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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조양호 회장, 급유시설 사내이사 등록 후 3년간 출근 안 하고 연봉 1억~1억5000만 원씩 받아가”

인천공항급유시설㈜과 대한항공 논란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조양호 회장, 급유시설 사내이사 등록 후 3년간 출근 안 하고 연봉 1억~1억5000만 원씩 받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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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사회와 주총에도 한 번도 안 나와
  • ● 연간 9억 기부금, 한진 계열 기관에 집중
  • ● 매년 수십억 순이익…청와대·정부 민영화 추진
  • ● 노조 “알짜 공기업 특정 재벌에 넘겨주기”
“조양호 회장, 급유시설 사내이사 등록 후 3년간 출근 안 하고 연봉 1억~1억5000만 원씩 받아가”

인천공항급유시설㈜ 전경.

인천국제공항에 기항하는 항공기에 대한 급유는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이 독점하고 있다. 급유시설은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지분율 61.5%), 인천국제공항공사(34%), 정유회사가 2001년 설립한 회사로, 매년 60억~70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급유시설을 주도적으로 경영해왔는데 지분율에 의해 수익이 배당되므로 지난 11년 동안 알토란 같은 이익을 챙겼다.

급유시설은 2012년 8월 13일 민간 운영기간 종료로 정부에 기부채납될 예정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나왔다. 국내 민자시설 중 거의 유일하게 고수익을 내는 기업이므로 공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당초엔 우세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청와대와 정부는 최근 급유시설 운영권의 민영화 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측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 측이 그간 공공재인 급유시설을 자기 쌈짓돈처럼 운영해왔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민영화 추진에 대해서도 “사실상 특정 재벌인 대한항공에 넘겨주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국제공항 및 KTX 황금노선의 민영화 시도 등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국민 정서를 자극해왔다. 특히 급유시설은 인천국제공항이 존속하는 한 거의 영구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유망 공기업. 이런 회사의 특혜 민영화 논란은 자칫 휘발성 강한 사안으로 비화될 수 있다. 노조, 정부, 대한항공-급유시설 측 이야기를 취재해봤다.

김만기 급유시설 노조위원장은 ‘신동아’에 “대한항공의 오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04년 10월부터 현재까지 급유시설의 사내이사 또는 이사로 재임하는 동안 매년 1억~1억50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타갔다. 그러나 나는 조 회장이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조 회장은 등기이사면서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이사회와 주총에도 안 왔다”고 덧붙였다.



급유시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2004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이 회사의 ‘이사’로,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었다.

2009년 2월부터 시행된 상법에서는 주식회사의 이사를 사내이사, 사외이사, 비상무이사로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구분하는 주된 기준은 회사의 상무(常務)에 종사하는지 여부가 된다. 사외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 않고 이사회에만 출석해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이사를 의미한다. 사내이사는 회사에 상시적으로 출근(상근)하면서 회사의 업무(영업)에 참여하고 이사회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하는 이사를 지칭한다.

“이해가 안 된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3년여 동안 급유시설에 사내이사로 등기만 해둔 채 회사에 출근하거나 이사회에 참석하지도 않으면서 연봉 1억~1억5000만 원을 타갔다. 또한 조 회장은 2004년 10월부터 현재까지 7~8년여 동안 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만 하고 이사회에는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같은 연봉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사내이사로 등기돼 고액연봉을 받아가면 응당 회사에 출근해 일해야 하고 이사회에도 책임감 있게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급유시설에는 조 회장 외에 대한항공 측에서 온 임원이 두 명 더 있다. 이 중 강모 급유시설 대표이사는 대한항공 본부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조양호 회장은 왜 급유시설의 이사가 됐나?

“나도 그게 궁금해 회사에 질의했는데 답변을 안 하더라. 설명을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 조 회장의 담당업무는 무엇인가?

“책임경영이라고 들었다.”

▼ 대한항공 본부장급이 급유시설의 대표이사이고 조 회장이 급유시설의 이사인 건 조금 어색해 보이는데….

“그럴 것이다.”

▼ 사내이사는 꼭 상근해야 하나?

“회사에 출근해 일해야 하는 거다. 주기적으로 오셔야지. 매일 출근하는 것까지 강제하지는 않지만 자주 와서 회사 업무가 진행되는 것을 봐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 사내이사로 이름만 걸어둔 것으로 볼 여지는?

“용돈 드리는 듯이 드리는 것일 수도 있고. 보는 관점에 따라 틀리겠지만. 전반적으로 조회장이 모든 부분을 컨트롤 한다는 책임경영. 나는 이해가 안 되지만.”

▼ 급유시설의 강 대표는 매일 출근하나?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오는 것 같다. 출장 있으면 못 오고.”

▼ 출근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나?

“그건 아니다. 여기 안 올 땐 서울 대한항공 본사에서 일 보는 것 같더라.”

▼ 급유시설은 매출규모가 크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 인프라(국정원 관리대상)인데 회사 수장이 가끔씩 출근해도 문제가 없나.

“나는 이해가 안 된다. 대표가 상근하면서 모든 회사 일을 세워나가야 하는데 그걸 안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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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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