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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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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사기영선 _ 사마천 지음, 정조 엮음, 노만수 옮김, 일빛, 805쪽, 3만8000원

시장은 정의로운가 外
동양을 읽는 첫 번째 코드 ‘사기’에 대한 로망은 10년 전부터 싹터 올랐다. 중국 고전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와 베이징에서 체류할 때 늘 중화서국판 사기를 들고 다녔다. 서울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면서도 사기를 번역하고픈 열망에 휩싸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주해서로 평가받는 한자오치(韓兆琦)의 사기를 완역하기에는 출판사들의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호학군주’이자 ‘불세출의 에디터’였던 정조의 ‘사기영선(史記英選)’을 몇 년 전부터 번역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 선조 중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가장 뜨거웠던 군주가 방대한 분량의 역사서 중 ‘뛰어난 작품만을 가려 뽑은(英選)’ 판본이다.

정조는 1795년 ‘동양사서의 양대 산맥’인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에서 배우는 자와 벼슬아치의 사표로 삼을 만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 백미(사기 27편, 한서 8편)만을 가려 뽑은 뒤, 정약용과 박제가에게 교정·교감을 보게 하고, 다산에게 명해 영의정 채제공에게 책제목을 받아오게 해 1797년 편찬했다. 정조는 이 책을 통해 소통·의로움·노블레스 오블리주·사람 됨됨이·공정성의 본보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간언의 대명사 격인 굴원과 악의와 원앙과 역이기와 육고를 충신의 거울로 삼고, 도덕적 정신주의가 드높았던 백이와 숙제, 청백리 급암, 명재상 소하와 안영을 높이 산 까닭이다. 당시 천대받던 장사치들의 전기인 ‘화식열전’을 포함시킨 까닭은 화식(貨殖·부의 증식)이 왕도정치의 일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리라. 의로움을 으뜸으로 치던 정조는 이렇게 사회지도층과 성공한 이들이 앞장서 사회공동체 구성원이 동의하는 의로움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공익의 추구이고, 공익이 실현돼야만 사회통합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통치철학을 사기영선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10대 중반부터 사마천을 공부한 연암 박지원은 동양에서 가장 빼어난 문장가로 사마천과 장자를 들며,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린아이가 나비를 잡는 광경을 보면 사마천의 마음을 알 수 있사외다. 앞다리는 반쯤 꿇고 뒷다리는 비스듬히 발꿈치를 들고서는 … 살금살금 다가가 잡을까 말까 주저하는 순간, 나비는 그만 싹 날아가버리외다. 사방을 돌아봐도 아무도 없자 씩 웃고 나서 부끄럽기도 하고 분(憤)이 나기도 하나니, 이것이 바로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이외다.”

잡았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날아가버리는 그 나비(사기)의 날개가 미울지라도, 나비는 어린아이(독자)에게 다시 수많은 생각의 날개를 준다는 게 사마천의 마음이었다는 게 아닐까? 나비(사기)를 쫓아다니는 것이란 이렇듯 미묘하고, 설레고, 즐겁고, 보람차기에 정조는 사기를 읽으면서 너무 안달복달하지 말고 그 뛰어난 백미부터 먼저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정조가 후세 독자들에게 ‘나비 한 마리(사기영선)’를 잡아준 셈이다.

노만수│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부 초빙교수│

New Books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_ 이언 레슬리 지음, 김옥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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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학자 벨라 드폴로가 일반인 147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평균 1.5회씩 거짓말을 한다. 또 다른 연구자 로버트 펠드먼에 따르면 첫 만남에서도 10분 만에 거짓말을 세 번이나 한다. 영국 출신의 저술가인 저자는 뇌과학, 심리학, 철학, 역사, 문학 등 수많은 영역을 넘나들며 ‘거짓말’에 대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가 거짓말을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거짓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저자에 따르면 한 살 미만의 갓난아이조차 엄마를 속이는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네 살배기의 95%가 거짓말을 한다. 저자의 주장은 “거짓말은 본성의 왜곡이 아니라 핵심”이라는 것. 나아가 거짓말이 인간 종(種)의 진화를 이끌었다고 말한다. 북로드, 367쪽, 1만6000원

자유의 역사 _ 크리스 스튜어트·테드 스튜어트 지음, 박홍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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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초부터 자유로웠는가. 이 책의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자유가 천부인권으로 인식된 것은 약 250년, 그 믿음이 실현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자유를 우리 손에 쥐어준 건 하늘의 숭고한 뜻이 아닌, 셀 수도 없을 만큼 무수한 목숨의 희생, 피비린내로 얼룩진 투쟁이었다.”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7개 사건, 즉 아시리아와 유다 왕국의 전쟁, 투르-푸아티에 전투, 몽골 제국의 유럽 침공 등에 대해 소개·분석하면서 저자들은 “앞으로 200~300년 후 한 역사학자는 인류에서 … 지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100년 혹은 200년 동안 자유를 누렸는데, 이는 … 역사학적으로 진기한 사건이라고 기록할지 모른다”며 오늘의 자유를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문, 462쪽, 1만9500원

그래도 원자력이다 _ 이정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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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를 다룬 책.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로 ‘한국의 핵주권’ 등을 펴낸 저자는 ‘후쿠시마 사고’를 ‘천재지변에 인재(人災)가 보태진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현대 과학기술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한다. “전기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공포에 젖어 원자력을 버리자고 할 것이 아니라 원자력의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안보와 안전을 책임진 사람들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생각해 대처하라(Think the Unthinkable)’는 명제를 따라야 한다며, 영화 ‘아바타’에서 거대한 새 투르크 막토를 제어한 주인공이 나비족의 리더가 되듯, 강력한 불 원자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강국이 된다고 강조한다. 북쏠레, 274쪽,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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