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매년 900명가량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희생되고 있다. 뉴델리 같은 대도시에서도 명예 살인 관습이 근절되지 않았다. 작은 마을에서는 원로들이 가족 동의 없이 결혼 상대를 직접 고른 커플에 대해 가족으로 하여금 살해토록 하기도 한다. 특히 인도 북부지역의 펀자브 주는 명예 살인이 빈번하기로 유명하다. 명예 살인이 사회문제가 되자 명예 살인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내용의 입법이 인도에서 추진되고 있다. 법무부와 내무부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정부의 한 위원회가 현행 형법에 명예 살인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면서 특별법안을 마련했다. 법안에 따르면 가족으로부터 명예 살인 위협을 받는 커플은 피난처를 제공받게 되고 명예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강한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입법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겪고 있다. 인도 북부지역의 원로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수천 년간 내려온 관습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다 명예 살인도 ‘살인’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반발이다.
2005년 아프가니스탄 서부도시 헤라트에서는 사랑을 모티프로 한 시집을 냈다는 이유로 여류 시인 라디아 안주만(당시 25세)이 남편에게 맞아 죽었다. 시는 문학계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시인은 죄인이 된 것이다. 그녀의 남편과 가족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으로서 공개적으로 ‘사랑과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집을 낸 라디아로 인해 가문의 명예가 더럽혀졌다고 여겼다. ‘남녀간 사랑’ 같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간통과 거의 동급으로 파악한 것이다. 결국 남편에 의해 라디아는 명예 살인됐다. 당시 취재차 방문한 헤라트 경찰서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남편은 두 달 동안 감옥에 있다 재판을 받은 뒤 초범이라는 이유로 풀려났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법정은 명예 살인에 관대하다. 헤라트 고등법원에서 만난 나시르 하뮨 판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명예 살인은 전통적인 관습이라 법원이 중형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필자가 “만약 라디아의 남편이 두 번째 아내도 명예 살인하면 얼마나 복역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길어야 6개월이다. 20년 판사 생활에 6개월이 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법원은 명예 살인과 일반 살인을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 하뮨 판사는 “죽은 사람이 간통을 했다든지 가족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것을 피고인이 증언하면 법원에서는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이의 증언을 참고한다는 판사의 말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듯 아프가니스탄에서 명예 살인은 법의 관대함을 등에 업고 대를 잇고 있다. 죽은 라디아의 시집 ‘어두운 꽃(Dark flower)’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담겨 있다.
“나는 우울과 슬픔에 잠긴 채 새장에 갇혀 있다. 내 날개는 접혀 날 수 없다. 나는 고통 속에 울부짖는 아프가니스탄 여인이다.”
요르단은 중동에서 개방적인 나라로 손꼽힌다. 여성도 투표할 권리가 있으며 남성과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 캠퍼스에서 여대생이 마음껏 활보하고 다닐 만큼 성차별이 상대적으로 적다. 아프가니스탄에 비하면 문명국 같은 이 나라도 명예 살인에 대한 처벌이 6개월 이하 징역형이다. 요르단 형법 340조는 ‘아내나 여자형제 또는 친척 여성이 간음하는 현장을 목격해 살해했을 경우에는 면죄 또는 감형을 받는다’고 규정한다. 1999년부터 법률 개정 시도가 끊이지 않지만, 개정안이 아직도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딸과 아내를 살인하더라도 명예 살인이라고 증언하면 곧 풀려난다. 이처럼 법이 명예 살인에 관대하다보니 악습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요르단, 시리아, 모로코는 현재 법적으로 명예 살인에 관대하다. 파키스탄, 터키, 이집트 등은 법으로는 엄히 처벌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의 조선 시대에도 명예 살인 비슷한 게 있었다. 가문의 명예를 훼손한 여성에게 자결을 권유하지 않았던가.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도 20세기 후반까지 남편이 간통한 부인을 살인하는 관습이 일부지만 남아 있었다. 명예 살인이 일어나는 나라는 한국의 조선 왕조 때 같은 세상을 사는 셈이다.
미녀 앵커의 죽음

이슬람 국가마다 여성이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 샤리아를 믿는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엄격하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히잡, 니캅, 부르카, 차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