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청춘’을 믿고 따르게 해달라!

  • 입력2012-06-21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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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새 대학 졸업반이 되었다. 대학교 4학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기는 만만치 않다. 4월 11일 생애 첫 선거를 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투표하면서 드디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었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내가 진정 한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도 들었다. 어쩌면 그건 내가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어르신들은 이런 나를 보고 ‘청춘’이란다. ‘청춘’을 향한 그들의 조언은 참 다르다. “흔들리고 불안한 것이 당연한 시기”라며 위로하고, “마음껏 도전해보라”며 희망과 용기를 주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잡아 돈도 잘 벌면서 ‘별 탈 없이’(라고 쓰고 ‘일탈 없이’라고 읽는다) 살 것을 권한다. 이런 모순된 기대 속에 나를 포함한 ‘청춘’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찾는 데 혼란을 겪는다.

    힘듦을 느끼지만 정확하게 무엇이 그 힘듦의 원인인지 손에 잡히지 않는 청춘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지도자인 대통령의 역할이다. 내가 바라는 대통령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신뢰와 비전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을 믿고 한번 해보면 실패는 하지 않겠다, 나아가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나를 일으켜줄 것 같다’는 신뢰를 주는 사람 말이다. 종종 그 신뢰는 청춘들이 행하는 도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말로만 도전을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청춘들에게 도전의 목표가 될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 이런 역할을 대통령이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다가올 내 미래가 기다려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신뢰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맡긴 후에 대통령의 결정을 그냥 무조건 따르기 위해선 아니다. 신뢰의 출발은 바로 소통이다. 이번 4·11 총선에서 ‘청년’은 그야말로 핵심 키워드였다. 너도나도 청년층을 위한 공약을 내세웠고 또 청년인 대표들이 직접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이 직접 대표로 나선다고 해서 청년이 원하는 바가 정확하게 정치에 반영된다는 보장도 없다.

    중요한 것은 소통과 그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의지다. 선거를 전후해 반값 등록금, 대학생 주거 공간 마련, 창업자금 지원 등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그것이 구현되도록 하기 위해 항상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듣고 그것을 계속해서 반영해나가며,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경우 제3의 대안을 찾으려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좋겠다. 선거철에만 얼굴을 볼 수 있는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대통령, 우리를 ‘표’가 아니라 ‘사람’으로 보는 대통령이길 바란다.



    나는 대학생이지만, 앞서 말한 나의 희망사항이 비단 대학생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학생 이외에도, 쉴 새 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특정한 하나의 삶만을 기준으로 삼고 국정을 운영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을 모두 존중해주고 또 감싸 안아줄 수 있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저마다의 삶을 꿋꿋이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포용해줄 때 비로소‘사회 통합’도 가능하지 않을까.

    ‘청춘’을 믿고 따르게 해달라!

    박하정<br>1990년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4학년

    대통령은 이렇듯 사회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국가적 통합의 상징이면서도, 정당을 대표하는 정파성도 지닌다. 자칫 그 역할이 애매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가 상충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그 과정에서 애매한 중립성의 줄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공정함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뒤늦게야 솔직하게 고백한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여당에서는 A 후보, 야당에서는 B 후보, 또 다른 곳에서 C 후보, D 후보….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질 때, 그 가운데에서 ‘누가 되었으면 좋겠다’‘누가 더 낫다’는 생각은 자주 했다. 그러나‘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대통령 상(像)을 그려본 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 내 생애 두 번째 투표가 될 12월 대선에서 ‘나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해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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