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다들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고 선진국이 됐다고 하는데 정작 그런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지금 행복하지 않고 미래가 불안하다. 이제 국가가 부강해지는 것은 이만하면 됐으니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대통령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기대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다음 대통령은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대선에 대한 서민과 중산층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그 어떤 정파의 대통령을 뽑아도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당면 현실에 대한 희망과 비전이 안 보이는 까닭이다. 우리 국민은 지금껏 새로운 대통령에게,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걸어왔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큰 법. 우리 국민은 이제 대통령에게 기대와 희망을 걸기에 주저한다. 실망이 크면 감정 손실이 크고 정치 전반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우리 사회가 절실하게 원한 문제들은 시대마다 달랐다. 경제성장, 군부독재 청산, 민주화 등등, 이런 화두를 가지고 그런 주장을 하는 대통령을 선출했다. 우리는 화두의 현실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했다. 사실 선거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려면 패자가 승자의 정견과 정책에 박수를 쳐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선거에 지고도 왜 승복하지 못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통령이 패자를 다독이며 이해시키고 설득하지 못한 탓이 크다.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나선 사람 대부분이 서민 경제를 살리고 복지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제 국민의 행복을 위해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게 잘되어야 기업과 사회의 지속적 성장도 가능해진다. 어떤 제도이든지 바꾸는 데에는 항상 기득권층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재원 확충의 문제도 있고 이해관계인의 충돌도 심하다. 새로운 대통령은 기득권층으로부터 자신이 가진 권리를 양보하게 할 수 있는 설득력과 소통능력을 가져야 한다. 입으로만 복지를 외칠 게 아니라 먼저 구체적인 재원 마련 플랜부터 설명해야 한다. 재원 마련에 국민 부담이 더 따른다면 무릎을 꿇고라도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정당 간의 다툼뿐 아니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을 서로 융화시키고 중재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갖춰야 한다.
오강국<br>1968년생 LG그룹 계열사 팀장
감동은 진실성과 성실함, 겸손함의 토대 위에서 피는 한 떨기 꽃이다. 비록 피고 또 지더라도 역사는 그런 감동의 꽃을 먹고 발전한다. 국민이 당장 알면 큰 파국이 일까봐 바로 알려주지 못했던 사안이라도 시일이 흘러 적당한 때가 되면 이러저러해서 당시에는 말을 못했고 그 결과는 어떠했다고 속 시원히 설명해주는 대통령, 정책적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야당에 도움의 손길을 뻗는 그런 유연한 태도의 대통령을 나는 정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