 출생
    ● 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 활동 시작
    ●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

    ● 작품집: 시집 ‘숨소리’ ‘나는 그대를 쓰네’ ‘촉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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