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길 하늘 위에서 춤추듯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에펠탑의 페인트공’도 그렇다. 사내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고, 손은 자유롭게 허공을 가른다. 높은 철탑 경사진 골조 위를 평지처럼 디디고 있는 발끝은, 그가 지금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무대에서 쇼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할 만큼 유연하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1953년 마크 리부가 파리 에펠탑 페인트 보수작업 현장에서 포착한 순간이다. 철탑 아래로 아득하게 펼쳐진 파리 시가지가 현재 페인트공의 처지를 보여준다. 그는 생존을 위한 극한 노동에 내몰려 있는 터다. 하지만 그 덕분에 세상 누구보다 자유롭지 않은가.
팽팽한 긴장 속에 흐르는 묘한 평화. 낭만, 유머, 혹은 휴머니즘이라고도 할 수 있을 이 정조(情操)는 프랑스 출신 사진작가 마크 리부의 작품에 언제나 인장처럼 찍혀 있다. 미국 사진전문지 ‘라이프’ 표지에 ‘에펠탑의 페인트공’이 실리면서 명성을 얻은 그는 이후 보도사진그룹 ‘매그넘’의 일원으로 유럽, 아프리카, 중동과 아시아 등을 누비며 현대사의 극적인 순간들을 기록했다. 프랑스 68혁명과 알제리 독립의 현장을 지켰고, 유럽 작가로는 최초로 공산화된 중국에 들어가 마오쩌둥(毛澤東)의 침실부터 서민의 식탁까지, 그동안 서구에 알려지지 않았던 세계의 속살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낭만의 극치를 즐기던 프랑스 파리 사람들의 삶을 스케치하기도 했다.
에펠탑의 페인트공, 파리, 1953년
● 일시 8월 5일까지 오전 11시~오후 8시(7월 30일 휴관)
● 장소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 가격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1만 원, 어린이 8000원
● 문의 02-532-4407
1 노트르담 성당 앞의 수녀, 파리, 1953
2 마오쩌둥의 침실, 1965년
3 꽃을 든 여인, 베트남 반전시위, 워싱턴 D.C., 미국, 1967년
4 퐁데자르의 연인, 파리, 1953년
5 난민수용소의 어린 아기엄마, 콜카타, 인도, 197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