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헤어스타일, 남대문표 점퍼…따라 하고 싶은 대통령

  • 입력2012-06-21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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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스타일, 남대문표 점퍼…따라 하고 싶은 대통령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어릴 적 자신의 장래 희망이 ‘이순신 장군 같은 대통령’이라고 말하던 친구를 만났다. 자신이 했던 이야기가 동창회 자리에서 회자되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그랬던가? 지금은 회사 내의 팀원들 이끌 리더십도 벅차다고.”

    이순신 장군이 대통령이었으면 더욱 강대한 대한민국이 되었을 것이고, 결국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녀석의 주장은 어린 우리에게는 꽤나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런 대통령을 꿈꾸며 학생회를 이끌겠다던 친구는 전교어린이회장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의욕 넘치는 그 학생회장이 학교생활에 뾰족한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연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키고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이 환생해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 운명을 바꿀 만한 만인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대통령 퇴임 후 지금처럼 ‘국가를 구한 영웅’이라며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에 동상을 세울 수 있었을까.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그의 퇴임 후 역사가 내린다. 물론 임기 동안 눈에 보이는 발전상과 현안을 펼쳐보이며 국민을 선동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적 인기에만 집착해 임기응변 정책으로 순간의 비난을 면하는 대통령인지, 당장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다른 정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역사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세우는 대통령인지는 한 세기가 지난 다음 분명 역사의 심판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바라는 대통령’은 한마디로 콜로세움을 바라볼 줄 아는 대통령이다. 오랜 세월 로마의 중심부에서 거대한 철옹성으로 자리 잡은 이탈리아의 상징 콜로세움은 살인과 폭력으로 물든 격투경기장, 그리스도교도 박해 등의 역사적 사실 때문에 비난도 받고 있다. 그러나 권력이 바뀔 때마다 이전 시대의 잔재라며 ‘척결 대상’이 되지 않았다. 새로운 시대 고유한 동반자로서 그 구실도 해왔다. 그 덕분에 현재 콜로세움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를 이처럼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대통령을 바란다.

    또한 ‘따라 하고 싶은’ 문화적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대중의 관심 대상이 되는 연예인의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맨 한글 문양 넥타이나 휴가 때 입은 ‘남대문표’ 점퍼, 대통령과 영부인의 헤어스타일, 결혼 30주년 기념 이니셜 목걸이 등 대통령과 영부인을 따라 해보고 싶을 정도의 긍정적 관심을 받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문화와 패션을 선도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국민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관찰하고 싶을 정도의 대통령 말이다.

    헤어스타일, 남대문표 점퍼…따라 하고 싶은 대통령

    황승경<br>1974년생 국제오페라단 단장

    분명 쉽지는 않다. 이런 대통령이 되려면 사회 구성원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표출되는 갈등과 분열을 슬기롭게 조율하고 이를 새로운 에너지로 만드는 포용력과 직관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지도자다운 의연함과 카리스마를 가지고 가치와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현실적인 강인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제관계에서도 대한민국의 품위와 위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임기 말이면 항상 보아왔듯, 자신의 주변 인물에 대한 교통정리도 선행되어야 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느낌이 매번 들지만, 올 12월 19일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일에는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역사의 큰 흐름에서 궁극적 평화와 번영의 기틀이라는 획기적인 업적으로 평가받을 ‘환상 속의 그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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