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복잡한 길일수록 돌아가라지 않던가. 문제가 복잡할수록 ‘기본에 충실한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산적한 문제를 의외로 쉽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먼저 정치가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민생과 괴리된 정쟁을 하느라 입법 활동이 지체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소모적인 정쟁이 아닌 생산적인 토론을 통한 효과적인 입법 활동을 하는 정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에 판단의 기준을 두고 의사 결정을 해주었으면 한다. 기준이 명확해야 판단의 근거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정책의 효과도 커진다. 헌법 정신의 내용은 헌법 전문을 보면 잘 나와 있다. 무조건적으로 사회 통합만을 외치기보다는, 헌법 정신에 기준을 두고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대내적으로 복잡한 사회·경제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통령이라면 좋겠다. 내 생각에 이러한 문제의 원인, 그 근원에는 바로 교육, 더 좁혀서 이야기하자면 대학입시가 있다. 대입 때문에 가계 소비 내에 사교육비 비중이 높아지고,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인해 가계 지출이 비정상적으로 왜곡된다. 이는 국가 경제 측면에서 ‘제로섬 게임’에 과도한 자원이 투여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과도한 대입 부담 때문에 학생은 학교에서 균형 잡힌 교육을 통해 시민으로 소양을 쌓기보다, 사교육을 중심으로 한 편식적인 공부에 집중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 교육은 주거에도 영향을 주어 학군이 부동산 가격에 과도한 영향을 끼치고 이로 인해 주거비가 과도하게 상승하고 특정 주거지만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져 수도권 집중 문제가 심각해진다. ‘학군’ 문제 때문에 주거의 고정화가 일어나 직장인의 통근 거리가 늘어나는데, 이는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는 지방에 위치한 주요 국립대학교에 획기적인 투자를 해 이들의 교육 서비스 및 시설을 서울대학교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또한 국립·사립 가릴 것 없이 대입 전형에 ‘지역 및 계층 균형 선발’ 인원을 전체 모집 인원의 절반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에도 큰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통령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줄 알았으면 한다. 사람은 그리 합리적이지도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할 수도 없다. ‘남이 나처럼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설교하기보다는, 왜 그런 상황에 빠졌고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한 후 상황에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했으면 한다. 이런 태도를 가져야만 예산만 많이 쓰고 효과는 작은 명목적인 정책이 아닌, 적은 예산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실효적인 정책이 입안되고 집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혁<br>1966년생 고려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