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에펠탑의 페인트공’ 마크 리부 사진전

  • 글·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사진·‘마크 리부 사진전’ 제공

    입력2012-06-21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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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펠탑의 페인트공’ 마크 리부 사진전
    한여인이 있다. 꽃무늬 옷을 입고, 기도하듯 모은 두 손에도 꽃을 들었다. 총칼로 무장한 경찰 진압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선 모습. 오히려 당황한 건 경찰 쪽이다. 힐끗대는 눈망울에 동요의 빛이 뚜렷하다. 총보다 꽃, 경찰보다 여인, 그리고 전쟁보다 평화. 1967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베트남전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마크 리부가 촬영한 ‘꽃을 든 여인’은 한마디 말 없이도 수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천길 하늘 위에서 춤추듯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에펠탑의 페인트공’도 그렇다. 사내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고, 손은 자유롭게 허공을 가른다. 높은 철탑 경사진 골조 위를 평지처럼 디디고 있는 발끝은, 그가 지금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무대에서 쇼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할 만큼 유연하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1953년 마크 리부가 파리 에펠탑 페인트 보수작업 현장에서 포착한 순간이다. 철탑 아래로 아득하게 펼쳐진 파리 시가지가 현재 페인트공의 처지를 보여준다. 그는 생존을 위한 극한 노동에 내몰려 있는 터다. 하지만 그 덕분에 세상 누구보다 자유롭지 않은가.

    팽팽한 긴장 속에 흐르는 묘한 평화. 낭만, 유머, 혹은 휴머니즘이라고도 할 수 있을 이 정조(情操)는 프랑스 출신 사진작가 마크 리부의 작품에 언제나 인장처럼 찍혀 있다. 미국 사진전문지 ‘라이프’ 표지에 ‘에펠탑의 페인트공’이 실리면서 명성을 얻은 그는 이후 보도사진그룹 ‘매그넘’의 일원으로 유럽, 아프리카, 중동과 아시아 등을 누비며 현대사의 극적인 순간들을 기록했다. 프랑스 68혁명과 알제리 독립의 현장을 지켰고, 유럽 작가로는 최초로 공산화된 중국에 들어가 마오쩌둥(毛澤東)의 침실부터 서민의 식탁까지, 그동안 서구에 알려지지 않았던 세계의 속살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낭만의 극치를 즐기던 프랑스 파리 사람들의 삶을 스케치하기도 했다.

    ‘에펠탑의 페인트공’ 마크 리부 사진전

    에펠탑의 페인트공, 파리, 1953년

    이 사진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대표작 ‘에펠탑의 페인트공’ ‘꽃을 든 여인’을 비롯한 190여 점의 전시작은, 1923년생으로 프랑스 현대사진 1세대 중 유일한 생존 작가인 마크 리부가 직접 골랐다. 1부 에펠탑의 페인트공, 2부 마오 시대의 중국과 일본, 3부 파리의 사랑, 4부 여성미-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5부 시대의 목격자, 6부 세상 속으로 등 6개 테마로 꾸며졌다. 이 전시를 주최한 ㈜코바나컨텐츠 김건희 대표는 “그의 사진은 인간의 아픔이나 불행을 말하지 않는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전쟁 같은 현실을 전하는 사진 속에서도 현실의 참혹함이나 인간성의 상실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게 특징”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따뜻함과 아름다움, 인간 됨의 가치를 찾아내고야 마는 마크 리부의 힘이 느껴지는 전시다.

    ● 일시 8월 5일까지 오전 11시~오후 8시(7월 30일 휴관)



    ● 장소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 가격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1만 원, 어린이 8000원

    ● 문의 02-532-4407

    ‘에펠탑의 페인트공’ 마크 리부 사진전
    ‘에펠탑의 페인트공’ 마크 리부 사진전
    1 노트르담 성당 앞의 수녀, 파리, 1953

    2 마오쩌둥의 침실, 1965년

    3 꽃을 든 여인, 베트남 반전시위, 워싱턴 D.C., 미국, 1967년

    4 퐁데자르의 연인, 파리, 1953년

    5 난민수용소의 어린 아기엄마, 콜카타, 인도, 197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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