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를 통해 밝힌 ‘나의 소원’이다. 김구 선생은 이 글을 통해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바랐다. 그가 염원한 아름다운 나라는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막강한 나라가 아니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에게 넘치는 것들을 나누고 희생과 손해를 감수하는 미덕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 서로 배려하고 보듬으며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였다. 그는 이런 나라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문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필자가 ‘내가 바라는 대통령’을 논하기에 앞서 새삼 김구 선생의 말을 끄집어낸 것은 나 역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키워드가 문화라고 여기는 까닭이다. 그냥 문화가 아닌 ‘건강한 문화’ 말이다.
건강한 문화는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경제를 살리는 구심점 노릇을 한다. 김구 선생이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지역갈등과 소통의 부재, 부의 양극화와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피할 수 없는 이러한 난제를 무슨 수로 해결할까. 빵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주면 원성이 그칠까.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들은 다음 날 더 많은 빵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며 더 이상 스스로 빵을 구하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빵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뭘까. 바로 내일을 향한 꿈과 희망이다. 꿈과 희망이 없는 사람은 삶이 즐거울 리 없다. 꿈과 희망은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게 만드는 삶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꿈과 희망을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이 문화를 활용하는 것이다. 건강한 문화는 진취적인 기상과 박애정신, 인도주의, 도덕의 중요성을 자각하게 한다. 대공황으로 혼란에 빠진 미국을 구한 것도 문화의 힘이었다. 배우 존 웨인이 뿌연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내달리는 서부영화와 지구를 구하는 ‘슈퍼맨’을 보며 삶의 지표와 정체성을 되찾은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르며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세계 곳곳에서 출렁인 붉은 물결과 이를 통해 이뤄낸 4강 신화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온 국민이 세대나 지역 간의 장벽을 허물고 한마음으로 응원한 2002년 월드컵은 우리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교훈과 두고두고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남을 특별한 추억을 안겨줬다.
어디 그뿐인가. 한류 드라마와 케이팝(K-POP)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물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제 세계인은 한국을 더 이상 변방의 작은 나라로 여기지 않는다. 알고 싶고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인식한다. 어떤 위정자나 지도자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이룩한 문화의 공로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의 대중문화가 병들어가고 있다. TV를 틀면 불륜과 폭력, 배신과 갈등으로 점철된 막장 드라마가 판친다. 사랑과 이혼을 가벼이 여기고, 불륜과 폭력이 난무하는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
최불암<br>1940년생 탤런트
그러려면 국민의 삶에 지표가 될 만한 정책을 내놓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철학이 있고 인문학을 중시하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우리의 삶은 빵만으로 풍요로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미래를 위한 희망과 비전이 빵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대통령이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