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입력2012-03-20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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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시장은 정의로운가 _ 이정전 지음, 김영사, 324쪽, 1만4000원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 그리고 이어서 터진 99%의 대반란 이후 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믿음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색에 열중하고 있다. 이 새 모델에 어떤 내용을 채워 넣을 것인지는 현 자본주의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많은 보수 성향 경제학자가 자본주의 시장이 기본적으로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 과제는 단지 시장의 뒤탈을 깔끔하게 설거지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구조적인 요인 탓으로 시장이 공정치 못하다고 하면, 시장에 대한 대수술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샌델 교수는 ‘고삐 풀린 시장’의 고삐를 다시 조여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은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정의에 관해 수준 높은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철학자의 몫이다. 근래 정의에 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철학적 얘기나 이론은 이미 많이 나왔고 독자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다만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시장을 깊이 파헤치는 토론이 별로 없다는 점이 큰 아쉬움이었다. 이 책의 주된 의도는 실제로 우리 시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 그리고 이런 이슈들을 낳는 시장의 위력이나 원리를 정의의 관점에서 풀이하고 평가해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정의에 대한 이론보다는 시장에 대한 이론이 더 많이 나온다. 이 책은 시장의 현상을 정의의 관점에서 풀어 쓴 경제학 원론으로 볼 수도 있고,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라고 할 수도 있다.

    청년실업,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잠식, 부유세 도입 여부, 보편적 사회복지인지 선별적 사회복지인지의 선택, 경제민주화 등 시장에서 빚어지는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경제가 사회에 복속되지 않고 반대로 사회가 경제에 복속된다는 점에 많은 철학자와 사회학자가 동의한다. 그러므로 시장의 공정성을 얘기하지 않고는 사회정의를 얘기할 수 없다.



    시장이 공정하다고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갈리며, 양자의 갈등이 시작된다. 근래 우리 사회를 온통 시끄럽게 만든 각종 사회적 현안을 놓고 양쪽 진영은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소득분배의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지만, 지식인 사회의 양극화(담론의 양극화)도 심히 걱정스럽다. 이 양극화를 완화하는 첫걸음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상대방의 견해를 경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의 공정성에 관해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리고 왜 다른지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생각해보는 것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뜻을 담아낸 것이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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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_ 피터 노왁 지음, 이은진 옮김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책. CBS 온라인뉴스의 과학기술 전문기자로 캐나다 첨단기술협회가 수여하는 보도상 등을 받은 저자는 2004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패리스 힐튼의 섹스 비디오를 보다가 온통 에메랄드빛인 화면에서 기시감(旣視感)을 느낀다. 걸프전 당시 CNN을 통해 중계된 야간 전투 장면 역시 초록색이었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 저자는 조명 없는 어둠 속에서 군대의 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해 개발된 야간 투시 카메라가 섹스 비디오 촬영에 사용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전쟁과 포르노산업이 연결되는 또 다른 사례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패스트푸드 산업 역시 전쟁, 포르노 산업과 함께 현대 기술문명을 주도하는 한 축으로서 ‘부끄러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걸 깨닫고 이 책을 썼다. 문학동네, 432쪽, 1만7000원

    대처스타일 _ 박지향 지음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서울대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한 저자는 영국학 연구의 권위자로,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0년대 말 영국은 도처에 패배주의가 깊숙이 스며든 절망의 나라였다. 그런 나라를 다시 일으키고, 영국이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심어준 지도자가 바로 대처였다”고 말하는 그는 뿌리 깊은 불안에 시달렸던 대처의 유년기부터 세계적인 지도자로 발돋움한 장년기와 급작스러운 몰락에 이르기까지, 대처의 삶과 정치 역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저자에 따르면 대처는 ‘여흥은 죄악’이라고 여기는 독실한 감리교도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처럼 파티에 놀러갈 수 없었으며 밤에는 시험 보는 꿈을 꾸며 깊은 불안을 경험했다. 부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존경했던 철의 여인’이다. 김영사, 336쪽, 1만4000원

    독재자의 핸드북 _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알라스테어 스미스 지음, 이미숙 옮김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미국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이자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100대 글로벌 사상가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와 역시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인 알라스테어 스미스, 두 저자에 따르면 모든 권력자는 철저히 정치 규칙에 따라 행동한다. 이들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비결은 △권력 유지에 필요한 필수 집단은 최소의 규모로 유지한다 △대체 가능한 명목 선출인단은 최대 규모로 유지한다 △돈의 흐름을 통제한다 △필수 집단이 새 지도자를 찾아 헤매지 않을 정도만 보상하고 그 이상을 줘서는 안 된다 △국민을 잘살게 해주겠다고 지지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서는 안 된다 등 다섯 가지다. 저자들은 이 통치의 법칙을 알면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 대규모로 연합해 독재나 나쁜 통치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웅진지식하우스, 440쪽, 1만6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꽃 들여다보다 _ 기태완 지음, 푸른지식, 335쪽, 1만6500원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꽃과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유독 꽃과 나무를 좋아해 그 이름도 잘 모른 채 수많은 꽃과 나뭇잎의 채집표본을 만들기도 했다. 어린 시절 화단에 있던 채송화, 맨드라미, 봉선화, 다알리아, 칸나, 수국, 국화, 파초, 동백, 매화, 배롱나무, 능소화 등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조금 나이가 들면서 여러 해 동안 헌책방을 돌면서 여러 종의 식물도감을 사 모아 틈틈이 보고 또 보았다. 이런 버릇은 지금도 여전하다.

    대학 시절, 조선 초기의 원예서인 강희안의 ‘양화소록’과 일제강점기에 출간된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읽고 막연히 나도 이런 책을 써보리라 생각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에야 비로소 스스로에 대한 오랜 약속을 지키게 됐다.

    이 책은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애호됐던 꽃 27가지를 선정해 그것이 언제 우리 문화에 들어왔으며, 어떤 상징성을 갖게 됐는지 유래를 밝힌 것이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이 막연히 서양에서 들어온 꽃으로 알고 있는 수선화는 실은 송나라 때부터 문인들이 열렬히 애호하던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꽃으로서, 중국 북송의 시인 황정견의 시로 인해 황하 지류 낙수(洛水)의 신인 복비(宓妃)의 화신으로 상징화됐다. 우리나라 제주와 남해안에도 자생종이 있었지만, 수선화 문화는 주로 청나라를 통해 들어왔다. 이후 우리의 수많은 지식인에 의해 애완되면서 수백 편의 시문이 지어졌다. 이 책에서는 수선화에 대한 이러한 유래를 밝히면서, 더불어 수선화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수선화에서 보듯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꽃은 독자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다. 연꽃은 군자, 매화는 산림처사, 해당화는 술에 취한 미인, 복사꽃은 유토피아의 꽃, 모란은 꽃의 왕, 치자는 선사의 벗, 원추리는 어머니의 꽃, 옥잠화는 선녀가 잃어버린 비녀, 국화는 은자의 꽃, 버드나무는 이별의 나무, 대나무는 지절 있는 군자다. 이런 등등의 상징은 서양의 꽃말과는 전혀 상관없이 길게는 2000여 년, 짧게는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독자적인 것들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우리나라 꽃의 문화사이며, 동시에 내가 여러 곳으로 꽃을 찾아다니며 보고 느낀 바를 적은 보고서이기도 하다. 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거의 매년 남녘으로 꽃 탐방을 다녔다. 바로 엊그제도 함께 동양 고전을 강독하는 한국전통악무연구소 학우들, 그리고 여러 지인과 더불어 거제 지심도로 동백꽃을 보러 갔다 왔다. 올해의 첫 꽃 탐방이었다. 그 자리에서 여러분께서 이 책의 출간을 축하하며 춤과 노래로 작은 문화행사를 베풀어주었다. 나는 감사의 성의로 이 책을 그분들께 나눠 드렸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많은 분이 이 책을 읽고 우리 꽃과 나무를 더욱 사랑해주시기를 바란다.

    기태완│연세대 국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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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 투 스마트 _ 문휘창 지음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이제는 ‘사회의 이익을 위해 기업이 희생해야 한다’는 제로섬 게임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기업은 본질적으로 사회와 분리돼 있지 않다. 경영을 잘 하는 것과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하는 것은 별개가 아니다. 경쟁 우위와 사회적 이슈, 그 접점을 공략하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을 단계별로 분석해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기업 사회책임 활동 사례 중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지적해 기존의 CSR이 갖고 있던 한계를 밝혀내며, 결론적으로 기업이 사회책임 경영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소개한다. 부제는 ‘실리와 가치를 하나로 꿰뚫는 미래 경영 해법’이다. 레인메이커, 244쪽, 1만3000원

    아주 정상적인 악 _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신혜원 옮김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저자는 대학교수이자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사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범죄학자의 단체인 범죄학협회 회장을 지낸 그는 오랫동안 사람 뇌의 병적인 발달과 장애, 교육의 의미와 집단 영향 등에 대해 연구했다. 또 악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인성을 분석하고, 악의 파괴적 잠재력에 불을 붙이는 사회적 갈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모든 인간은 악을 품고 산다는 것. 저자가 소개하는 실험에 따르면, 24명의 지원자에게 임의로 ‘교도관’과 ‘수감자’ 역할을 맡긴 결과 놀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교도관은 공격적이고 거칠게 변했고, 수감자는 극도의 적대감과 공격성, 절망감, 자기 비하,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저자는 이런 사례 등을 근거로 범죄자와 비범죄자의 차이는 악이 표출됐느냐 그렇지 않으냐일 뿐이라고 한다. 지식의숲, 298쪽, 1만3500원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_ 혜문 지음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저자는 ‘문화재 제자리 찾기’모임의 대표로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실의궤 등을 환수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 창덕궁 앞에 일본식 석등이 놓여 있음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해 지난 2월 철거되도록 하는 등 끊임없이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문화에서 석등은 조명 도구가 아니라 사자(死者)의 영혼을 위로하거나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한 법구(法具)다. 따라서 일반적인 주거지나 궁궐에는 결코 놓이지 않는다. 게다가 창덕궁 앞 석등은 형태 면에서도 일본 신사 등에 놓인 것과 유사하다. 이처럼 문화재 전문가 못지않은 열정으로 전통문화를 연구해온 저자가 우리가 찾아와야 할 문화재를 소개하고, 환수한 문화재를 어떻게 대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밝혔다. 부제는 ‘다보탑의 돌사자는 어디로 갔을까’다. 작은숲, 256쪽, 1만4000원

    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사기영선 _ 사마천 지음, 정조 엮음, 노만수 옮김, 일빛, 805쪽, 3만8000원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동양을 읽는 첫 번째 코드 ‘사기’에 대한 로망은 10년 전부터 싹터 올랐다. 중국 고전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와 베이징에서 체류할 때 늘 중화서국판 사기를 들고 다녔다. 서울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면서도 사기를 번역하고픈 열망에 휩싸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주해서로 평가받는 한자오치(韓兆琦)의 사기를 완역하기에는 출판사들의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호학군주’이자 ‘불세출의 에디터’였던 정조의 ‘사기영선(史記英選)’을 몇 년 전부터 번역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 선조 중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가장 뜨거웠던 군주가 방대한 분량의 역사서 중 ‘뛰어난 작품만을 가려 뽑은(英選)’ 판본이다.

    정조는 1795년 ‘동양사서의 양대 산맥’인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에서 배우는 자와 벼슬아치의 사표로 삼을 만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 백미(사기 27편, 한서 8편)만을 가려 뽑은 뒤, 정약용과 박제가에게 교정·교감을 보게 하고, 다산에게 명해 영의정 채제공에게 책제목을 받아오게 해 1797년 편찬했다. 정조는 이 책을 통해 소통·의로움·노블레스 오블리주·사람 됨됨이·공정성의 본보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간언의 대명사 격인 굴원과 악의와 원앙과 역이기와 육고를 충신의 거울로 삼고, 도덕적 정신주의가 드높았던 백이와 숙제, 청백리 급암, 명재상 소하와 안영을 높이 산 까닭이다. 당시 천대받던 장사치들의 전기인 ‘화식열전’을 포함시킨 까닭은 화식(貨殖·부의 증식)이 왕도정치의 일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리라. 의로움을 으뜸으로 치던 정조는 이렇게 사회지도층과 성공한 이들이 앞장서 사회공동체 구성원이 동의하는 의로움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공익의 추구이고, 공익이 실현돼야만 사회통합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통치철학을 사기영선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10대 중반부터 사마천을 공부한 연암 박지원은 동양에서 가장 빼어난 문장가로 사마천과 장자를 들며,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린아이가 나비를 잡는 광경을 보면 사마천의 마음을 알 수 있사외다. 앞다리는 반쯤 꿇고 뒷다리는 비스듬히 발꿈치를 들고서는 … 살금살금 다가가 잡을까 말까 주저하는 순간, 나비는 그만 싹 날아가버리외다. 사방을 돌아봐도 아무도 없자 씩 웃고 나서 부끄럽기도 하고 분(憤)이 나기도 하나니, 이것이 바로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이외다.”

    잡았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날아가버리는 그 나비(사기)의 날개가 미울지라도, 나비는 어린아이(독자)에게 다시 수많은 생각의 날개를 준다는 게 사마천의 마음이었다는 게 아닐까? 나비(사기)를 쫓아다니는 것이란 이렇듯 미묘하고, 설레고, 즐겁고, 보람차기에 정조는 사기를 읽으면서 너무 안달복달하지 말고 그 뛰어난 백미부터 먼저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정조가 후세 독자들에게 ‘나비 한 마리(사기영선)’를 잡아준 셈이다.

    노만수│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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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_ 이언 레슬리 지음, 김옥진 옮김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미국의 심리학자 벨라 드폴로가 일반인 147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평균 1.5회씩 거짓말을 한다. 또 다른 연구자 로버트 펠드먼에 따르면 첫 만남에서도 10분 만에 거짓말을 세 번이나 한다. 영국 출신의 저술가인 저자는 뇌과학, 심리학, 철학, 역사, 문학 등 수많은 영역을 넘나들며 ‘거짓말’에 대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가 거짓말을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거짓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저자에 따르면 한 살 미만의 갓난아이조차 엄마를 속이는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네 살배기의 95%가 거짓말을 한다. 저자의 주장은 “거짓말은 본성의 왜곡이 아니라 핵심”이라는 것. 나아가 거짓말이 인간 종(種)의 진화를 이끌었다고 말한다. 북로드, 367쪽, 1만6000원

    자유의 역사 _ 크리스 스튜어트·테드 스튜어트 지음, 박홍경 옮김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우리는 태초부터 자유로웠는가. 이 책의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자유가 천부인권으로 인식된 것은 약 250년, 그 믿음이 실현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자유를 우리 손에 쥐어준 건 하늘의 숭고한 뜻이 아닌, 셀 수도 없을 만큼 무수한 목숨의 희생, 피비린내로 얼룩진 투쟁이었다.”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7개 사건, 즉 아시리아와 유다 왕국의 전쟁, 투르-푸아티에 전투, 몽골 제국의 유럽 침공 등에 대해 소개·분석하면서 저자들은 “앞으로 200~300년 후 한 역사학자는 인류에서 … 지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100년 혹은 200년 동안 자유를 누렸는데, 이는 … 역사학적으로 진기한 사건이라고 기록할지 모른다”며 오늘의 자유를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문, 462쪽, 1만9500원

    그래도 원자력이다 _ 이정훈 지음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를 다룬 책.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로 ‘한국의 핵주권’ 등을 펴낸 저자는 ‘후쿠시마 사고’를 ‘천재지변에 인재(人災)가 보태진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현대 과학기술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한다. “전기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공포에 젖어 원자력을 버리자고 할 것이 아니라 원자력의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안보와 안전을 책임진 사람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생각해 대처하라(Think the Unthinkable)’는 명제를 따라야 한다며, 영화 ‘아바타’에서 거대한 새 투르크 막토를 제어한 주인공이 나비족의 리더가 되듯, 강력한 불 원자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강국이 된다고 강조한다. 북쏠레, 274쪽, 1만28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십대를 위한 재미있는 어휘 교과서 _ 서보건 지음, 뜨인돌, 224쪽, 1만1000원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지난해 초의 일이다. 명문대를 갓 졸업한 인턴 직원 면접을 봤는데, 놀랍게도 ‘복지부동(伏地不動)’의 뜻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읍참마속(泣斬馬謖)’을 가리켜, “아, 저 그 말 알아요! 김유신 장군이 말의 목을 벤 거잖아요”라 하는 것 아닌가. 청소년에게 시사상식 어휘를 쉽게 익히도록 할 책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위 사례에서 드러나듯, 이 시대 청소년과 대학생의 전반적인 국어 어휘력은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영어 열풍 아래, 영어 교육은 다들 열심히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국어 교육에는 소홀했던 탓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중고교 한 학급에도 대학생용 학술서적을 줄줄 읽는 소수의 학생이 있는 반면, 게임과 만화책에만 빠져 있는 학생이 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어 어휘력은 그렇게 소홀히 다룰 게 아니다. ‘어휘력이 모든 공부의 기본’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어휘력은 입시 공부뿐 아니라 졸업 이후의 사회적 성취에도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대학입시뿐 아니라 취업과 승진에도 논술과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휘력을 키우려면 어휘사전을 갖다놓고 꾸역꾸역 외우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그보다 자연스레 책을 접하면서 문장 속에서의 쓰임새를 익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청소년용 어휘·시사상식 책은 대부분 사전식 설명에 치우치거나 내용이 부실한 약점이 있었다. ‘십대를 위한 재미있는 어휘 교과서’ 1·2권은 이런 배경에서 태어났다.

    이 책은 단순한 어휘 사전이 아니다. 중·고등학생의 필수 어휘들을 실마리로 삼아 역사·과학·경제·사회·문화·예술·철학에 이르기까지 온갖 다양한 영역의 이야기를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것이다.

    요즘은 스티브 잡스 등 외국 유명 IT기업 CEO처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할 줄 아는 ‘통섭형’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 아닌가. 청소년을 인문계·이공계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적 사고력을 가진 인재로 키우고자 한다면 이 책이 적절한 처방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쉽게 지루해하는 청소년의 입맛에 맞게 각 어휘 설명은 핵심을 압축해 1장 이내로 했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다음 어휘로 연결되는 방식을 통해 재미와 지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목표를 두었다. 그 덕에 지난해 출간된 1권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에서 올해의 책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각종 외고·특목고에서도 추천도서로 지정된 바 있다. 그리고 1권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얼마 전 2권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독자 중에서 우리 사회 각 분야를 이끌 통섭형 인재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원한다.

    서보건│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실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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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한말의 서양정치학 수용 연구 _ 김학준 지음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고조선부터 구한말까지 우리 역사에 등장한 정치가와 사상가를 총망라해 서양정치학이 우리나라에 정착되는 배경을 설명한 책.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보정석좌교수인 저자는 정도전과 홍대용 등 우리 역사의 주요 정치사상가와 서양 학자들을 학문적으로 비교하고, 유길준ㆍ안국선ㆍ이승만 등을 통해 서양정치학이 수용되는 과정을 밝힌다. 미국 유학파인 이승만의 박사학위 논문과 그가 쓴 ‘독립정신’‘옥중잡기’, 단행본 ‘일본내막기’ 등을 통해 정치학에 대한 신념을 확인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나라의 정치학은 개혁주의적 운동가들 또는 혁명가들의 구국적 정열에서 출발했다는 명예로운 전통을 지녔다. … 정치개혁과 구국의 방도를 … 찾겠다는 애국적 사명감에서 우리나라 정치학은 비롯됐던 것”이라고 밝힌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692쪽, 3만8000원

    소설가의 여행법 _ 함정임 지음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뒤 소설·에세이 집필과 번역, 대학 강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지난 2년간 ‘신동아’에 문학 기행 에세이 ‘함정임의 핫 픽션 터치’를 연재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고향인 그리스 에게 해 크레타 섬,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가 태어난 프랑스 파리,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의 배경인 뉴욕 월스트리트 등 명작 소설 속 장소를 직접 찾아가 문학과 공간에 대한 작가로서의 사유를 기록한 글이다. “보통 사람들이 친구를 붙잡고 … 위로받는다면, 나는 서가든 묘지든, 작가들을 찾는다”고 말하는 저자가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아프리카 케냐와 독일의 베를린, 한국의 강화도까지 넘나들며 기록한 여행기를 통해 60여 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예담, 356쪽, 1만5000원

    나는 내일이면 이 남자를 떠날 것이다 _ 이옥진 지음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1991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옥진 시인의 첫 장편소설. 명예욕이 강하고 일에 집착하며 불륜까지 저지르는 남편 때문에 고민하던 대학교수 다린은 프랑스 파리에서 옛 애인 철진과 재회한다. 다린의 친구이자 소설가인 혜빈은 유부남 시인 정호에 대한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갈등한다. 두 주인공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 “‘나는 내일이면 이 남자를 떠날 것이다’라고 속으로 되뇌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그 삶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그릇에 다시 담을 수 없어. 내 인생이 이렇게 흐른 것을 슬퍼하거나 후회하지는 않겠어. 이제부터야. 나는 내 삶의 주체가 되는 거야’”라는 부분에서 소설 제목이 나왔다. 작가는 기존에 ‘절벽 위의 붉은 흙’ ‘그곳에 내 집이 있었네’ 등의 시집을 냈다. 문학사상, 263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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